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출판물이 디지털 파일 형태로 제공되는 eBook을 구매한 독자가 이를 다시 처분하는 게 적법한가요? 종이책을 구매한 후 헌책방에서 판매할 수 있는것 처럼 말이지요. 물론 digital data의 특성상 불법복제로 악용될 확률이 매우 높겠습니다만, 만약 eBook(또는 MP3)를 특정한 device와 network을 사용해서 폐쇄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 서비스 사용자들끼지 서로 매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중고판매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요?
[답변] 말씀하신 eBook의 (중고)재판매와 관련된 문제는 미국에서 많은 논의가 있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 직접적으로 eBook을 다룬 것은 아니나, 디지털 (음원)파일의 중고교환과 관련된 예전 포스트는 여기를 클릭바랍니다.
결국 이 문제는 저작권법상의 First Sale원칙이 책이나 CD같은 유체물을 넘어 디지털 파일과 같은 무형물에도 적용될 것이냐의 문제와 디지털파일을 제공하는 업체와의 서비스약관( User Agmt)상의 제한 문제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First Sale 원칙에 대하여는 여기를).
우선 First Sale 부분을 보면 디지털 파일의 경우에는 First Sale이 적용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인 것 같습니다.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디지털 파일의 속성상 해당 파일을 (매수자에게) 이전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내에서 ‘복제’가 수반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그 이유로 설명되어지곤 하지요. 종이책의 경우와는 분명히 차이가 나는 부분입니다. 디저털 파일의 중고 판매란, 말이 판매이지 “복제와 판매”의 무한 반복으로서 저작권자 입장에서는 불법 파일 공유 못지 않은 폐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결국 eBook과 같은 디지털 파일의 재판매 행위는 (저작권자의 별도 허락이 없는 한) 저작권 위반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겠습니다.
First Sale이 인정되더라도 거의 대부분의 서비스약관이 파일의 교환이나 매매를 금하고 있어 그 위반 문제도 제기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이런 부분들은 향후 기술개발이나 새로운 서비스 구조의 도입 등에 의해 해결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그와 같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OOO님께서 말씀하신 ‘상호 교환을 허용하는 폐쇄적 서비스”를 본다면, 이 경우 서비스 약관 위반 문제는 전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서비스약관이 그와 같은 행위를 허용한다 하더라도 서비스약관은 서비스제공자와 유저간의 계약이지 저작권자와의 계약이 아닙니다. 따라서 저작권자들이 따로 동의하지 않는 한 서비스제공자나 유저들이 ‘First Sale”을 내세워 저작권 침해 주장에 대항하기에는 여전히 쉽지 않은 문제가 남아 보입니다.
생각해보면 OOO님께서 말씀하신 서비스는 현재의 기술수준으로도 충분히 구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를테면 얼마 전 Amazon의 킨들과 관련하여 일어난 사건을 보면 그렇지요. 유저들이 아마존에서 구입하여 킨들에 저장해 둔 특정 eBook파일들이 이후 아마존측에 의해 원격으로 무단 삭제돼 버린 사건입니다. 그와 같이 아마존과 같은 eBook서비스 제공자들이 특정 device에 저장된 파일을 원격으로 통제, 관리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이 있다면, 이를 중고 파일 매매교환 서비스에 응용할 수도 있을테니까요(이를테면 아마존측에서 킨들 유저들을 위한 파일 교환 사이트를 운영하고 교환이 이루어지는 파일에 대하여는 양도자의 킨들에서 삭제처리하는 방식으로 말이지요). 그러나 아마존이나 여타 서비스업자들이 그와 같은 중고파일교환을 허용하게 되면 저작권자측에서 아마존에 파일을 공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디지털 파일에는 ‘중고’란 없지 않습니까. 저작권자의 입장에서는 중고판매라는 것이 결국에는 자신들의 수입감소로 직결되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참고로 킨들 사건은 유저들이 아마존을 상대로 계약위반등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이상의 내용이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기타 궁금한 내용은 언제든지 연락주시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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