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11일 MBC와 방송 프로그램을 재송신하는 데 합의하고 오는 17일부터 IPTV(megaTV)를 통해 모든 지상파방송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KT는 지난 10월 21일 SBS, KBS와 “선송출 후계약”이라는 이례적인 방식으로 재송신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금번 MBC와의 계약은 “선송출 후계약”이 아닌 “선계약” 방식이라는 점에서, 향후 다른 IPTV 사업자들과 지상파방송사들 간의 협상은 물론, KT와 SBS, KBS 간의 계약체결에도 중요한 선례로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MBC와 KT간의 계약은 지난 10월 KBS, SBS와 합의했던 가입자당비용(CPS) 방식을 기본으로 하며 IPTV용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콘텐츠 펀드(약250억 규모)를 별도로 조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KT는 매달 가입자로부터 받는 금액의 30% 정도를 지상파방송사와 PP 등에게 콘텐츠 사용대가로 지급하고, 이 금액에서 지상파방송사들은 시청점유율만큼만 분배받는 구조”라고 합니다(관련 기사는 여기).
이로써 IPTV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지 4년여만에 실시간 방송과 양방향 콘텐츠를 중심으로 하는 본격적인 IPTV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아직 여러 가지 법률적인 이슈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래에서는 이 중 몇가지만 언급해봅니다.
1. 지상파 방송 재전송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과 관련된 업계의 견해 차이
우선 금번 KT 메가TV의 재송신 합의는 수도권 지역에 국한되어 있어 메가 TV의 전국서비스를 위해서는 지역MBC, 지역민방 등 40여개의 사업자와의 추가 협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IPTV의 지상방송 전국 재전송 문제에 있어 지역민방사업자들(그리고 전국언론노동조합)은 현재 KT를 비롯한 IPTV사업자들의 재송신 업무 추진 절차가 IPTV법(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즉, 지역민방사업자들에 따르면, IPTV사업자가 지상파 방송을 재송신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SKY라이프같은 위성방송사업자와 같이 재전송관련 계약을 체결한 후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만 하는데, 현재 KT등은 그와 같은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는 것이지요.
분명 IPTV가 전국을 방송권역으로 한다는 점에서 위성방송사업자와 유사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현행 IPTV법과 방송법의 규정에 따르면, 지역민방사업자들의 주장처럼 IPTV의 지상파 방송 재전송에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해석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문제의 발단이자 종점이라 할 수 있는 현행 IPTV법을 보기로 합니다. 현행 IPTV법은 지상파방송의 재전송에 관하여는 방송법의 규정을 준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방송법에 따르면, (i) 종합유선방송사업자 및 중계유선방송사업자가 당해 방송구역 외에서 허가받은 지상파방송사업자가 행하는 지상파방송을 동시재송신하고자 하는 경우, 또는(ii) 위성방송사업자가 (KBS1, EBS 이외의) 지상파방송을 재송신하고자하는 경우에만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제78조 제4항).
그렇다면 IPTV 사업자는 방송법에서 말하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중계유선방송사업자”와 “위성방송사업자” 중 어느 쪽에 해당될까요?
위 방송법 조항을 준용하는 IPTV법 제21조 제4항에 따르면 IPTV사업자는 “방송사업자로 본다”고 합니다. 방송사업자라니요? 방송사업자라는 개념은 위 종합유선방송사업자/중계유선방송사업자/위성방송사업자를 모두 아우르는 정의 개념인데 말입니다. 동 조항만 보면 도대체 IPTV사업자는 지상파 방송 재전송 시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지, 받을 필요가 없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지요.
특이하게도 IPTV법은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그 시행령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즉, IPTV법 시행령 제제20조 제9항은 지상파 방송 재전송에 관한 절차규정인 방송법 시행령 제61조를 준용한다고 하면서, 여기서는 IPTV사업자를 “종합유선방송사업자 및 중계유선방송사업자“로 본다고 명시한 것입니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와 IPTV 사업자 측은 이를 근거로 IPTV의 지상파 방송 재전송에 있어서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 및 중계유선방송사업자”와 동일한 규제가 적용되는 것이지 “위성방송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따라서 전국을 방송권역으로 하는 IPTV사업자가 지상파 방송을 전국으로 재전송하는 데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지역민방사업자와 전국언론노조는 위와 같은 법조항은 “입법불비/미비/착오”라며 IPTV에 대해서는 같은 전국방송사업자인 위성방송사업자와 동일한 규제(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누구의 입장이 옳을까요?
