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축구 구단이 자산유동화를 한다고요? 자산유동화(ABS)를 통한 축구 구단의 자금 조달 사례

요즘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인기, 참 대단하지요? 어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와 아스널(Arsenal) 클럽 간의 빅 매치가 있었습니다만, 그라운드에서 뛰는 두 클럽 선수들의 인기와 몸값, 전세계 축구팬들을 텔레비전 앞에 앉게 만드는 흡인력을 생각하면 과연 그들을 보유하고 있는 클럽들은 참으로 거대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아닐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의 수입이 상당하다는 것은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습니다만, 반면 나날이 치솟는 선수들의 몸값, 노후한 축구장을 보수하고 새로 짓는 비용, 마케팅 비용, 기타 운영비 등등등… 프리미어리그 클럽들도 여느 비즈니스 기업과 마찬가지로 자금조달에 대한 수요를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미국의 자본들이 프리미어리그 구단을 LBO(Leveraged Buy Out) 방식으로 인수하면서 재정난에 허덕이는 구단도 적지 않다고 하는데요.

문제는 그와 같이 구단의 재무상태가 악화되면 악화될수록 기존의 전통적인 자금조달방식(이를테면 은행권으로부터의 대출이나 사채/신주 발행 등)은 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되는 경우까지 생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자, 그렇다면 현재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은 어떤 방식으로 사업자금을 조달할까요? 호나우두(C. Ronaldo) 선수의 무회전 프리킥처럼, 뭔가 새로운 자금조달기법이 있지 않을까요?

오늘 소개할 내용은 바로 프리미어리그 축구 클럽의 자산유동화를 통한 자금조달 사례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요?  아래에서 하나씩 차근차근 얘기해보겠습니다.

1. 자산유동화가 무엇인가요?

자산유동화란 기업이 보유하는 자산을 유가증권, 기타 채무증서의 형태로 전환하는 일련의 행위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자산을 보유하는 기업(자산보유자)이 유동화 대상 자산을 특수목적법인(SPC/SPV)에 양도하고 SPC는 동 자산을 기초로 하여 유동화증권, 사채, 기업어음 등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한 다음 동 자금으로 자산보유자에게 양도대금을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자산유동화를 통해 기업(자산보유자)은 기본자산으로부터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장기간의 상환구조로 변환시키고, 그와 같은 기본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증권을 발행함으로써 ‘조기에’ ‘거액의 자금’을 ‘일시에’ 조달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테면 “장래 5년간의 매출채권”을 유동화하는 경우 기업은 5년 동안 분할된 수입을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얻는 데 그치지만, 위 채권을 유동화시키면(즉 위 5년치 매출채권을 SPC에 양도하고 대신 양도대금을 받으면) 장래 5년간의 매출채권 수입을 일거에 (물론 일부 할인된 수준에) 취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기존의 전통적 자금조달 방식에 비해 금융비용이 적게 들고, 재무구조도 개선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산유동화에서는 왜 자산을 SPC에 양도하는 구조를 취하는 것일까요?  이는 자산보유자의 파산 등 신용위험으로부터 유동화자산을 분리(절연)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즉, 유동화자산을 SPC에게 양도하여 SPC의 재산으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자산보유자가 파산하더라도 유동화자산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도록 하기 위함인 것으로서, 이는 자산유동화 거래의 핵심입니다(즉 자산유동화는 자산보유자의 신용도가 아니라 특정 자산의 담보력/신용도를 가지고 자금조달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자산양도방식을 취함으로써 유동화자산을 기초로 발행되는 유동화증권의 신용도가 높아지게 되고(신용도를 판단함에 있어 자산보유자의 신용위험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는 얘기), 그 결과 금융비용도 낮출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2.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은 자산유동화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자산유동화는 일반적으로 금융권이나 제조업체 등에서 주로 사용하여 왔으나, 최근에는 음악이나 영화, 스포츠 관련 산업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추세입니다{음악과 관련하여서는 데이빗 보위(David Bowie)가 자신이 보유하는 장래 로열티 수입을 유동화자산으로 하여 자산유동화를 성공시킨, 소외 보위 본드(bowie bond) 사례가 최초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보위 본드에 대하여는 나중에 다시 설명드릴 기회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구단의 경우 우선 유동화에 적합한 자산을 찾아야 되는데, 현재까지 주로 사용된 것은 바로 “경기장 입장료 수입”이라고 합니다.  입장료 수입이 구단의 가장 주된 수입이니까요.  그러나 자산유동화가 가능하려면 유동화자산이 “양도” 가능한 것이여야 하는데, ‘입장료 수입’을 양도한다는 게 도대체 가능한 일일까요?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드릴 외국 논문은 이에 관해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동 논문에 따르면,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이 행한 자산유동화는, 정확히 말하면 “구단의 홈 경기장을 양도”하는 방식과 “대출채권을 유동화(양도)”하는 방식을 혼합시킴으로써 간접적으로 “입장료 수입을 유동화”시킨 것으로 이해됩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간단히 설명하면, (i) A라는 축구클럽이 자신이 소유하는 (또는 신축예정인) 홈구장을 SPC1에 양도하고, 그와 동시에 A는 SPC1로부터 동 구장을 임대하여 사용하며, (ii) 별도로 설립된 SPC2가 홈구장을 소유하는 SPC1에게 대출을 하고 SPC1은 동 대출금을 가지고 A에게 홈구장 매매대금을 지급합니다.  한편 (iii) SPC2의 대출금은 SPC2가 SPC1에 대한 대출채권과 그에 부대하는 담보권을 토대로 증권을 발행하여 조달하고, (iv) A는 장래 발생하는 입장료 수입을 재원으로 하여 SPC1에게 홈구장 사용 임대료를 지급하며, (v) SPC1은 동 임대료 수입으로 SPC2에 대한 대출채무를 상환하고, SPC2는 이로써 자신이 발행한 유동화증권을 상환하는 구조인 것입니다.

