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언론보도에 따르면 비와 JYP Entertainment가 금번 하와이 공연무산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변호사 비용만 110만달러(약15억4천만원)를 지급했다고 합니다(관련기사는 여기를 클릭). 변호사 보수는 사건의 난이도나 담당 변호사의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므로 보도된 금액만 놓고 “많다/적다” 논할 일은 아닐 것입니다. 일례로서, 최근 미국에서는 2005년도 영화 “Sahara”의 제작과 관련된 소설 원작자(Clive Cussler)와 영화제작사 간의 소송에서 원작자가 패소하면서 법원으로부터 상대방 변호사비용으로 1,400만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난 예가 있습니다(관련 기사는 여기를 클릭). 동 사건에서 원작자는 자기측 변호사에게도 무려 850만불의 수임료를 지급했다고 하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영화 Sahara는 8,000만불 손실이라는 흥행참패를 맛봤습니다.
한편, 비와 JYP측이 지급했다는 위 금액은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엔터테인먼트 분쟁과 관련하여 지급한 변호사 보수로는 거의 최고 금액이 아닐까 싶은데요. 사실 변호사들 사이에서 엔터테인먼트 쪽 일은 소위 말하는 “돈 되는 사건”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저런 송사가 끊이지 않는 곳이기는 하지만, 변호사와 클라이언트 간에도 “형님/동생”으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연예시장의 생리가 그대로 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사실 그런 모습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혹자는 그런 모습을 산업화가 덜 된 모습이라며 비판하기도 하지만, 상호 신뢰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고객과 변호사 간의 관계에서 그러한 인간적인 신뢰가 변호사의 업무처리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도 내라면 서로에게 나쁠 것이 없는 것이지요.
필자는 비와 JYP의 법무처리 스타일에 대하여는 아는 바가 전혀 없습니다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연예기업 중의 하나가 위와 같은 일견 적지 않아 보이는 금액을 법률보수로 지급하는 데 합의한 것은 앞으로 시사하는 바가 커 보입니다. 특히 향후 미국이나 해외에서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연예인을 상대로 한 소송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작금의 분위기때문이지요.
특히 미국의 경우만을 놓고 얘기하자면, 우리나라 기업들로서는 변호사를 선임하는 데 특별히 주의를 기울일 점이 있습니다. 우선 미국의 경우에는 우리나라보다 소위 말하는 “변호사의 전문화”가 월등히 진행된 곳입니다. 따라서 엔터테인먼트 관련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는 엔터테인먼트법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는 게 좋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의 경우에도 담당하는 업무가 여러 분야로 나뉩니다. 크게 보면 4가지, 그러니까 협상을 주 업무로 하는 deal-making lawyer, 계약서 작성을 전문으로 하는 contract lawyer, 저작권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IP lawyer, 그리고 관련 소송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litigation lawyer가 바로 그것이지요. 위 4가지 부류의 변호사들은 서로 긴밀한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어느 단계에서건 적절한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를 만나게 되면 그 후의 변호사 선임에 있어서도 큰 도움을 얻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를 만날 수 있느냐가 문제일 텐데요, 기본적으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관련 종사자들의 소개를 받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때 주의하여야 할 점은 소개해주는 사람과 해당 변호사가 어떤 관계인지 분명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개해주는 사람에게 “그 변호사가 과거 엔터테인먼트와 관련하여 처리한 케이스에 어떤 것이 있는지”, “자신의 사례와 비슷한 경우가 있었는지” 반드시 확인해 봐야 합니다. 그저 “친한 변호사다”, “똑똑한 변호사다”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요즘에는 인터넷이 발달해 있으므로 인터넷 기사나 인터넷에 뜨는 로펌 웹사이트를 통해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수임계약의 문제가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많은 주가 변호사수임에 있어 계약서의 작성을 필수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도 매우 자세한 편입니다. 가장 민감한 부분은 역시 “변호사보수”일 것입니다. 여기에는 시간당 요율에 의해 계산된 보수를 청구하는 방식(time charge), 일정액의 보수만을 지급하는 방식(deal-making lawyer나 contract lawyer의 경우엔 거래가액의 5% 정도를 보수로 받는 게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나중에 소송 등을 통해 상대편으로부터 회수한 금액의 일정 퍼센트를 보수로 지급하는 방식 등 여러가지가 있고, 문제된 위임사무가 소송인지, 자문인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시간당 보수 청구방식입니다. 미국에서는 자문이건 소송이건 간에 Time Charge방식이 많이 이용되고 있는데요, 업무를 처리한 변호사의 시간당 요율(이를테면 시간 당 200달러)에 업무처리에 투여한 시간을 곱한 금액을 보수로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일응 합리적으로 보이기는 합니다만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선 시간당 요율이라는 것이 변호사측에서 정하는 것이지요. 작년 말 미국변호사협회의 보도를 보니 로펌 파트너의 시간당 요율 평균치는 “시간당 451달러”라고 합니다. 최고치를 기록한 변호사는 White & Case의 파트너 변호사로, 시간당 1,260달러라고 하네요(관련 기사는 여기를 클릭).
