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마이클의 15년 전속음반계약 사건에 대하여

그림 4얼마 전 팝가수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의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조지 마이클의 노래를 들으면 “세상에 이렇게 매혹적인 목소리에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가 또 있나” 싶은 생각이 절로 나는데요, 다큐멘터리 속에서 제 시선을 끈 부분은 그의 노래가 아니라 음반회사 소니(SONY)와 맺었던 전속계약에 관해 얘기하며 눈물을 흘리던 그의 모습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모르고 있었습니다만, 조지 마이클이라는 막강한 스타도 음반회사와 맺은 전속계약(엄밀히 말하면 음반계약이고,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전속계약과는 의미가 틀립니다.  다만, 특정 음반회사를 통해서만 음반 제작, 출시가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편의상 전속계약이라고 하겠습니다)을 놓고 ‘노예계약’이니 하며 법적 소송을 치뤘더군요.  지난 1994년의 일입니다.

조지 마이클이 ‘노예계약(slavery arrangement)’이라고 주장한 음반계약 사건의 주 내용은, 과연 “15년”이라는 계약기간이 유효인가(예, 그렇습니다. 15년입니다), 가수활동의 자유를 심각히 제한하는 불공정한 조항이 아닌가에 있었다고 합니다(물론 수입분배 이슈도 있었던 같습니다만, 이 부분 얘기는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합니다).

조지 마이클이 왜 그토록 소니와의 계약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음반사에 대한 “FAITH”가 없어서였을까요?  하지만 당시 ‘소니와는 일하고 싶지 않았다’는 취지로 얘기하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던 모습은, “아, 계약문제로 이 아티스트가 마음고생이 정말 심했겠구나, 그래서야 어찌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영국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요?  조지 마이클의 패배였습니다.  조지 마이클은 그토록 원하던 소니로부터의 “FREEDOM”을 얻지 못했지요.

법원의 판단근거를 두 가지 정도만 언급해보자면,  하나는, 조지 마이클이 음반사와의 수 차례 협상을 거치면서 음반계약을 수정해왔다는 점(따라서 계약기간에 관한 수정 기회가 있었다는 점, 또한 후속계약은 조지 마이클의 요청에 따라 그의 수입을 늘려주는 쪽으로 유리하게 변경되어 왔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15년’이라는 계약기간도 ‘공서양속'(public policy)에 반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후자에 관해 언급하면서 영국 법원은 다음과 같은 취지의 설명을 했다고 합니다:

“성공하지 못한 아티스트들의 비용을 커버하기 위해서는 계약 기간을 길게 잡을 수 밖에 없다는 소니의 주장은, 소니의 합법적인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합리적이고 그 필요성 또한 인정된다”

“가수와 음반회사 간의 협상력의 차이(inequality of bargaining power)라는 것도 어디까지나 상업적인 문맥에서 음미되어야 하고, 따라서 단순히 협상력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이 계약의 불공정성을 의미할 수는 없는 이치이다.  자고로 음반회사와 가수 간에는 언제나 그와 같은 협상력의 차이가 존재해 왔다”

“음반계약의 전속성(exclusivity)이라는 것도 양자간의 합의가 있는 한 서로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그에 관한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합의가 합리적인지는 계약 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결정하여야지 사후적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다”

“‘장기’간의 계약 혹은 ‘전속’계약이라는 것만으로 조지 마이클의 음반활동이 ‘제약’된다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소니와 조지 마이클 간의 음반계약은 결국에는 서로의 경제적 동기에서 체결된 것이기 때문이다.  즉, 영리를 추구하는 음반회사가 조지 마이클의 음반활동을 제한할 이유가 없다.  조지 마이클의 음반이 가능한 많이 팔리기를 바라는 음반회사의 기대이익은 법적으로 보호받아 마땅하다.  실제로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조지 마이클이었기에 음반사는 그의 음반활동을 극대화하고 있었다”