이는 저희 사무실에서 예전에 많이 처리한 부동산유동화 구조, 즉 기업이 보유하는 부동산을 SPC에 매각하고 다시 이를 임대하여 유동화하는 구조를 기본으로 한 것입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자산유동화는 대부분 그리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자산유동화의 성패가 클럽의 리그에서의 성적에 좌지우지되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자산유동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산보유자의 신용위험으로부터 유동화자산이 확실히 분리되어야 합니다(즉, 자산보유자가 성공하건 망하건 상관없이 유동화자산으로부터의 현금흐름이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 연유로 유동화자산을 자산보유자로부터 독립된 법인인 SPC에 양도하게 됨은 앞서 얘기한 바와 같습니다.  그런데 프리미어리그 자산유동화의 경우, SPC는 자산보유자인 클럽으로부터 “홈구장”(자산)을 양도받게 되지만, 그 홈구장 자체만으로는 어떠한 수입이 발생되는 것이 아닙니다.  수입은 홈구장을 사용하는 자산보유자(클럽)가 얼마나 관중을 끌어들이느냐에 달려 있게 되지요.  이를테면 클럽(자산보유자)의 어느 해 성적이 나빠 하위리그로 강등되는 경우, 입장료 수입은 급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클럽의 재무상태가 나빠 유능한 선수 영입을 미루게 되면 이는 곧바로 리그에서의 성적 하락과 관중 감소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입장료 수입이 급감하면 유동화증권은 제대로 상환될 수 없습니다.

이렇듯 프리미어리그의 자산유동화는 외형적으로는 “홈구장”이라는 자산의 “양도”를 통해 자산보유자의 신용위험으로부터 절연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홈구장” 자체는 별다른 수입이 없고, 오로지 자산보유자의 리그 내 성적에 의해 홈구장의 수입(입장료 수입)이 좌우된다는 점에서 자산보유자의 신용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고마는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프리미어리그에서 자산유동화거래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가장 최근에는 명문 아스날 구단이 자산유동화에 성공한 예가 있다고 하니까요.  특히 아스날의 경우에는 과거 자산유동화구조의 여러 문제점을 개선하는 장치들을 강구했다고 합니다.

자, 그럼 아래에서는 프리미어리그 자산유동화의 내용을 보다 자세히 살펴 봅니다.