그런데 최근 들어 Time Charge방식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즉, “변호사가 10시간이면 끝낼 일을 20시간이나 늘려 일한다”고 불평하는 클라이언트들이 늘고 있는 것이지요. 제가 예전에 만나 본 기업체 관계자도 “주로 일하는 변호사는 분명히 1명인데, 나중에 청구서를 보니 담당변호사가 5명이 시간을 달아 놨더라”, “증인의 진술을 듣는 자리에 담당 변호사 1명만 나와도 충분한데 새로 들어온 것처럼 보이는 젊은 변호사 3명까지 데리고 나왔고, 나중에 보니 그 변호사들 시간까지 함께 청구했더라”는 등의 불만을 털어놓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런 불평들이 100%다 맞는 얘기는 아닙니다. 로펌의 경우에는 여러 명의 변호사가 함께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고객과의 사이에 오해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미국의 대형 법률회사의 파트너가 공개적으로 Time Charge 방식의 수정을 제안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와 같은 방식에 분명 문제가 있기는 있는 것이지요(관련 기사는 여기를 클릭. 저자는 미국의 top law firm인 Cravath, Swaine & Moore의 파트너 변호사입니다).
특히 유의할 점은 많은 경우에 있어 “외국 클라이언트”는 로펌들에게 좋은 수입원(?)이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해당 국가의 법률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로펌의 과잉청구를 감지하지 못하거나 감지하더라도 별 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 것이지요.
따라서 우리나라 기업이 외국 변호사나 로펌에 사건을 맡기며 Time Charge방식을 취하는 데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담당 변호사를 누구로, 몇명으로 할 것인지 미리 리스트를 받아놓고, 각각의 변호사의 시간당 요율을 확정해 놓아야 함은 기본이거니와, 담당 변호사에게 각각의 시간별로 처리한 업무내역을 상세히 기재한 보고서를 요구하여야 할 것이며, 이 외에도 시간당 보수 청구액이 급격히 늘어날 것을 대비하여 청구한도액을 미리 정하는 방법, 청구금액대에 따라 할인율을 적용하는 방법, 시간당 청구 방식과 일정액 청구방식을 혼용하는 방법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로펌은 여러가지의 융통성 있는 청구방식과 할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변호사 보수를 협의할 때에도 그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물어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로펌과 개인 변호사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로펌”이라고 하면 일반 개업변호사보다 전문성이 더 높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선 고객들이 말하는 ‘로펌’이라는 단어 자체가 불분명한 단어입니다. 그것이 우리나라의 경우 “법무법인”을 말하는 것이라면 거기에는 소속변호사가 5명인 법무법인도 있고 200명이 넘는 법무법인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변호사 수가 많은 법무법인일수록 좋은 것일까요? 조금 민감한 문제이긴 한데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우선 법률사무라는 것은 자동차를 만드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입니다. 1만명의 직원이 있는 공장이 100명이 있는 공장보다 값싸고 좋은 물건을 만들 수는 있겠습니다만, 변호사 사무는 그런 차원의 얘기가 아니니까요. 아무리 수십, 수백명의 소속변호사를 거느린 법무법인이라 하더라도 막상 재판에 나오는 변호사는 1~2명입니다. 수십, 수백명의 변호사들이 전부 자기 사건에 신경을 써주는 것은 아니지요. 그만큼 변호사 사무는 담당 변호사 개인의 역량과 열성이 무엇보다 결정적이라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변호사를 선임할 때에 ‘법무법인/개인변호사’, ‘대형법무법인/중소형법무법인’이라는 판단기준이 절대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여러 군데를 쇼핑하는 것이지요. 첫 출발은 주변의 소개로 시작될 것입니다. 소개받은 변호사를 만나 사건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믿음이 가는 변호사’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다만, 사건의 성격에 따라서는 대형 법무법인을 찾아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단 기간 내에 수십명의 변호사들이 한꺼번에 투입되어야 하는 대형 M&A 딜이나, 국내에서는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새로운 거래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대형 법무법인이 나을 것입니다.
