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퍼블리시티권 분쟁 사례 – 최경주 선수와 우리은행 알바트로스 정기예금상품 사건

최근 흥미로운 퍼블리시티권 분쟁 사례가 있어 간략히 언급해 보기로 합니다.  우선 프로골프 최경주 선수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난 해 5월 우리은행은 ‘알바트로스’ 정기예금상품을 내놓으면서 “한국 국적 골프선수가 세계 4대 메이저 골프대회에서 우승하면 보너스 금리를 지급한다”고 선전한 것이 최경주 선수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법원에 소송이 제기된 것이었지요(정기예금상품 관련 보도는 여기를 클릭).  최경주 선수 측은 “현실적으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는 선수는 최경주 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전 허락을 받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는 것을 퍼블리시티권 침해의 근거로 주장했다고 합니다.  결국 위 소송은 우리은행이 최경주 선수에게 1천만원을 지급하고 화해하는 것으로 종결되었습니다(관련기사는 여기를 클릭).  다만 위 사건은 당사자간의 “화해”로 종결된 것이지 법원의 판결에 기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일부 언론이 “최경주 선수가 퍼블리티권 침해를 이유로 1천만원을 배상받았다”는 표현은 잘못 된 것입니다.  마치 최경주 선수측의 주장이 법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처럼 읽히니 말이지요.  그보다는 “퍼블리시티권 분쟁을 1천만원 지급 조건으로 합의했다”고 표현하는 게 적절합니다.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이란 “자신의 성명, 초상 등의 동일성(identity)을 상업적으로 이용,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말하는데,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i) 특정인에 대한 동일성이 (ii) 본인 허락없이 (iii) 상업적으로 이용돼 (iv) 일반대중이 그 동일성이 특정인을 지칭함을 인식할 수 있는 경우라야만 합니다는(퍼블리시티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여기를 참조).

eab7b8eba6bc-7그런데 최경주 선수 사건의 경우에는 우리은행이 예금상품을 내놓으면서 사용한 표현, 즉 “한국 국적 골프선수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면”이라는 부분이 과연 최경주 선수를 지칭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즉 우리은행이 최경주 선수의 동일성(Identity)을 이용했다고 볼 수 있는지가 확실하지 않은 것이지요.  물론 퍼블리시티권 침해의 요건이 되는 “동일성”은 최근 들어 그 인정범위가 넓혀지고 있는 것이 추세이기는 합니다(이와 관련된 미국 사례는 여기를 클릭).  하지만 해외 골프대회에서 활동하는 “한국 국적 선수”가 최경주 선수뿐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현실적으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는 선수는 최경주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주장도 확실한 근거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와 같은 “현실적 가능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주관적이고 가정적 주장에 해당되니 말이지요.  무엇보다도 “한국선수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경우”와 “최경주 선수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경우”는 전혀 다른 의미입니다.  우리은행과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은행이 “한국국적 선수”라고 명시한 이상, 최경주 선수 이외의 한국선수가 우승하는 경우에도 보너스 금리는 반드시 지급되어야 하니 말이지요.  확률적으로도 “한국국적의 선수”라고 명시하는 것이 우승확률, 바꿔 말하면 보너스금리 지급 위험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이런 생각이 단순히 논리적인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는 이유는 바로 얼마 전 한국의 또 다른 프로골프 선수인 양용은 선수가 미국 PGA 혼다 클래식에서 우승하는 등 최경주 선수 말도고 메이저대회 우승 가능 선수군에 속하는 한국선수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결국 사견으로는 “한국 국적 골프선수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면”이라는 광고문구를 놓고 그것이 최경주 선수의 퍼블리시티를 이용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은가 합니다.  (그게 아니라 “미국 PGA 투어 우승경력이 있는 한국 남자 골프 선수”라거나 최경주 선수의 닉네임인 “탱크”를 명시하거나 관련 이미지를 게재하였다면 달리 볼 수 있겠지요)  그와 같이 장래 성취 여부가 불확정적인 사실은 “(추상적인) 장래의 경기기록”에 해당하여 공공의 영역(Public Domain)에 속하는 것이어서 저작권이나 퍼블리시티권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반론도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프로 미식축구 선수들의 개인 경기기록을 이용한 판타지 스포츠 게임이 해당 선수들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은 아니라는 연방대법원 판결이 있었습니다(이에 대한 설명과 우리나라 법원의 유사 판결례에 대하여는 여기를 클릭).  