가수와 음반회사와의 계약관계를 흔히 말하는 ‘인정’이나 ‘예술창작활동’이 아니라 철저한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파악했다는 점에서 영국법원의 판단은 탁월해 보입니다. 특히 계약기간이 길더라도 어차피 음반회사는 가수의 음반활동을 통해 수입을 창출하는 입장이므로 계약기간이 길다는 점을 가지고 계약의 불공정성을 따질 수는 없다는 설명은 신선하게 느껴지네요.  우리나라에서의 소위 ‘전속계약 소송’ 또한 ‘노예계약’이니 ‘계약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서 효력이 없다는 주장’보다는 계약기간은 계약서에 적힌 대로 인정하되 계약관계 파탄에 이르게 된 경위가 가수와 음반회사 어느 쪽 책임에 따른 것인지, 즉 계약위반 사유가 있는지의 문제에 보다 집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그런 점에서 얼마 전 가수측의 계약위반을 지적하면서 전속계약 해지청구를 기각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가수 ‘붐’ 사건)은 참고할 만해 보입니다(물론 ‘붐’의 전속계약기간이 얼마로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말입니다).

한편 위 영국법원의 판단 중 전속기간이 길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첫 번째 부분의 언급은 우리 법원과의 시각 차이를 느끼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부분입니다.  이를테면 서울고등법원은 SM엔터테인먼트와 공정거래위원회와의 소송에서 “신인 가수 투자 비용이 막대하고 투자 위험이 높다고 해도 일반적으로 투자 위험은 투자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성공한 가수의 전속 계약 파기율이 높다고 해도 투자에 성공한 가수에게서 실패한 가수의 투자비용까지 회수하는 것은 지나친 손해배상 약정”이라고 밝혔다고 하는데요(관련 기사는 여기), 영국법원과의 시각 차이를 읽어 볼 수 있습니다.

여하튼, 조지 마이클은 소송에서 패소한 후 아티스트로서 침체기를 맞게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누구의 권유로 위 소송을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적을 권하는 친구의 “CARELESS WHISPER”(부주의한 속삭임)에 너무 귀를 귀울였던 탓일까요?  결과적으로 위 소송으로 조지 마이클이나 음반사인 소니나 모두 큰 손실을 입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어느 미국 변호사님의 설명처럼 양측을 대리한 변호사만 득을 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소송이 능사가 아니라는 말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특히 그런 것 같습니다.  작금의 동방신기 3인 소송도 염려되는 바가 많습니다.  어느 쪽이 이기든 그 뒷감당(?)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과연 양측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양측에 하고 싶은 말은…”DON’T LET THE SUN GO DOWN”….  너무 늦기 전에 원만히 화해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동방신기 사건 담당 재판장님께서 하신 말씀처럼 말이지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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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to 조지 마이클의 15년 전속음반계약 사건에 대하여

  1. chungwi says:

    알리아님, 의견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알리아님의 말씀이 만약 조지 마이클 사건을 가지고 동방신기 사건의 결론을 내리기에는 무리가 아니냐는 의미시라면, 맞습니다. 조지 마이클 사건을 동방신기 사건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비슷한 면은 있지만 계약내용도 틀리고 당자들간의 관계도 틀리고… 따져볼 부분이 많습니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사례인 것처럼 보이는데 결론이 달리 나온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이 문제를 법의 문제라기 보다는 가치관이나 시각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로 봅니다. 우리의 법조문은 명쾌하지만 (그리고 개정을 통해 더더욱 그러해지지만) 이를 해석하는 사람 입장에서 많은 결론의 차이를 가져오니 말이지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전속계약의 문제를 지나치게 개인(연예인)의 활동의 자유의 문제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획사등이 추구하는 비즈니스적인 needs에 대한 배려는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는데요, 영국법원의 판결은 비즈니스적인 입장(가수와 음반회사의 경제적 동기)에 충실한 해석을 하였고, 비록 외국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뮤직비즈니스가 발달한 영국의 어느 법원이 그런 판결을 내린 사례가 있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일종의 “인식의 균형”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 같아 소개한 것이었습니다.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가치관은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도 나름대로의 참고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오히려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음미되고 더 바람직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밑거름이 되어 왔습니다. 우리나라의 음반산업이나 시장이 더욱 산업화되고 합리화되면 언젠가는 영국법원이 취한 시각이나 가치관이 반영된 판결문이 나올 날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2. 알리아 says:

    15년전 기준으로 판단하는건 좀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그 후로 뉴키즈라든가 비슷한 사례들을 통해 법은 계속 개정되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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