3.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의 자산유동화에 대하여

(이하의 내용은 University of Aberdeen의 Tom Burns 교수가 2006년 12월 작성한 “Structured Finance and Football Clubs: an Interim Assessment of the Use of Securitisation”을 바탕으로 한 내용임을 밝힙니다)

프리미어리그 축구클럽과 자산유동화의 역사 개괄

자산유동화가 축구산업에 도입된 것은 최근 들어서입니다.  1999년부터 여러 축구클럽이 수백만 파운드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주로 새로운 스태디움을 건설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총 9건의 자산유동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2004년 들어 축구클럽의 부실화가 문제되어 자산유동화 거래는 급격히 냉각되었습니다.  이후 2006년까지는 단 한 건도 없던 것이 2006년 7월 들어 아스날이 2억6천만 파운드 규모의 자산유동화를 실시하였습니다(역사상 가장 큰 규모임).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자산유동화 거래 중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트도 아스날의 뒤를 따를 것이라는 예상이 있습니다.  특히 기존의 높은 이자를 내야 하는 은행대출을 리파이낸싱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고 하네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이 시기 주식시장에서 축구클럽은 찬밥신세였다고 합니다.  연이은 주가하락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은 방송중계권 등 상당한 수입은 얻고 있었지만 발생하는 수입 대부분을 선수영입 등에 투입하면서 주주에 대한 이익분배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결과 주가시장을 통한 더 이상의 자본투자는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지요.

하지만 새로운 선수 영입, 스태디움 건축, 유스프로그램 운영 등의 장기투자 등과 같이 비용이 들어갈 곳은 무한히 늘어만 가는 상황이었습니다.  자본투자 유치가 어려워진 축구구단들은 은행으로부터 차입을 고려하였지만 문제는 높은 이자였습니다.  은행은 대출기간도 5~10년의 단기로 제한하였습니다.  게다가 은행은 클럽 자산을 담보로 제공할 것과 여러가지 보증을 요구하여 구단 운영을 제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와 같은 제한에도 불구하고 허여되는 대출금액은 별로 많지도 않았습니다.

이에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자산유동화였습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융비용, 장기(30년 정도까지)의 자금융통, 다양한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유치가 가능하다는 점, 나아가 구단 경영권의 자유도 상대적으로 더 보장된다는 자산유동화의 메리트가 구단 경영진들에게 어필하였던 것이지요.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 구단 자산유동화의 구조

축구클럽의 경우, 구단이 자산보유자이고, 유동화 대산인 기본자산은 일반적으로 입장료 수입입니다.  축구클럽 자산유동화의 고유한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축구 구단은 다른 산업과 달리 안정적이고도 대규모의 현재의 현금흐름이 없습니다(대부분 “장래” 현금수입).  장래의 현금흐름을 객관적으로 예상케 하는 어떠한 계약이 체결된 바도 없습니다.  이와 같이 장래 특정되지 않은 현금흐름을 대상으로 한 자산유동화는 “secured loan securitisation’와 ‘whole business securitisaion’ 두 가지 방식을 취하였다고 합니다.

“secured loan securitization’?

Secured loan structure에서는 장래의 현금흐름(입장료수입) 자체를 매각(true sale)한다는 개념은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는 투자자에게 매우 위험한 요소입니다.  그러면 그와 같은 투자위험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우선 축구단을 소유한 회사(parent company)가 별도의 법인(stadco)을 세우고 동 법인이 스태디움을 소유하는 것으로 합니다.  축구단(football club)은 stadco로부터 스태디움을 임차하여 사용하고, 그 홈경기를 반드시 동 구장에서 사용하기로 약정합니다.  Stadco는 SPC로부터 자금을 차용합니다.  이 SPC는 증권을 발행하기 위한 페이퍼 컴퍼니로서, parent company가 설립합니다(즉 SPC가 stadco에 대한 담보부 대출채권을 기초로 증권을 발행하여 조달한 자금을 stadco에 대출하는 것이지요).

이 경우 대출의 담보는 무엇일까요? 우선 Stadco가 보유하는 모든 자산(asset)을 SPC에게 담보로 제공합니다.  나아가 클럽도 SPC에게 보증을 제공하고, parent company 또한 Stadco에 대한 주식지분을 포함한 담보부 보증(Secured guarantee)를 제공한답니다.

‘Whole Business Securitisation’?

