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리그는 누구의 것인가 – 스타리그를 두고 대회 주최측과 게임 저작권자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분쟁에 대하여

흥미로운 사건입니다.  솔직히 말해 스타크래프트 한 번 해 본 적 없는 필자이고, 가끔 케이블 채널을 돌릴 때마다 우주비행사 같은 복장의 선수가 컴퓨터로 스타크래프트 대전을 벌이고 관중들은 대형 스크린 앞에서 열광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그저 “신기하다”는 생각만 들었었는데, 최근 스타크래프트의 게임 토너먼트라 할 수 있는 “스타리그”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게임사(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와 주최측(한국e스포츠협회) 간의 갈등은 더더욱 “신기하다”라는 생각을 들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잘 나가던 국내 스타리그에 청전벽력과 같은 일이 생기게 된 것은 STARCRAFT의 제작사(저작권자)인 미국의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스타크래프트 토너먼트에 대한 개최 및 방송에 대한 독점권”을 주장하며 한국e스포츠협회의 스타리그 개최에 제동을 걸면서부터였습니다.  여기에 블리자드측에서 국내 스타리그에 관한 권한을 그레텍(곰TV)에게 부여했다고 전해지면서 업계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관련 기사는 여기, 여기).

전반적인 여론은 한국e스포츠협회측에 그리 우호적인 것 같지 않습니다.  저도 이 자리에서 누구의 편을 들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만, 한 가지 호기심 섞인 의문은 들더군요.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놓고 벌어지는 토너먼트를 여는 것이 저작권 위반인가?  게임의 저작권자만이 그 게임을 이용한 토너먼트를 열 수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한 저의 생각은 “저작권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체스 대회는 체스 제조사의 승낙 없이는 열 수 없다거나, 탁구 대회는 탁구대 제조회사의 승낙 없이는 열 수 없다고 보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게임이란 play되기 위하여 제조, 판매된 것이고 구매자들이 이를 어디에서 어떻게 play할지(집에서 할지,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 할지, 혼자서 할지 대전형식으로 할지)는 이용자가 알아서 선택할 일입니다.  따라서 게임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토너먼트를 열거나 아니면 누군가가 상금을 걸고 대전자를 모집하여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게임을 즐기는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 있습니다(다만 상표권 침해 여부는 별론으로 합니다).

저작권법적으로는 이 문제를, 과연 그와 같은 게임 토너먼트가 저작물의 공연(public performance)에 해당하여 저작권자의 동의없이는 불가능한 것 아닌가의 관점에서 볼 수 있을텐데, 미국에서는 공연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또한 가사 공연이라고 보더라도 공정이용에 해당하여)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판례가 있었습니다(다만 동 사건은 비영리 목적으로 주최된 게임 토너먼트에 대한 것이어서 공정이용의 판단에 있어서는 다른 결론이 내려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게임 토너먼트가 저작물의 공연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우리 저작권법상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표된 저작물의 공연’ 또는 ‘반대급부 없는 판매용 영상저작물의 공연’에 해당되어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습니다.

게임 토너먼트를 TV나 인터넷으로 중계방송하는 부분도 기본적으로 비슷한 얘기가 될 것입니다.  즉 원칙적으로는 토너먼트 주최측이 (토너먼트에 도구를 제공한 게임사가 아니라) 방송중계권을 갖는다는 걸로 말이지요.  다만 컴퓨터게임처럼 게임 플레잉 화면 자체를 방송으로 송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는데요, 이 부분에서는 과연 그와 같은 방송 내지 전송이 공정이용에 해당되는지도 하나의 이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마치 판타지야구게임에 메이저리거들의 실명을 사용한 것이 선수들의 퍼블리시티권에 저촉될 수는 있으나 그보다는 게임제작자의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어야 한다고 본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단처럼 말입니다).

그렇다고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한 게임 토너먼트를 개최함에 있어서 저작권자를 완전히 배제해도 상관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실제로 많은 경우가 그렇듯이 저작권자와의 협조 내지 협찬 아래 토너먼트를 개최하는 것이 서로에게 득이 되는 경우가 훨씬 많고 그 과정에서 저작권자(또는 상표권자)에게 소정의 대가(금전적인 것이든 무형적인 것이든)가 지불되는 것이 일반적일 것입니다.  작금의 스타리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놓고 보면 아마도 양측은 이런 점에 있어 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한 듯합니다.  그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스타크래프트는 ‘공공재’이므로 아무렇게나 사용해도 무방하다”라고 주장하거나, “스타리그는 내 허락없이는 열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도를 넘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 2010 정원일 변호사. All rights reserved. Some copyrights, photos, icons, trademarks, trade dress, or other commercial symbols that appear on this post are the property of the respective own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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