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 “판타지 스포츠 게임회사가 프로야구 선수의 성명과 경기기록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은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아니다” – 미국 Fantasy Sports Game Case, 그리고 국내 모바일 프로야구 게임 사건

지금 미국에서는 퍼블리시티권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판결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바로 “Fantasy Sports Game” 사건의 그것인데요.   CBC Distribution & Marketing(“CBC”)라는 회사가 메이저리그 현역 선수들의 실제 이름과 경기기록을 자신들이 인터넷 상으로 운영하는 Fantasy Baseball League라는 게임에 무단 사용한 것을 두고 메이저리그 측에서 선수들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소송을 제기하여 사건이 시작되었습니다.

(퍼블리시티권이 무엇인지는 여기를 클릭하세요).

1심 법원은 CBC측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즉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이에 메이저리그 측에서 항소를 했고, 항소심 법원은 또 다시 CBC측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다만 그 근거는 약간 달랐는데요, 항소심 법원은 “퍼블리시티권을 주장할 여지는 있지만, CBC의 표현의 자유가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퍼블리시티권보다 우선한다”고 판단하였던 것입니다.

이와 같은 하급심 법원의 판단에 대하여 미국에서는 스포츠 분야 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체에서 이런 저런 말들이 많았습니다.  혹자는 하급심 판단을 맹렬히 비판하면서 그렇게 본다면 자신의 명성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온 운동선수나 연예인들은 전혀 보호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비난하였고, 혹자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훌륭한 판결이라며 환영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미국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는데요, 결과는 CBC측의 승리였습니다.  미국 대법원이 메이저리그 측의 상고를 기각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결론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제 유명 영화배우나 운동선수들과 그 성명이나 이미지 사용에 관한 수백만불짜리 사용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없게 된 것 아니냐는 우려와 기대(?)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위 판결의 의미를 제대로 음미하려면 우선 ‘Fantasy Baseball League” 게임이 뭔지부터 알아야겠습니다.  판타지 야구게임이란 (저는 이번에 처음 들어 본 것입니다만) 사용자가 메이저리그 실존 선수들 중 자기가 원하는 선수를 뽑아 가상의 야구팀을 구성하고 실제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해당 선수들의 경기기록(안타수, 홈런수 등)을 일정한 방식으로 점수화 한 후 시즌이 종료된 후 승자를 가리는 게임이라고 합니다.  게임 사용자는 정해진 금액 내에서만 선수를 뽑을 수 있고, 게임 사용에 대한 대가를 CBC에 지급함은 물론입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수많은 판타지 스포츠(야구, 미식축구 등)가 성행중이고 그로부터 얻는 게임업체들의 이익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위와 유사한 사례가 우리나라에서도 있었습니다.  바로 모바일게임업체가 프로야구 선수들의 실제이름과 개인기록을 허락 없이 사용한 사건이었는데요.  미국사건과 마찬가지로 선수들의 퍼블리티권 침해 여부가 문제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법원은 뭐라고 판단했을까요?  결론적으로 모바일업체가 선수들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4. 19. 선고 2005가합80450 판결.  판결문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그렇다면 미국 법원과 우리나라 법원은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린 것일까요?

이에 대한 제 생각은 “그렇지는 않다”입니다.  미국에서는 미국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프로운동선수의 이름과 그 경기기록은 공공의 영역(Public Domain)에 속하는 것이므로 이를 사용하는 데 있어 동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은 것 같습니다.  바로 그런 의미로 읽힐 것을 두려워 일각에서는 그 간 하급심의 판결들을 맹렬히 비난해 왔던 것이지요.

그런데 판타지 스포츠의 운영원리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미국 법원의 판결을 그와 같이 읽기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왜냐고요?

일반적인 야구게임은 사용자가 선수를 조작하여 공을 던지거나 치거나 하지만 판타지 스포츠에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판타지 스포츠에서 사용자가 하는 일은 선수를 뽑아 팀을 만드는 것이 전부이고, 게임의 진행과 승자의 결정은 사용자가 선수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선두들이 실제 리그에서 거둔 경기기록을 점수화하는 방식에 의하여 이루어집니다(장래의 경기기록이라는 우연성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마치 복권게임과 비슷하지요).  그런데 그 선수기록이라는 것은, 일간신문 스포츠면에 자세히 기록, 보도되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오픈되어 있는 것이어서 누구든지 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판타지 게임 업체들은 Public Domain에 속한 경기기록을 이용하여 판타지 게임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게임을 만들어냈으니, 오히려 이를 ‘표현(창작)의 자유’의 차원에서 보호해 줄 필요마저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경기기록이 아니라 “선수의 성명”입니다.  메이저리그 측에서는 (경기기록과 달리) “선수의 성명”은 결코 public domain에 속하지 않는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선수의 성명은 경기기록과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메이저리그 측의 주장이 맞다는 것은 아닙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제 생각은, 판타지 스포츠에서 “선수의 이름”을 사용한 건 “경기기록”을 사용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법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즉, 판타지 스포츠 게임의 핵심은 실제 “경기기록”을 점수화 하여 게임을 한다는 것인데, 그 경기기록이란 것은 개개의 선수이름에 의하여 표시되고 분류되는 것입니다.  즉 선수의 실명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선수의 경기기록을 게임에 사용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결국 판타지 스포트의 핵심은 경기기록이고 선수의 이름은 부차적인 것으로서 경기기록을 사용하기 위한 게이트(gate)에 그치는 것이지요.