Whole Business Securitisation은 지금까지 단 한 개의 케이스만 있었다고 합니다.  2003년 Norwich City의 1500만파운드 짜리 딜(Deal)이 그것인데요.  이는 특정의 계약상 채권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업(Business)에 발생하는 총체적인 현금흐름을 유동화 대상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그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모회사(parent company)는 제1자회사(SPC1)를 설립하고, SPC1이 제2자회사(SPC2)를 100% 소유합니다.  SPC2는 구단 비즈니스를 전담하고, 클럽의 모든 자산을 보유하며, SPC3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합니다.  SPC3 역시 parent compamy가 100% 소유하며, 유동화증권을 발행합니다.  이 경우 모회사, SPC1과 SPC2가 투자자들에게 담보부 보증을 제공하게 된다고 합니다.

자산유동화계약의 주된 내용: 준수사항(Covenant)

위 두가지 자산유동화구조 모두, 모회사, 축구클럽, stadco에게 다양한 준수사항을 요구하고 있습니다(이를 테면 재정상의 보증, 운영상의 보증 등).

공통적으로, 투자자들은 그룹의 부채수준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할 것을 요구하여 왔고, 이익유보조항(차회상환예정액의 50%정도를 반드시 유보)도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구단의 운영을 건전한 상태로 유지하고, 그에 관하여 중대한 변경할 경우에는 증권소지자(투자자)들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습니다.  구단의 회계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주기적으로 공개토록 함은 물론입니다.

프리미어리그 자산유동화의 실제 사례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최초 자산유동화거래는 1999년 뉴캐슬 뉴나이티드가 입장료 수입을 유동화하여 5,500만파운드 자금을 조달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2001년까지 5개의 클럽이 동참하였던바 그 내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Ipswich Town (£25m), Leicester City (£28), Southampton (£25m), Everton (£30m), Leeds United (£60 million).

맨체스터시티는 2002년/2003년 시즌 베어 스턴즈(Bear Sterns)와 4,400만파운드 짜리 자산유동화 딜을 실시하였습니다.  그리고 토튼햄 핫스퍼(Tottenham Hotspur)는 2002년 11월 7,500만 파운드짜리 자산유동화 딜을 마무리 하였다고 합니다.

첼시 구단(Chelsea) 또한 2003년도에 자산유동화를 계획했으나 러시아의 갑부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구단을 인수하면서 없던 얘기가 되었다고 하네요.

자산유동화거래는 성공적이었는지?

그러나 자산유동화거래는 그다지 투자자들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자산유동화거래 구조가 투자자들을 구단의 신용위험으로부터 확실히 보호해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클럽들은 유동화증권이 제 때 상환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자산유동화를 실시한 대부분의 구단들은 자산유동화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물론 구단이 보유한 현금 중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고 기존 선수들의 치솟는 몸값을 지급하는 데 사용해버렸습니다.  프리미어 구단들이 그리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그렇지 않고서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되거나 챔피언스리그, 챔피언스컵 대회에 진출할 자격을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최악의 상황은 입장료 수입의 감소, 방송중계권 수입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자금지출은 뜻하지 않게도 자산유동화구조에 결정적인 위험을 초래했습니다.  금융기관은 자산유동화계약 체결시 축구구단의 현금흐름을 분석하여 자산유동화금액을 결정하였고, 그 수치는 장차 축구구단에게 적당한 수준의 잉여현금흐름이 발생할 것을 전제로 유동화증권(대출금)을 상환하기에 문제가 없을 수준으로 하였다고 합니다.  그런 연유로 자산유동화 금융기관은 축구구단이 자산유동화 후에도 제3자로부터 상당한 금액을 차입하는 것을 허용하였다고 합니다(즉, 어차피 유동화증권을 상환하고도 남을 충분한 잉여현금흐름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으니 괜찮다고 보았던 것이지요).  실제로 잉여현금흐름은 발생하였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구단이 잉여수입을 앞서 본 바와 같이 선수 급여로 거의 대부분 사용해 버렸다는 것이지요.  그 결과 구단의 현금은 고갈되어 신용도가 악화되고 유동화증권상환재을 위한 예비재원도 감소하는 위험이 발생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리그에서의 성적이라는 것이 반드시 선수영입에 투자한 돈에 비례하는 것도 아니어서, 리그에서 실적을 내지 못한 구단들은 하위리그로 강등되었으며, 그 결과 입장료수입이 급감하여 유동화증권이 제대로 상환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구단이 사실상 부도위기에 처하게 되고 입장료 수입만으로 유동화증권이 상환되지 못한다면, 유동화증권 소지자(투자자)는 담보로 제공된 홈구장을 처분하여 채권을 조기상환받으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국에서의 경험에 의하면 이것 또한 여의치 않았다고 합니다.  우선, 투자자들이 홈구장 자체를 구단과 독립하여 독자적으로 운영할 능력과 경험이 없었습니다.  그 지역의 구단 말고 그 축구장을 사용하길 원하는 구단도 없었습니다.  홈구장을 팝밴드 등의 공연장으로 사용하기도 어려웠던 것이, 그 큰 스태디움 관중석을 가득 채울 팝밴드도 드물었습니다.  아예 투자자들이 축구장을 매각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축구장을 다른 시설로 개발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웠습니다.  그 지역 축구 팬들의 격렬한 반대에 시달릴 것도 뻔합니다.

