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게임의 캐릭터가 유명인의 이미지와 유사한 경우의 퍼블리시티권 침해 문제-Sega의 “스페이스채널5″와 표현의 자유

90년대 retro funk 밴드 디라이트(Deee-Lite)의 여성 리드싱어인 Keirin Kirby(Lady Kier라고도 불림)는 독특한 헤어스타일, 의상으로 인기를 끌었던 인물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캐치프레이즈 “ohh la la”로도 유명하지요.

그런 그녀가 2003년경 미국에서 일본 비디오게임 업체인 세가(Sega)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유는 세가의 비디오 게임 “스페이스 채널 5″(이하 “sc5”)에 나오는 “울랄라(Ulala)”라는 캐릭터가 자신의 이미지(동일성)를 무단 사용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그녀는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비디오게임에 나오는 “울랄라”양은 Kirby와 무척이나 흡사합니다(Kirby의 이미지는 여기를, ‘울라라’양의 이미지는 여기를 클릭하세요).  복고풍의 머리스타일, 의상, 높은 구두굽.  게다가 이름까지 Kirby의 캐치프레이즈인 “ohh la la”와 흡사합니다.  Kirby를 더욱 흥분하게 하지 않을수 없었던 것은, 세가측에서 위 비디오게임을 제작하기 전에 Kirby에게 Kirby의 이미지를 게임에 사용할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을 했었다는 점입니다.  Kirby는 이를 거절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자신과 비슷한 이미지의 캐릭터가 게임에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에 대하여 Sega측은 자신들이 제작한 게임 캐릭터는 Kirby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전혀 다른 것이고, 비슷하더 하더라도 이는 표현의 자유의 측면에서 보호됨이 마땅하다고 다투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캘리포니아 항소법원은 “SC5의 캐릭터 ‘울랄라’는 Kirby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며 Sega측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이 사건의 중심에는, 지난 번 post에서도 언급했듯이, 과연 퍼블리시티권과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어떻게 그을까 하는 점에 있었습니다.  유명인인 Kirby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동일성(이미지)이 타인에 의해 무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고 싶어하는 것이고, 비디오게임 제작자인 Sega의 입장에서는 비디오게임이라는 창작물에 대한 자신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고 싶어 하는 것이지요.

이에 대한 미국법원의 입장은 어떨까요?

우선 미국 법원은 비디오게임이 상업물이긴 하지만, 창작물로서 보호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한 후, 만약 비디오게임의 제작자가 유명인의 이미지와 유사한 캐릭터를 사용하였다 하더라도, 문제가 되는 유명인의 이미지(동일성)에 무엇인가 새로운 표현이나 이미지, 메세지를 부가하여 이를 변형한 경우에는 이는 독자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표현물이고 따라서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비록 커비와 울랄라 사이에 유사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Sega가 창조한 ‘울랄라’라는 캐릭터를 자세히 보면 그 외모나 의상, 춤동작에 있어 Kirby에게 볼 수 없는 새로운 면이 있고(즉 Kirby의 이미지가 독창적으로 변형되어 있고), 이는 비록 그것이 상당 부분 Kirby의 이미지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하나의 독자적인 창조적 표현으로서 보호받아 마땅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Kirby는 비록 Sega가 새로운 표현을 부가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캐리커쳐, 풍자, 패러디와 같은 수준에 이르지 못한 이상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법원은 퍼블리시티권 주장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서의 표현의 자유가 인정되기 위해 반드시 ‘풍자나 패러디’의 수준에 이를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라며 이를 기각하였습니다.

결국 위와 같은 미국 법원의 판단은, 퍼블리시티권 침해의 한 요건인 “(유명인의) 동일성이 인정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유명인의 동일성(이미지)를 이용하면서도 원래의 이미지(동일성)과 구별될 수 있을 독창적인 표현이 가미된 경우에는 양자간의 동일성 연결을 부인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점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퍼블리시티권 침해 분쟁에서도 참고가 될 것입니다.  퍼블리시티권을 주장당하는 쪽에서는 자신들이 원래의 이미지와 얼마나 구별될수 있는 독창적인 이미지를 부가하였는지를 충분히 설명하여야 할 것입니다.

비디오게임 업체나 기타 유명인의 이미지를 참고하여 이를 자신의 사업에 이용하려는 측에게 주는 교훈도 있습니다.  유명인의 이미지를 사용하려면 무엇보다도 미리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의 자문을 받고 유명인으로부터 사전 동의를 서면으로 받아둠이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나 만약 그와 같은 동의를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유명인의 이미지에 상당한 변형(transform)을 가하는 데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를 뒤집어 얘기하면, 그와 같은 변형물이 어느 정도 유명인의 이미지와 중복되더라도 퍼블리시티권의 침해는 되지 않게 되고, 그 만큼 표현의 자유는 더 보호받을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에 대하여는 과연 “어느 정도”의 변형을 가하여야 독자적인 창작물로서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미국 법원의 입장을 비판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러나 법이라는 것이 언제나 ‘칼로 무 베기’ 식일 수는 없는 것이지요.  적어도 위 판결이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유명인들의 퍼블리시티권 주장에 제한을 가하려 했다는 점은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고 향후 우리나라 실무에서도 많이 참작되어야 할 부분으로 생각됩니다.

© 2008 정원일 변호사. All rights reserved. Some copyrights, photos, icons, trademarks, trade dress, or other commercial symbols that appear on this post are the property of the respective own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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