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운동선수의 이미지를 비디오 게임에 사용하는 경우의 퍼블리시티권 침해 문제 – NFL의 전설 Jim Brown, Madden NFL에 자신의 이미지가 무단 이용되었음을 이유로 EA와 Sony를 상대로 소송제기

며칠 전 미국에서 흥미로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은퇴한 미식축구 선수 Jim Brown이 “Madden NFL”의 제작사인 EA(Electronic Arts)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 제조사인 Sony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인데요, Jim Brown은 EA가 위 비디오게임에 자신의 이미지를 무단 이용하여 자신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답니다(관련기사는 여기를 클릭).  JIm Brown은 5, 60년대 런닝백으로 이름을 날렸던 선수로서, 미식축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하였습니다.

위 Madden NFL에는 “Real Old School Teams and Players“라는 파트에 “All Browns Team”이라는 팀이 있고, 그 팀 소속 선수 중에 “백넘버 32, 포지션 런닝백의 근육질의 흑인 선수”가 있는데, jim Brown은 바로 이것이 자기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디오게임의 제작자가 유명인의 이미지와 유사한 캐릭터를 사용하려면 사전에 동의를 얻어야 함이 원칙입니다.  그 유명인에게는 퍼블리시티권이라는 것이 인정되기 때문이지요(퍼블리시티권의 설명에 대하여는 여기).

위 사건에서  EA가 “Jim Brown”의 이름을 명시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백넘버 32번의 흑인선수를 표시한 것에 불과한 것이지요.  따라서 소송에서는 게임상의 흑인선수가 JIm Brown의 이미지(identity)를 표현/연상시키는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 포스트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퍼블리시티권이 보호하는 동일성(identity)이란 매우 광범위한 개념입니다.  단순히 이름뿐이 아니라 어느 누군가를 지칭하거나 연상케 하는 모든 것이 포함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요.

미국의 사례를 예로 들어 들어볼까요?  미국 법원은 유명 카레이서가 운전하는 차의 특징적인 외관과 유사한 자동차를 실은 담배회사의 광고가 카레이서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고 보았고(동 사례에서 광고 속의 자동차는 실제 자동차의 넘버 “11”을 “71”로 바꾸긴 하였지만, 법원은 그것만으로 동일성이 부인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음), 어느 잡지사가 “흑인 남자 권투선수가 양 손을 테이핑하고 팔을 벌려 로프에 기댄 채 링 코너에 앉아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을 실은 것을 두고 전설적 권투선수인 “알리”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본 예도 있습니다(동 사례에서 법원은 그림 속에 “The Greatest”라는 설명이 붙어 있는 것을 주목하여 그 그림이 알리의 이미지라고 보았던 것입니다.  “The Greatest”는 알리가 생전에 자신을 부르던 호칭이었지요).

JIm Brown의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EA와 SONY측에 가장 부담이 되는 부분은 아마도 문제의 “백넘버 32, 흑인 런닝백”이 속한 팀 이름이 다름 아닌 “All Browns Team”이라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팀 이름 자체가 명예의 전당에도 오를 정도의 명 런닝백 ‘Jim Brown’을 암시하고 있으니 말이지요.  Jim Brwon의 입장에서는, 만약 그 “흑인 선수”가 Jim Brown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를, 무슨 이유에서 “Real Old School Teams and Players“에 포함시킨 것인지 밝히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즉 “백넘버 32의 런닝백 흑인선수”가 Jim Brown 혼자만은 아니겠지만, 비디오게임회사가 제작하는 게임 속 ‘은퇴한 선수들의 팀’에 뽑힐 만한 “Brown”이라는 이름의 선수가 또 누가 있느냐는 것이지요).

한편 동일성 인정여부 내지 크게 보아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인정하는 데 있어서는 “표현의 자유”라는 이슈도 적잖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법원은 최근 들어 퍼블리시티권이 문제되는 사안에서 “표현의 자유(이른바 first amendment)”를 들어 퍼블리시티권 주장을 배척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지난 번 Sega의 유명 비디오 게임 “스페이스 채녈 5″의 등장 캐릭터가 모 가수의 이미지를 흉내내어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은 아닌지 문제된 사건에서(관련 포스트는 여기), 미국 법원은 “비디오게임은 상업물이긴 하지만, 창작물로서 보호될 수 있고, 만약 비디오게임의 제작자가 유명인의 이미지와 유사한 캐릭터를 사용하였다 하더라도, 문제가 되는 유명인의 이미지(동일성)에 무엇인가 새로운 표현이나 이미지, 메세지를 부가하여 이를 변형한 경우에는 이는 독자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표현물이고 따라서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본 사례도 있습니다.

사실 미국에서 프로 운동선수와 비디오게임 업체 간에 퍼블리티권에 관한 소송이 발생하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각각의 프로운동선수 협회가 게임업체와 소속선수들의 성명, 이미지 등에 관한 라이센싱 계약을 주관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Jim Brown과 같은 은퇴선수들의 경우 그가 활동하던 당시에는 그러한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고 하네요.  이는 마치 현재 미국의 아마추어 선수들이 처한 경우와 유사하다고 합니다(미국 아마추어 선수 협회의 경우 선수 개개인의 성명, 이미지 등에 관한 권리는 위탁 관리하고 있지는 않다고 합니다.  또한 ‘아마추어리즘’에 입각하여 선수들이 광고 등 자신의 이미지를 활요하여 수입을 거두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요.  그런 관계로 일부 업체들이 아마추어 선수들의 이미지를 도용한 상품(티셔츠나 모자)을 판매하더라도 협회는 그에 관한 권리가 없어서, 선수는 자신의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법적 지식이 없어서, 별다른 조치를 취해오지 않고 있고, 이는 향후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들을 통해 이슈화가 될 부분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 사건은 퍼블리시키권의 성립요건 중의 하나인 “동일성”의 인정요건에 관한 의미있는 선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물론 당사자간의 settlement가 없는 경우에나 그러겠지요?).  만약 이에 대해 미국법원이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판단한다면, 지난 번 판타지 스포츠 게임 사건에 이어 스포츠 비니지스 업계에는 엄청난 혼돈(?)이 초래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세요?  미국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맇지 주목해봐야 겠습니다.

[후기: 위 사건에 대해 미국 LA법원은 짐 브라운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2009.10.8.)]

© 2008 정원일 변호사. All rights reserved. Some copyrights, photos, icons, trademarks, trade dress, or other commercial symbols that appear on this post are the property of the respective owners.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