그 결과 투자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고, 채무조정 등 재협상을 요구하는 구단의 요구에 따를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축구 자산유동화는 계속될 것인가?

이에 대하여는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프리미어리그의 수입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반면 구단 내에서도 비용지출에 대하여 이를 적절히 조절, 통제하는 구조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서 얻은 교훈

가장 중요한 교훈은, 기존의 자산유동화구조는 투자자들을 축구클럽의 신용위험으로부터 보호(절연)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입장료 수입이 클럽의 실적에 좌지우지되기 때문이지요.

여기에는 자산유동화구조를 설계한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축구 산업의 생리와 리스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문제도 있습니다.  금융기관 종사자들은 축구구단의 긍정적인 면만을 주목하였고, 다른 산업에서 쓰인 유동화구조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일반적인 ‘재무건전성 유지 조항’이나 ‘초과담보 구조’를 맹신하였습니다.  특히 홈구장에 대한 담보권 행사를 최후의 보루로 믿었던 것은 결정적인 실수였습니다.  게다가 프리미어리그 자산유동화의 주요 투자자들이 대부분 미국계 기업이었던 상황에서 ‘리그 강등’이 가져올 리스크는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다음부터는 축구 자산유동화거래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추가준수사항을 구단 측에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 축구 구단의 허용 부채한도를 보수적으로 더 낮춰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산유동화 후의 추가 유동화/차입을 허용하더라도 그로부터 조달받은 자금은 선수급여가 아닌 장기 투자 목적으로만 사용토록 제한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자산유동화거래 약정 후 추가로 발생하는 수입에 대하여도 구단이 유동화증권의 상환재원으로 쓰이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이를 테면 운동장증축후 발생한 입장권 수입).

또한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유동화거래 대상인 축구 구단 선택을 잘 해야 할 것입니다.  과거 강등되는 구단의 경우 많은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또한 앞으로는 투자자들이 구단의 경영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할 것입니다(이를테면 선수구성이나 선수계약조건에 관하여).  다만, 이는 결국 자산유동화거래 비용을 높이고 구단의 선택의 폭을 좁히는 결과가 될 것인바, 과연 그와 같은 악조건(?)을 받아들이면서까지 자산유동화거래를 택할 구단이 얼마나 될지에 대하여는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승리냐 이윤창출이냐-프로 축구 구단의 갈등

풀리지는 않는 이슈는, 자산유동화를 실시하는 축구구단이 어느 정도로 일반 사기업과 같은 운영, 즉 비용을 통제하며 이윤을 극대화하는 비즈니스의 생리에 충실할 수 있느냐입니다.

즉, 축구구단의 기본은 좋은 선수를 영입하여 경기에서 이기는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축구구단(특히 그 감독들)은 어떠한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시합에서 이기는 것을 지상최대의 과제로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비사업적인 자세는 자산유동화에 결코 어울리지 않습니다.  아니, 자산유동화의 성공을 방해하는 요소입니다.