최경주 선수 사건에서 우리은행 관계자가 “최근의 정기예금상품이 KOSPI200지수나 CD금리, 해외지수 등 특정지표와 연계돼있어 일반고객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이 예금은 고객이 이해하기 쉽고 스포츠경기와 접목해 즐길 수 있게 만든 금융상품”이라고 인터뷰하고 있는 것을 보면(위 관련기사 참조), 최경주 선수 사건과 미국의 판타지스포츠 사건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eab7b8eba6bc-8한편 최경주 선수 사건은 작년 말 헤비메탈 그룹 Guns N’ Roses와 음료수 회사(Dr. Pepper Snapple Group Inc.) 간의 광고 분쟁을 연상케합니다.  Dr. Pepper사는 자신의 음료 닥터 페퍼(Dr. Pepper)를 광고하면서 “건즈 앤 로지즈의 새앨범이 2008년도 안에 발매되면 미국시민들에게 Dr. Pepper를 무료로 드리겠다”는 광고를 내보냈는데요, 아마도 Dr. Pepper사는 17년 간이나 새앨범 발매를 미뤄오고 있는 건즈 앤 로지스가 2008년 안에 앨범을 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판단 하에 이를 홍보에 이용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건즈 앤 로지즈가 작년 11월 말에 새앨범 Chinese Democracy를 극적으로 발매하면서 문제가 생겼는데요.  건스 앤 로지스 측의 변호사는 언론을 통해 Dr. Pepper사의 광고는 건즈 앤 로지스의 퍼블리시티를 무단 이용한 불법적인 광고이며 그로 의해 자신들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며 공격하였습니다(건즈 앤 로지스 측은 Dr. Pepper사의 사과광고, 무료 음료 제공 약속의 이행, 적절한 보상 등을 요구했습니다.  담당 변호사가 Dr. Pepper사에 보낸 공문은 여기를 참조).  이 사건은 Dr. Pepper사가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 음료 쿠폰을 발매하는 수준에서 일단락되었습니다.  (건즈 앤 로지스 사건의 경우에는, 음료광고 문구에 “건즈 앤 로지스”라는 그룹 명칭이 명시적으로 사용됐므로 최경주 선수 사건의 경우와는 달리 퍼블리시티권 침해의 요건인 “동일성의 이용”을 충족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퍼블리시티권의 보호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핵심 중의 하나라 할 것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한 권리 주장이 정당한지의 여부는 개개의 사안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장차 법원으로부터의 여러 판결례가 축적되어 가면서 일응의 판단기준들이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요즘 들어서는 연예인이나 프로운동선수들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회사들이 소속 연예인등의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하고자 한층 강화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와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유명인의 이름이나 이미지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사전에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의 자문을 받고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 유명인측으로부터 사전허락을 받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후기] 위 글을 쓰고 난 후, 실제로 “한국 국적 골프선수가 미국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우리은행이 보너스금리 지급조건으로 내세운 일이 현실화 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 장본인이 누군지 아십니까?  양용은 선수입니다.  최경주 선수가 아니고 말이지요.  (바로 오늘 양용은 선수는 미국 PGA 챔피언쉽에서 타이거 우즈 선수를 꺾고 우승했답니다)  “현실적으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는 선수는 최경주 밖에 없다”고요?  그건 결코 아니었네요.  최경주 선수의 실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와 같은 “메이저 우승 한국 골프선수”의 이미지는 어느 선수 한 명이 독점할 수는 없는 이치입니다.  퍼블리시티권이 성립한다고 보기는 더더욱 어려운 것이고요.  후일담에 불과하겠습니다만, 당시 법원이 양측에 ‘1천만원의 지급’을 제안한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소송에서 법원이 화해나 조정을 권하는 것을 뭐라 탓할 수는 없습니다만, 단순한 ‘돈문제’가 걸린 사안이 아니라 누가 옳고 그른가의 문제를 다투는 사건에서, 또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선례가 될 만한 사간에 있어서 짐짓 화해나 조정을 권유하는 것은 또 다른 사법불신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처럼 ‘퍼블리시티권’이라는 비교적 국내에서는 생소한 법리를 다투는 사건도 그렇습니다.  물론 양용은 선수가 우승하였다고 해서 이 사건의 결론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 ‘사법불신’이라는 말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지나친 비약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당시 언론사들이 “최경주 소송에서 승리”, “법원, 최경주의 손을 들어줘”라는 제목을 단 기사들을 인터넷상에 도배했었음을 상기해 보면 자칫 위 사건이 대중들에게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그릇된 이해를 안겨주지 않았을까 염려되기도 합니다. (2009.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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