한편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경우 그 성격상 많은 수의 변호사를 필요로 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네트워크의 폐쇄성 혹은 업무처리의 잠행성 때문이랄까, 소수의 변호사들이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엔터테인먼트 쪽은 소규모의 부티크 로펌들이 장악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물론 대형 스튜디오나 M&A나 파이낸싱 등 엔터테인먼트와 종래의 기업법무가 교차하는 영역에서는 월스트리트의 대형 법무법인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만 말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변호사를 산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어떤 변호사님들은 그런 표현을 아주 싫어들 하시지요. “변호사 무슨 물건인가?” 하지만 저는 그 표현이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법률 분쟁에서 자신을 대변해 줄 “머리와 입, 그리고 글솜씨”를 쇼핑하는 게 바로 변호사 수임 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니 말이지요. 꼭 금번 비와 JYP의 사건을 두고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만, 변호사의 “머리와 입, 글솜씨”에 따라 수백억원이 왔다 갔다 할 수도 있는 만큼, 이것 저것 충분히 재보고 물건을 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일단 물건을 샀다면 100% 활용하여야 합니다. 어떤 분들은 변호사를 선임하면 ‘변호사가 모든 걸 알아서 해주겠지’하며 소극적으로 임하는 분들이 계신데, 그러면 안 됩니다. 고객이 옷을 샀으면 입어 보고 어디 고칠 데 없나 살펴 보듯이, 클라이언트는 일단 사건을 위임했으면 변호사의 머리 속에라도 들어가겠다는 심정으로 변호사와 사건에 대해 솔직하고, 깊게 토의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금번 하와이 관련 평결이 난 후 매니지먼트회사 관계자가 “당연히 이길 소송인 줄 알았다”고 인터뷰한 대목을 봤습니다. 하와이 법정에 도착하는 비의 모습이 중계되면서 신성한 법원건물이 마치 콘서트장 같은 분위기로 연출되는 모습도 보았고, 일부 언론은 비(Rain)가 ‘콘서트 무산 이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증언한 것이 소송결과에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결과론적인 얘기에 불과하겠지요. 그 누가 재판 결과가 이렇게 나올 줄 알았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결론은 분명합니다. “당연히 이기는 소송”이란 건 없습니다. 그리고 자기 사건에 책임을 지는 사람은 변호사도 언론도 아닌 결국 자기 자신뿐입니다.
[추가: 위 포스트 이후 비측에서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위 소송비용 110만 달러는 금번 하와이 소송뿐만이 아니라 지난 번 비(RAIN) 상표권 분쟁 소송 비용까지 포함한 비용이라고 합니다. 200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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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ewon Kim님: 괜찮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여마님: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앞으로도 자주 방문해주세요.
반말로 해서 죄송합니다. 일단 카피 앤 페이스트하고 바꾸려고 했는데 안 되네요.
하와이 법원에 계약위반으로 피소된 가수 비(본명 정지훈ㆍ27)의 재판은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다.
단순히 피고인 월드스타 비 대 원고 클릭엔터테인먼트의 대결뿐만 아니라 이들을 대표하는 변호사들도 대형로펌 대 소규모 로펌의 대결이다.
비를 변호하는 존 크로커 변호사는 세계 36위의 대형로펌 홀랜드 앤 나이트(Holland & Knight) 소속으로 지적재산권, 특허법, 군법재판 송사전문 변호사다. 지난해 수입이 6억달러가 넘는 홀랜드 앤 나이트는 소속 변호사수만 1천명이 넘고 미국내 11개 도시에 걸쳐 21개의 사무실이 있다.
특이한 점은 크로커 변호사는 지난해 5월까지 역시 1천명 규모의 대형로펌 사이파스 쇼(Seyfarth Shaw) 소속이었는데, 이 로펌은 지난 2007년 6월21일 라스베이거스 연방법원에서 미국 음반사 레인 코퍼레이션이 제기한 ‘레인(Rain)’ 명칭 사용금지 가처분신청 기각을 이끌어낸 장본인이다.
크로커 변호사는 당시 비와 JYP 엔터테인먼트를 변호했던 한국계 이선우 변호사, 빅토리아 하오 변호사 등과 함께 지난해 5월 홀랜드 앤 나이트로 옮겨 비와의 인연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크로커 변호사와 함께 비의 변호를 맡은 하와이 현지 변호사 제니퍼 라이온스는 로카, 루이 앤 히라오카(Roeca, Louie & Hiraoka) 소속으로 이 로펌은 11명의 변호사가 소속된 하와이 민사소송 전문로펌이다.
반면 클릭엔터테인먼트 변호사는 단지 3명이 소속된 하와이의 소규모 로펌 에릭 사이츠 로펌(Eric A. Seitz A Law Corporation)의 대표인 사이츠 변호사로 버클리 로스쿨출신인 사이츠 변호사는 특이하게 상법이 아니라 민권법 전문 변호사다.
늘 감탄하며 읽고 있습니다. 문화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 할 수 있어서 많은 공부가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