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와 CJ인터넷 ‘마구마구’ 게임의 독점 라이센싱 계약 관련 분쟁과 미국의 American Needle 사건

요즘 야구게임시장에서는 CJ인터넷과 KBO가 체결한 선수 실명, 구단 엠블렌에 대한 ‘독점’ 라이센싱 계약을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경쟁사인 네오위즈게임(슬러거)측과 일부 팬들은 CJ인터넷과 KBO의 독점 계약이 야구게임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나 봅니다.

단순히 라이센싱 계약의 내용이 독점이라 하여 그것이 경쟁사에 대한 관계에서 불공정하다거나 위법하다고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네오위즈게임이나 일부 팬들의 입장은 CJ인터넷의 의도가 결국은 경쟁사를 ‘시장’에서 ‘배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품고 있어 보이는데요.  라이센싱의 대상이 된 선수의 실명이나 구단 엠블렘이 야구게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그와 같은 우려섞인 시각도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일부에서는 금번 독점계약의 내용이 기존 계약과 비교하여 별반 KBO나 선수측에 유리한 게 없다며 불공정성을 지적하고 있기도 합니다.  급기야 야구선수협회측에서는 독점 계약에 반발하며 KBO와 맺은 선수실명등의 라이센싱 위탁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나서는 형국에 이르렀더군요.

이와 같이 스포츠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의 공정거래법 위반 시비는 종전에도 여러번 있었지요.  과거 영화시장에서의 ‘부율’ 문제를 두고도 공정거래법 위반 시비가 붙었습니다.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시장이 산업화되고 커지게 되면 자연스레 제기될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금번 마구마구 사건의 독점 계약이 과연 공정거래법위반인지에 대하여는 이 자리에서 뭐라 결론을 말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계약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도 없거니와 공정거래법의 판단 기준이 되는 ‘시장’이나 ‘불공정성’ 내지 ‘경쟁제한성’ 등의 판단은 상당히 다양한 판단요소에 기초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자리에서는 아무래도 우리보다는 스포츠게임산업이 발달한 미국에서의 예만 몇가지 언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에서도 현재 우리나라와 유사한 분쟁이 소송 중에 있습니다.  이름하여 American Needle 사건인데요, NFL이 구단 엠블렘등을 이용한 의류제작 라이센싱을 리복사에게만 준 것을 두고 경쟁사인 American Needle이 공정거래법위반이라며 제소한 사건입니다.  항소심까지는 American Needle의 패소했고, 다만 얼마 전 연방대법원이 American Needle의 상고를 허가하여 현재 심리 중이라고 합니다.  제가 미국변호사는 아니어서 정확히 말하기는 힘들지만, 관련 기사들을 보면 미국 법조계에서는 연방대법원이 상고를 허가한 것을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그 이유는 종래 NFL과 같은 구단협회는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확고한 판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요.  과연 연방대법원이 이번에 그 원칙을 변경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것이라고 하네요. (그러나 적용대상이 된다고 하여 곧바로 공정거래법위반이라는 얘기는 아니겠지요)

이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작년인가요?  MLB가 야구카드의 제작권을 Topps사에게 독점적으로 부여함으로써 공정거래법위반 논쟁이 일었습니다.  아직 경쟁사들로부터 소송이 제기되지는 않았으나 앞서 말한 American Needle의 사건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합니다.

가장 비슷한 사례로는 지난 2004년 NFL과 EA사 사이에 체결된 독점 라이센싱 계약 건이 있겠네요.  독점 계약 이후 EA사의 게임 가격이 상승하는 반면 게임 개발에는 소홀하다는 게임 유저들의 불만 속에, 바로 작년에 일련의 게임 유저들이  EA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고 합니다.  청구원인 중에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아직 소송 진행 중입니다.

금번 마구마구 사건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야구선수협회의 입장입니다.  사실 예전 포스트에서도 언급했었지만, 현재와 같이 KBO가 야구선수들의 실명 기타 퍼블리시티권을 위탁받아 관리하는 것은 상호간의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이상훈 선수가 이 문제를 언급하며 KBO측의 불투명한 업무처리를 지적했었는데요.  금번 CJ와의 계약에서도 KBO가 자신의 위임자라 할 수 있는 선수협회와 충분한 협의를 거쳤는지, 혹은 사후적으로 계약내용이 선수들에게 제공되었는지 확인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구단 엠블렘 등은 KBO의 소유이므로 KBO가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겠으나 선수실명과 같은 선수 개개인의 권리에 있어서는 KBO는 선수들로부터 위탁을 받아 업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불과하므로 어디까지 ‘선수들의 이익’을 위하여 업무를 처리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KBO 자신의 이익과 ‘선수들의 이익’이 반드시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지요.  일례로서 KBO나 일부 언론이 내세우고 있는 것과 같이 ‘CJ가 한국 야구리그의 스폰싱 업체라는 점’은 KBO의 이익이 될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이 곧바로 선수들의 이익과 직결된다고 볼 수는 없겠지요.

예전 포스트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미국 NFL에서는 NFLPA(NFL소속 선수들의 퍼블리시티권을 관리하는 단체)가 EA사와 게임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하면서 은퇴 선수들은 의도적으로 게임에 포함시키지 않는 내용으로 계약한 것을 두고 은퇴한 선수들이 NFLPA의 계약위반 책임을 물어 2,800만불의 손해배상평결을 받아 낸 사례가 있습니다.  NFLPA가 은퇴선수들의 권리를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오늘 뉴스를 보니 이번에는 PC방 업주분들께서 독점 계약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하더군요.  하나의 사건을 두고 이렇게 여러 당사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근거없는 흠잡기 정도로 치부하려는 시각도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외국에서도 다 독점계약하는데 무슨 문제냐’는 식의 지적은 (앞의 분쟁사례에서도 봤듯이) 맞는 말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우리나라 게임시장에서 발생한 이번 일을 두고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밝히는 것도 하나의 성숙의 과정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구조적인 문제점을 찾아내고 이를 시정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2010. 5. 26. : 미국 연방대법원이 아메리칸 니들의 상고를 인용하였습니다.  관련 소식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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