출연배우가 갑자기 병에 걸려 영화촬영이 중단되는 경우, 제작 지연에 따른 손해를 제작사가 보상받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배우조차 예상치 못했던 질병이 생긴 경우라면 해당 배우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기도 적절치 않을 수 있고, 특히 정상급의 배우라면 영화제작사 측에서 그런 경우까지 배우에게 손해를 분담하라는 요구를 하기는 무리인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그와 같은 경우를 대비하여 보험이 널리 씌이고 있다고 합니다. 즉, 영화출연배우, 감독, 스텝 등에게 일정한 사유(질병, 사고 등)가 생겨 영화제작이 중단되는 경우 그에 따른 영화제작사의 손실을 보험사에서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제도입니다(출연배우들이 보험금을 가져가는 일반 상해보험과는 다른 성격이지요).
그런데 이 경우 통상의 보험에서와 마찬가지로,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보험계약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장차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인자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받기를 원하지요. 그래야만 위험율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보험요율도 정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보험 인수도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보험법상의 용어로 말하면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라고 하고 이를 위반했을 경우에는 보험계약이 해지될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이와 관련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유명한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에 관한 것인데요, 사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로버트 드 니로는 지난 2003년 영화 “Hide & Sick”에 출연하면서 보험회사인 Fireman’s Fund Insurance CO.와 체결했는데, 계약체결에 앞서 보험회사가 로버트 드 니로에게 건넨 질문지에는 ‘귀하는 최근 전립선암 판정을 받거나 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나요”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로버트 드 니로는 “없다”고 표시하였고, 보험사는 이를 믿고 보험계약이 체결된 것이었지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로부터 바로 이틀이 지난 날, 로버트 드 니로는 의사로부터 전립선암 판정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치료를 위해 영화촬영이 중단되었지요. 이에 영화제작사인 Fox Studio는 출연배우이 질병치료를 위해 영화제작이 중단되었으니 그 기간동안의 손실을 보전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보험사는 보험조건에 따라 보험금 180만달러를 제작사에 지급하였습니다.
진짜 사건은 바로 그 다음부터입니다. 영화사는 로버트 드 니로가 전립선암에 걸린 사실을 숨기고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로버트 드 니로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던 것입니다.
신문기사에 따르면 최근 미국법원은 로버트 드 니로의 손을 들어 주었다고 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로버트 드 니로는 보험계약 체결 3일전 암검사를 받기는 하였지만 계약 체결일까지는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고 하네요. 어쨌든 보험사의 질문지에는 “암판정”을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지 “검사”를 받은 적에 대하여는 묻지 않았으므로 로버트 드 니로가 적극적으로 보험사를 속였다고 보기 어렵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국에 있는 제 흥미를 끌었던 부분은 소송의 결과가 아닙니다. 영화제작 과정에 보험이라는 법률장치를 이용하여 영화제작상의 리스크를 줄이는 헐리웃의 선진화된 모습, 바로 그것이 신기하고 부러울 따름이었습니다.
© 2008 정원일 변호사. All rights reserved. Some copyrights, photos, icons, trademarks, trade dress, or other commercial symbols that appear on this post are the property of the respective own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