이 점은 일반 야구게임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야구게임에서는 사용자가 게임에 등장하는 선수들을 직접 조작하여 공을 던지거나 치거나 하는데요, 이 경우 등장선수는 반드시 실존 야구선수일 필요가 없고, 반드시 그래야만 게임 운영이 가능한 것도 아니지요.  판타지 게임과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법원에서 문제된 야구게임은 위와 같은 ‘일반적인 야구 게임’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인 야구게임에서는 등장선수를 실제 야구선수 이름으로 하고 외모도 비슷하게 하고, 등장하는 팀 이름을 실제 팀과 똑같이 하면 뭔가 좀 더 리얼해 보이고, 게임을 하는 ‘맛(즐거움)’도 훨씬 커지지요.  그리고 그렇게 실제 야구선수이름을 사용한 게임은 그렇지 못한 야구게임에 비해 훨씬 잘 팔릴 것입니다.  그와 같이 일반 야구게임에서는 실존 선수의 등장이 게임 구매를 촉진시키는 힘이 있으므로, 게임 업체가 그러한 경제적 이익을 얻은 만큼 그에 기여한 실존 선수들에게도 경제적 보상을 하라는 논리(바로 퍼블리시티권)가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러나 판타지 스포츠 게임의 경우 실존 선수가 등장한다는 점은 어느 업체나 마찬가지여서, 소비자가 어느 업체의 판타지 스포츠 게임을 할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결국 미국에서 일어난 판타지 스포츠 사건에 관한 판결을 “야구선수의 성명과 경기기록은 무단으로 사용하여도 된다”는 것으로 이해하기보다는, ‘판타지 스포츠’ 게임의 독특한 게임방식에 주목한 판결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법원이 모바일 게임에서 한 판결 내용이 일반적인 야구 게임이나 스포츠 게임에 적용될 수 있는 일반 원리로 보여지고, 그런 점에서 미국법원과 우리나라법원이 상반되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지요.

어찌되었건, 위 미국의 사례는 퍼블리시티권의 의미와 그 한계를 잘 보여준 예로 생각됩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퍼블리시티권’이 각광(?)을 받으면서 유명인의 이름, 이미지 등을 허락없이 사용하면 무조건 퍼블리시티권 침해라는 잘못된 인식도 있어 보입니다만, 위 사례에서도 보듯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유명인의 성명, 이미지 등이 어떤 식으로 사용되었는지가 충분히 음미되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표현(창작)의 자유가 위축될 수 밖에 없으니까요.

(첨언) 그런데 위 미국 사건에서 재밌는 부분은, CBC는 소송이 시작되기 전에 메이저리그측과 ‘선수들의 성명, 기록 등의 사용에 관한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는 점입니다.  즉 CBC도 처음에는 “메이저리그 야구선수들의 성명과 기록은 무단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비지니스를 했다는 점이지요.  그런데 나중에 메이저리그 측에서 CBC와의 라이센싱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업체와 판타지 게임을 전개해 나가자 CBC측에서 먼저 법원에 소송(메이저리그의 허락없이도 선수 이름등을 게임에 사용할 수 있음을 확인받는 내용)을 제기한 것입니다.  메이저리그 측에서는 소송에서 이 점을 지적하며, 종전 계약서를 보면 계약 종료 후에도 CBC는 메이저리그의 허락없이는 선수이름 등을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CBC는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뿐만 아니라) 종전 계약까지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법원은 뭐라 판단했을까요? 결론은 계약위반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이른바 ‘진술보증조항'(covenants)에 있었습니다.  즉 종전 계약서를 보면 메이저리그측은 CBC에게 ‘(자신이)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성명, 개인기록, 경기기록 등의 사용에 대한 독점적인 권리자임’을 진술하고 보증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 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야구선수들의 성명, 개인기록, 경기기록 등을 CBC가 자신의 게임에 사용하는 데에는 메이저리그의 동의가 애당초 불필요한 것이라고 합니다.  결국 메이저리그측은 사실과 다른 진술보증을 한 것이고, 따라서 CBC 또한 계약상의무(계약 종료 후 선수 이름 등 사용금지 의무)를 이행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진술보증조항이란, 계약 당사자들이 해당 계약을 체결하는 데 있어 전제가 되는 사실들이 객관적인 사실과 부합됨을 보증하는 내용입니다.  사후 진술보증사항이 사실과 다름이 밝혀지면 계약을 해지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 것이지요.  특히 어떠한 권리를 양도받거나 라이센싱 받는 측에서는 양도자측(혹은 licensor측)이 해당 권리를 적법, 유효하게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받는 내용을 진술보증조항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위 사건에서도 CBC측의 변호사가 해당조항을 삽입시킨 덕분에 CBC가 재판에서 쉽게 이길 수 있었던 것이지요.  엔터테인먼트 비지니스 관련 계약서를 작성함에 있어 변호사의 자문을 받는 것, 그만큼 중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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