앞서 언급한 IPTV법의 규정들을 보면, 입법과정에서 조문작업이 그리 깔끔하지는 않았다는 느낌은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승인 의무”를 규정한 방송법 제78조 제4항의 준용규정, 그러니까 IPTV법 제21조 제4항에서 IPTV사업자를 “종합유선방송사업자/중계유선방송사업자”로 볼 것인지 아니면 “위성방송사업자”로 볼 것인지를 천명하였어야 할 것인데, 이것도 저것도 아닌 “방송사업자”로 본다고만 언급하였던 것이지요. 비록 IPTV법 시행령에서 IPTV사업자를 “종합유선방송사업자/중계유선방송사업자”로 본다고 선언은 했지만, 사실 동 조항은 절차조항에 그치는 것이고, 따라서 그와 같은 준용규정들은 법체계상 문제의 여지는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i) 그렇다고 IPTV법이 IPTV사업자를 “위성방송사업자”로 본다는 적극적인 규정을 둔 것도 아니라는 점, (ii) 방송사업자의 정의 속에 “종합유선방송사업자/중계유선방송사업자”가 포함됨은 당연하다는 점, (iii) 비록 절차규정이기는 하지만 지상파 재전송과 관련된 방송법 시행령 규정을 준용하면서는 IPTV를 “종합유선방송사업자/중계유선방송사업자”로 본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던바, 이는 의무조항(방송법 제78조 제4항)에 있어서도 IPTV사업자를 “종합유선방송사업자/중계유선방송사업자”로 보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IPTV사업자에게도 “위성방송사업자”와 동등한 수준의 규제(재전송 시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을 얻을 것)가 가해져야 한다는 주장은 (입법론으로는 몰라도) 현행법의 해석상으로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이와 같이 IPTV라는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도래는 필연적으로 그에 대한 법적규제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특히 기존의 전통적인 미디어 플랫폼과 비교하여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참으로 어려운 문제를 제기합니다. 이는 결국 입법정책의 문제로 연결될 것인데, 이에 대하여는 기존의 유사법령에 대한 합목적적인 해석을 통해 해결할 수도 있고, 새로운 법을 제정하여 해결할 수도 있고, 아니면 기존 법령의 내용을 준용하는 방식에 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문제되는 현상은 아닐 것입니다. 일례로서, 미국에서도 AT&T의 U-Verse라는 새로운 IPTV서비스가 미국 Cable Communication Policy Act상의 “cable service”에 해당되는지가 문제된 적이 있습니다. 만약 기존 법상의 케이블사업자에 해당된다면 IPTV사업자는 케이블방송에 적용되는 각종 규제(특히 방송사업자가 특정 지역에만 선택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를 받게 됩니다. 따라서 AT&T는 여러 이유를 들며 자신들의 IPTV서비스는 결코 Cable Service가 아니라고 주장하였고, 이에 대해 지역시민단체와 케이블사업자들은 격렬히 반대했던 것입니다. 이 문제는 미국의 코네티컷주 법원을 통해 사법적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미국 코네티컷주법원은 “U-Verse는 Cable Service에 해당된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재밌는 부분은 위 판결이 내려지자 코네티컷주는 “Connecticut Video Franchise Policy Act”라는 새로운 법을 제정하여 U-Verse같은 새로운 플랫폼에 적용될 규제내용을 신설하였고 결국 U-Verse는 동법의 규정에 따라 승인을 얻었으며, AT&T는 이를 이유로 코네티컷법원에 “U-Verse(IPTV)는 Cable Service”라는 기존의 판결을 번복해 줄 것을 신청하였다는 점입니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의 법률선례를 남기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코네티컷주 법원은 그와 같은 신청도 기각하였습니다. 동 판결은 현재까지 미국에서 IPTV가 Cable Service에 해당하므로 그에 따른 법률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본 유일한 판결례로 언급되고 있다고 합니다.
2. 지상파방송 재전송과 저작권 침해 문제
이는 재전송 대상인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중 외국프로그램과 같이 방송사가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한 경우에 예상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방송사들은 해외저작물의 라이센스를 얻는 과정에서 IPTV라는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까지는 미처 예상치 못하고 그에 대한 라이센스까지 명확히 취득하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더욱 그러한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는 대체편성(저작권 미확보 국외프로그램을 재전송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하거나 해당 방송시간을 비워 두는 것)이나 외국 저작권자와의 새로운 협상 등의 방법(그러나 상당 부분의 비용 증가가 예상됨)이 제안되고 있으나, 보다 많은 연구와 대책이 필요한 부분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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