특히 최근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소유한 일부 부자들은 오로지 우승만을 갈구하며 선수급여 상승의 주범이 되고 있어 더욱 문제입니다.  아스날의 경우처럼 대규모의 자산유동화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선수급여를 충분히 지급할 수 없고, 이는 부자가 소유하는 일부 구단에 비해 선수수급상의 불리를 가져와 리그 강등 또는 관중감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입니다.

최근의 축구 자산유동화 사례

가장 최근의 자산유동화거래는 앞서 본 2006년 7월 아스날 구단의 자산유동화였습니다.  아스날의 경우에는 앞서 말한 보완책들이 자산유동화구조에 거의 대부분 반영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면 여전히 축구경기장이 가장 주된 담보로 되어 있고, 이 점에서 투자자들은 여전히 클럽의 리그성적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이 점은 축구 자산유동화거래의 내재적 한계가 아닐까 합니다).

아스날은 과거 홈구장을 짓는 과정에서 부담하게 된 2억6천만달러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자산유동화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 매년 120만파운드의 이자를 절약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스널 딜은 Secured Loan Securitisation 구조였습니다(장래 25년간의 입장료 수입을 유동화대상으로 함).

하지만 Whole Business Securitisation 구조와도 유사하여, 방송 수입이나 스폰서 쉽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입도 유동화증권 상환재원을 보완한고 있습니다(이는 아스날이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하거나,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하여 입장료수입이 감소하는 경우를 대비한 것입니다).

아스날 딜의 경우, 구단이 채무과다상태가 되는 걸 막는 적절한 준수사항들이 관련 계약서에 명시되었다고 합니다(이를 테면 구단 주주들에게의 이익배당을 제한).

또한 신용보강책으로서 Royal Bank of Scotland와 Barclays Capital이 credit을 제공하기로 되어 있고, 보험회사(Ambac Assurance)로부터 보증을 받기까지 하였습니다.

또한 지금까지와는 달리 공모방식을 취했다는 점에서도 특이합니다.

이상과 같은 아스널의 자산유동화 방식은 앞으로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기사 보도에 따르면, 맨체스터 유나이트의 소유주인 말콤 글레이저(Malcolm Glazer)도 구단 인수 시 부담하게 된 5억파운드 채무(LBO)를 리파이낸싱하기 위해 자산유동화를 고려 중이라고 합니다.

결론?

자산유동화는 거액의 자금을 일시에 조달하기를 원하는 영국 축구클럽들에게 여전히 하나의 옵션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구단이 가능하겠느냐에 있을 것인데, 과거의 예에 비추어 볼 때 자산유동화의 혜택을 볼 구단은 8-10개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축구 자산유동화는 여전히 위험(risky)합니다.  과거로부터 얻은 분명한 교훈은, 축구단 투자와 관련된 리스크들은 감소할 수는 있지만 완전히 제거될 수는 없다는 점, 그 어느 자산유동화 구조도 투자자들을 구단의 실적(=신용위험)으로부터 완벽히 보호하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할 것입니다.

4. 글을 마무리하며

지금까지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이루어진 자산유동화 거래에 대하여 알아 보았습니다.  과연 그것이 성공이었냐 실패였냐는 논란이 있겠으나, 자산유동화라는 첨단 금융기법이 “스포츠”라는 영역에서도 구현될 수도 있다는 점은 참으로 참신하게 다가오는 부분입니다.

그와 같은 새로운 시도를 기획한 구단 임직원, 금융기관 종사자, 변호사들의 창의적인 마인드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얘기였겠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의 자산유동화를 논의하기엔 아직 너무 이를 것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우리나라에서도 통할 수 있는 것이고, 해외에서의 선진 사례에 항상 주목하고 뒤쳐지지 않는 것이 결국에는 우리나라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조속한 정착과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 2008 정원일 변호사. All rights reserved. Some copyrights, icons, trademarks, trade dress, or other commercial symbols that appear on this post are the property of the respective owners.

2 Responses to 프리미어리그 축구 구단이 자산유동화를 한다고요? 자산유동화(ABS)를 통한 축구 구단의 자금 조달 사례

  1. kaka says:

    제 관심과 맞는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글 잘봤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2. 가슴시린 says:

    진작에 알았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지난 글들 찬찬히 읽고 있는데, 정말 유익합니다. 좋은 글들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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