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손담비 가요 따라 부른 여자 아이의 UCC는 저작권 침해 아니다”

작년에 가수 손담비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어느 여자 아이의 동영상(UCC)이 네이버 블로그에서 삭제 처리된 것을 두고 아이의 아버지(촬영 및 게시자)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NHN 사이에 벌어진 소송입니다.  음저협은 해당 UCC가 자신들이 관리하는 음악저작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였고, NHN은 음저협의 요청에 따라 해당 UCC를 삭제하였습니다.  이에 아이의 아버지가 자신의 UCC는 공정이용에 해당하므로 저작권을 침해한 바 없다며 음저협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 바로 이 사건입니다(이에 관한 예전 포스트는 여기를 클릭).

결론적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아이의 아버지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해당 UCC는 독자적인 저작물이고, 손담비 노래 저작물을 본질적으로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관련 기사에 소개된 법원의 판단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기사 원문은 여기를 클릭).

“해당 동영상은 우씨의 딸과 관련된 독자적인 저작물인 만큼 가수 손담비 음악의 상업적인 가치를 도용해 영리목적을 달성하고자 했다고 볼 수 없다”

“우씨의 딸이 노래 부르는 장면은 전체 동영상 가운데 15초 정도로 극히 짧고 그마저도 음정, 박자, 화음이 본래의 저작물과 상당 부분 다르다.  따라서 우씨의 동영상이 본래 저작물을 본질적인 면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UCC 형태로 제작된 해당 동영상 게시까지 제한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다양한 문화ㆍ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게 될 것이다”

한편 NHN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는 기각됐는데요, 법원은 “NHN은 저작권자의 요구가 있을 경우에는 저작물 게시를 중지시킬 의무가 있다.  NHN이 법령에 따라 해당 동영상 게시를 중단했고, 우씨에게 재개시절차도 안내한 만큼 온라인서비스 제공자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답니다.

저작권 침해를 부인한 법원의 판단 논거는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의 법리를 상당 부분 채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이용이란 타인의 저작물의 일부를 학술, 비평 등 비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서 저작권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저작권 침해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주로 미국법을 통해 발전되어 법리인데, 미국법상 공정이용(Fair Use)에 해당되기 위해서는 (i) 사용의 목적과 성격(상업적 목적이 있는지 아닌지, 저작물을 얼마나 변형하였는지-반드시 외형적 변경만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가능), (ii) 사용된 저작물의 성격(문제되는 저작물이 창작물의 성격을 지니는지 아니면 단순한 사실의 표현에 그치는지, 저작물이 공표된 정도는 어떠한지), (iii) 저작물이 사용된 정도, (iv) 저작물의 시장가치를 해하지는 않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됩니다.

우리 저작권법은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28조) 공정이용 법리의 적용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습니다.

위 사건에서도 법원은 해당 UCC의 제작 목적과 원저작물의 이용 빈도, 원저작물의 시장가치의 도용 여부 등을 고려하여 결과적으로 해당 UCC는 가수 손담비 노래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참고로 예전에 SBS의 어느 오락프로그램이 특정 영화 속 장면을 3분 간 방영한 것을 두고 그것이 공정이용인지 아니면 저작권 침해인지가 문제된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재판부는 공정이용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관련 포스트는 여기를 클릭)}

한편, 미국에서도 현재 비슷한 소송이 계속 중에 있습니다.  가수 프린스의 노래에 맞춰 춤추는 아이의 모습을 촬용한 동영상이 프린스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인지가 말이지요.  미국에서 매우 큰 논란을 일으킨 사건으로 사건의 내용이나 진행 경과가 금번 사건과 매우 유사합니다.  이에 대한 미국 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금번 판결은 비영리 목적의 UCC의 저작권 침해를 부인한 사례로서 블로거 등 인터넷이용자들의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숨통을 틀 수 있는 사례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반면 저작권자 입장에서는 공정이용 등에 대한 법적인 검토를 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으로 권리 침해 주장을 하고 나서는 것은 자칫 손해배상책임을 가져 올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위해 태어난 저작권이 현대에 이르러서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양상으로 과잉 주장되기도 하고, 일각에서는 타인의 저작물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이용하거나 언급하기만 해도 저작권침해에 해당되는 것이 아닌지 두려워하기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그와 같은 저작권과 표현의 자유 간의 긴장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법적인 고려가 바로 ‘공정이용’입니다.  일각에서는 이참에 공정이용의 법리를 법문화하자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오히려 그와 같은 주장은 “현 시점에서는 공정이용의 법리가 우리나라에서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뉘앙스를 풍기는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도 공정이용의 법리는 법전이 아니라 법원의 판결을 통해 확립되고 발전되어 왔습니다.  그만큼 법원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관련 소송에서 공정이용의 법리가 더 자주 주장되고 법원이 이에 대한 적극적인 판단을 해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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