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뷔통은 웃고 티파니는 울고? 미국법원, 티파니가 제기한 위조품 판매 관련 소송에서 Ebay의 손을 들어주다

얼마 전 프랑스 법원이 루이 뷔통(Louis Vuitton) 모조품이 이베이(Ebay)의 경매페이지에 올라 온 데 대해 이베이로 하여금 루이 뷔통 제조사(LVMH)측에 3,860만 유로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습니다.  LVMH를 비롯한 패션업계에서는 대체로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였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책임확대라는 비판도 있어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과연 위와 같은 사건이 프랑스 법원이 아닌 미국법원에서 벌어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프랑스 등 유럽의 법원은 미국 법원보다 패션디자인(Fashion Design)과 상표를 보호하는 데 훨씬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이는 패션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들의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지요.  그러면서 저는 만약 미국에서 비슷한 소송이 제기되었다면 아마도 이베이측이 이기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을 막연히 해봤습니다.  이를테면 어느 상점에서 가짜 명품을 판매하는 경우 그 판매주(상점주)를 넘어 상점 임대주(건물주)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의 문제와도 유사한 것이지요.  그리고 제가 예전에 Ebay를 이용해봤을 때의 기억으로는 나름대로 모조품 판매에 대한 여러 대책들도 강구해놓고 있었는데 말이죠…

그러던 중 바로 어제 미국법원에서 프랑스 법원과 정반대의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즉, 티파니(Tiffany & Co.)가 미국 이베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미국법원이 이베이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미국연방 판사 Richard Sullivan은 66페이지에 이르는 장문의 판결문의 결론을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이베이와 같은 인터넷 사이트의 급속한 발전은 상품구매를 원하는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여 서로 접촉하고 거래의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새로운 시장(markets)은 다른 한편으로는 모조품의 판매가 확대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우리 법원은 티파니나 기타 다른 상표권자들이 그들의 브랜드를 개발하기 위해 수많은 투자를 해왔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고, 그와 같은 브랜드가 타인에 의해 인터넷상에서 불법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용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법은 분명하다.  브랜드를 관리하고 침해를 방지할 의무는 상표권자의 부담이지 이베이와 같은 회사의 책임은 아니다.  이베이와 같은 회사들은 자신들의 웹사이트상에서 상표권 침해행위(모조품 판매)가 일어나고 있을지 모른다는 일반적인 인식(generalized knowledge)만으로는 상표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아울러 법원은 티파니 측에서 모조품 판매 사실을 통보하면 이베이는 즉각 그 경매를 취소하였다는 점을 지목하면서, 이베이 측에서 모조품이 의심되는 경매를 사전에 중단시키지는 않았지만, 이베이측에 그와 같은 사전 중단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국 모조품 판매라는 불법행위(상표권침해 행위)에 대한 이베이의 인식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를 엄격히(좁게) 해석하여 이베이에게 유리한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프랑스 법원과는 사뭇 다른 판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인터넷상에서 발생하는 저작권/상표권 침해에 대한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의 책임에 관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문제된 소리바다 사건, 판도라/푸르나 서비스 사건 등과 마찬가지 유형의 사건이지요.  다만 불법음원다운로드의 경우는 “P2P서비스를 통한 음원의 인터넷 유통’ 자체가 불법행위(저작권침해)에 해당되지만, 인터넷 경매의 경우에는 경매에 올라온 물건이 상표권을 침해하는지는(즉 모조품인지) 경매업체 입장에서는 사전에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차이가 있지요.  이 점에서 경매업체에게는 불법행위(방조)가 성립할 만큼의 인식가능성이나 회피가능성을 인정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사실 피파니 측의 주장처럼 이베이가 사전에 경매 물품의 진위 여부를 일일이 조사해야 한다고 친다면 이는 ‘인터넷 경매’를 하지 말라는 얘기와 다름 없겠지요?).

또한 이번 사건은 각국의 법원별로 동일한 사안에 대해 다른 판결이 내려질 수 있음을 보여 준 좋은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법률이라는 것도 널리 보면 문화의 일부분이라 할 수 있고 각국의 역사나 현재의 상황에 따라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이 부분과 관련하여 프랑스 법원의 판결문을 꼭 한 번 읽어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아직까지 입수되지 않고 있네요).  두 나라의 판결 모두 당사자가 항소한 상태이므로, 상급심 법원은 또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해봐야 겠습니다.

한편, 패션 분야 뿐만 아니라 언론 관련 부분에 있어서도 비슷한 상황을 엿볼 수 있습니다.  즉 언론사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소송(defamation, libel suit)에 대한 미국법원과 영국법원의 태도가 바로 그것인데요.  미국법원의 경우는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여 연예인이나 기타 공인이 언론사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소송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는 반면, 영국 법원은 개인의 사생활(Privacy)을 강조하여 명예훼손을 비교적 쉽게 인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연예인 등은 미국이 아닌 영국법원에 소송을 내어 승소판결을 받은 후 미국에서 이를 집행하는 것이 하나의 전략처럼되어 있다는군요(libel shopping).  미국의회에서는 최근 그와 같은 편법(?)을 시정하기 위해 명예훼손과 관련된 영국법원의 판결에 대하여는 그 집행을 승인하지 않는 내용의 법률을 제정할 움직임이 있다고 합니다.

어쨌든 금번 미국 판결은 이베이와 같은 인터넷 상거래업체에게 매우 중요한 판결로서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참고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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