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의 iTunes Store의 판매곡 수가 서비스 개시 이래 50억곡을 돌파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지난 해 미국 소비자들은 아이튠즈와 같은 온라인 다운로드 사이트를 통해 8억4400만건의 싱글 음악 파일을 내려받은 반면, 앨범 전체 구입 건수는 5천만건에 그쳤다는 뉴스도 있었는데요. 저 역시 올해 처음으로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음악을 다운로드 받아 봤습니다. 그 전까지는 CD구입을 고집했었는데요, CD를 사서 손에 쥐었을 때의 그 알 수 없는 뿌듯함(?)이 좋아서였지요. 그런데 다운로드라는 게 편리하기도 하지만, 이것 저것 넣다 보니 CD살 때보다도 돈이 더 드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10년, 20년 가다가는 MP3파일을 구매하는 데 쓴 돈만 해도 이만 저만이 아니라는 생각인데요, 그렇다면 제가 구입한 MP3파일 중 싫증이 나거나 마음에 안 드는 파일들을 다른 사람에게 팔 수는 없을까요? 마치 중고 CD를 파는 것처럼 말이지요.
미국의 Alex Meshkin라는 젊은 사업가가 이런 생각을 비즈니스화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는 bopaboo.com이라는 MP3 유료 거래 사이트를 제공할 생각이라고 합니다. 마치 Ebay에서 중고 CD, 테이프를 파는 것처럼, 자기가 보유한 MP3파일을 저렴한 값에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bopaboo측은 자신들의 비지니스 모델은 저작권법상 “first sale doctrine”에 따라 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first sale doctrine(권리소진의 원칙, 최초판매의 원칙)이란 매매 등의 거래를 통해 타인의 저작물을 소유하게 된 자는 이를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대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작권(배포권)과 소유권이 충돌하는 문제를 정리하고자 도입된 개념으로 우리 저작권법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중고 CD, LP, 테이프 거래가 합법적으로 인정된 것도 다 이 first sale 덕분이었지요.
그러나 bopaboo서비스가 first sale에 따라 당연히 허용된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무엇보다도 CD와 MP3파일을 똑같이 보겠다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무리입니다. CD는 소비자가 한 번 팔면 그만이고 이를 재판매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지만, MP3 파일은 복제가 쉽고 원본과 복제물을 구분하기도 애매하기 때문에 한 번 판 MP3파일을 수차에 걸쳐 재판매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법적인 관점에서 얘기하면, MP3 파일을 ‘sale(매매)’한다고 하려면 매매를 통해 MP3 의 점유가 매수인에게 이전되고 매도인은 이를 상실해야 하는데, bopaboo측에서 말하는 MP3의 sale의 경우에는 매도인도 여전히 MP3파일을 보유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bopaboo의 서비스는 그 과정에서 수 많은 ‘영리 목적의 복제’를 조장할 위험이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이 Mp3 파일의 재판매에 대해 first sale을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사실 음반회사 입장에서는 종래의 P2P서비스제공자들보다도 위와 같은 MP3 재판매업자들이 더 괘씸(?)하게 생각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P2P서비스상의 음원 유통은 전부 무상(free)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P2P서비스측은 광고수입을 얻는 정도에 그쳤지만, MP3 재판매측은 ‘유상’의 음원 거래에 대해 자신들도 수수료를 받고 별도로 광고수입도 얻겠다는 얘기니까요.
물론 앞으로의 기술 개발 여하에 따라 이 문제에 대한 legal risk가 해결될 여지가 있겠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어쩐지 모르겠습니다. bopaboo의 웹사이트에 가봐도 MP3파일을 어떤 식으로 매도하고 대금을 받을 수 있는지를 설명할 뿐, 매도가 이루어진 MP3 파일을 매도인이 여전히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찾을 수 없더군요.
하긴 DRM에 의해 통제되는 MP3파일들의 경우에는 위와 같은 재판매의 통로도 마땅치 않을 것으로 보이고, 대부분의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들의 이용약관에는 위와 같은 MP3파일의 재판매를 금지하는 조항을 두고 있어 계약위반 여부도 문제될 위험이 다분합니다.
합법적인 음악 MP3 파일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가 자리를 잡아갈수록, 매매등의 거래를 통해 제공된 MP3파일에 대한 구입자의 소유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 당연할 것인데, 그렇다면 종래 CD의 경우처럼 소비자의 재산이라 할 수 있는 MP3파일에 대해서도 어떤 식으로든 소비자들에게 그 처분권을 허락하는 방도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은 듭니다. 만약 기술적으로나 법적으로 그와 같은 방법이 마땅치 않다면 MP3 다운로드 가격을 내려야 하지 않나 생각도 들고요. 아무래도 중고 처분이 가능한 CD와 그렇지 않은 MP3 파일의 가치를 동일시 하기도 좀 그렇지 않나 싶으니까요(디지털 다운로드의 경우 음반 제작비, 포장, 유통비가 현저히 적게 든다는 점은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바로 이런 소비자들의 요구때문에 앞으로 bopaboo와 같은 중고(?) MP3파일 거래 사이트가 여럿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비지니스 모델들이 합법의 근거로 삼으려 하는 ‘first sale doctrine’은 CD나 레코드 같은 고정물을 염두에 두고 고안된 것이지 인터넷과 MP3파일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염두에 두고 고안된 것은 아니어서 이를 마찬가지로 적용받을 수 있을지 많은 논쟁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이 점이 앞으로 음반사들은 P2P서비스업체들만이 아니라 MP3 재판매 사이트들과도 치열한 법적 소송을 치뤄야 되지 않을까 염려하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이 글 제목에 적힌 “Stop Illegally Sharing, and Start Legally Selling”은 bopaboo의 슬로건입니다. 정말 Legally 그렇게 될지 아니면 “More Illegal Sharing, and Start Illegally Selling, Too”가 될지, bopaboo와 음반업계의 변호사들에게는 또 하나의 일거리가 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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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