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 관련 에이전트 간 분쟁 판결문 – 그리고 전속계약 해지 문제에 대하여

얼마 전 김연아 선수에 대한 에이전트권을 두고 일어난 국내/외 에이전시 간의 분쟁에 대한 법원의 판결문(<-여기를 클릭)입니다.  생각보다 판결문 내용이 짧네요. 법원의 판단 내용은 이전의 포스트를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소송은 조금 특이한 면이 있습니다.  IMG가 김연아 선수를 상대로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이지요.  IMG 입장에서는 김연아 선수측의 에이전트계약 임의 해지가 무효라는 주장도 할 수 있을텐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예전 뉴스보도를 보면 “대승적 차원”에서 그리 한 것이라고 하던데요.  그런 연유로 이 사건에서는 “김연아 선수측이 한 에이전트계약 해지가 적법한지”에 대하여는 아무런 판단이 없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선수나 연예인측에서 전속계약을 임의로 해지하는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법적으로만 본다면 에이전트나 매니지먼트사의 계약위반이 없는한 선수/연예인측의 전속계약 해지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음이 원칙일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연예인 측의 계약파기가 위법한 것이 되더라도 법원에 의해 인정되는 손해배상액수라는 것이 미미하기 짝이 없습니다.  매니먼트사측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전속계약서에 무지막지한(?) 액수의 위약금을 기재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인데요, 그러나 우리 법원은 그러한 전속계약 위약금마저 부당하다며 상당부분 액수를 감하여준 경우가 비일비재했지요.  그런 연유로 경쟁 매니지먼트사가 선수/연예인의 전속 계약 파기를 유도(?)하거나, 아니면 연예인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경쟁 업체에 그러한 요구(위약금 내지 나중에 소송에서 패소하는 경우 손해배상금을 대신 지급하라)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답니다.

김연아 선수 측과 이전 에이전트사인 IMG 간에 어떤 문제가 있었길래 김연아 선수 측에서 계약기간이 1년 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에이전트계약을 해지한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현재의 에이전트사가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IMG측에서는 이 사건을 전형적인 ‘선수 빼가기’로 보고 있는 것 같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지요.  아직 IMG측의 항소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첨언>

판결문 중 김연아 선수와 미국회사인 IMG측과 체결된 최초 에이전트 계약 조건이 기재돼 있어 흥미롭네요.  판결문에 따르면, (i) 에이전트 기간은 4년 6개월이고, (ii) 에이전트가 김연아 선수와 관련되 일체의 수익 사업을 개발, 협의, 조직 및 관리하며, (iii) 에이전트는 김연아 선수의 스케이팅 수입의 15%, 상품관련 수입 및 방송, 강연, 저작 및 영화수입의 25%를 지급받는 것으로 되어 있었답니다.

<후기> IMG측이 지난 23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항소심에서는 어떤 판결이 나올지 기대되네요.

<후기> 항소심에서도 현소속사인 IB스포츠가 승소했다고 합니다.  관련 기사는 여기를 클릭하세요.  기사를 보니 흥미로운 내용이 있더군요.  바로 “IMG측과 맺은 계약에 ‘더 좋은 조건의 매니지먼트사가 있을 경우 소속사를 옮길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김연아 선수가 계약기간 중 계약을 파기하고 IB스포츠로 옳기는 게) 가능했다”는 부분이 그것입니다.  IMG측에서 김연아 선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었는데, 아마 그런 조항때문에 소송에 부담을 느낀 게 아닌가 추측되네요. [200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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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esponses to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 관련 에이전트 간 분쟁 판결문 – 그리고 전속계약 해지 문제에 대하여

  1. 짱매니저 says:

    언론에서는 소속사가 스타를 착취하는 것처럼 비춰지지만.. 사실 스타위주의 비즈니스, 수익구조가 현실이지요.. 상품이나 서비스가 아닌, 사람이 콘텐츠인 비즈니스에서 어쩔 수 없는 한계일까요?^^

  2. chungwi says:

    저도 개인적으로는 ‘가슴시린’님의 의견에 상당 부분 공감합니다. 전속계약과 관련된 분쟁을 보면, 매니지먼트사가 가수나 기타 소속 연예인에게 하는 “투자”의 측면은 간과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연예인 = 희생양 or 불쌍한 약자’로 그려지고 이를 붙잡아두려는 매니지먼트계약은 “노예계약”이라며 비난받기 쉽상이지요. 그러나 과연 실상이 그런지는 ‘비지니스적인 관점’에서 잘 들여다 봐야 할 것입니다. ‘가슴시린’님의 말씀처럼 매니지먼트사가 소속 연예인을 하나의 버젓한 상품으로 만들어 내는 데까지는 참으로 많은 투자와 비용지출이 따르는 것이고, 그에 따른 리스크는 거의 대부분 매니지먼트사가 부담하지요. 그런 만큼 매니지먼트사는 ‘일부 성공한 상품’으로부터 자신의 투자금을 회수할 권리가 있을 것이고 이는 법에 의해서도 충분히 보호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도 그동안의 전속계약 위반과 관련된 소송에서 비교적 연예인들에게 유리한 판결들이 내려지는 것을 보면서, 혹시 우리 법원은 위와 같은 ‘비지니스적인 접근’보다는 ‘한 개인인 연예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주관적인 측면의 접근에 치중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섞인 의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김연아 선수에 대한 어떤 기사는 “이 사건을 계기로 선수는 에이전트 계약을 임의로 해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법원에 의해 확인되었다”는 설명을 달아 놓은 걸 보았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와 같은 해석을 매우 우려스럽게 보고 있습니다. 위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이 사건은 “김연아 선수의 에이전트계약 해지가 적법한지”는 판단대상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사실 (판결문을 보면 아시겠지만) 김연아 선수가 무슨 근거로 에이전트계약을 해지하였는지조차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IMG측의 업무처리에 불만이 있어서였을까요? 아니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IB스포츠 측의 제안을 보고) 마음이 바뀌어서였을까요?}. 법원이 판단한 내용은 IB스포츠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김연아 선수의 계약해지를 유도하거나 이에 가공하였느냐에 있었을 뿐입니다. 만약 IMG측이 김연아 선수와 IB스포츠를 함께 피고로 삼았다면, 법원으로서는 (사실관계 확인 후)“김연아 선수의 계약해지는 위법하므로 IMG에게 얼마를 배상하라. 다만 김연아 선수의 해지행위에 IB스포츠가 불법적으로 가공한 바 없으므로 IB스포츠는 책임이 없다”는 식의 판결을 내릴 수도 있었겠지요.
    사실 김연아 선수 사건을 떠나, 법리적으로만 보더라도 ‘에이전트계약(매니지먼트 계약)은 선수(연예인) 측에서 언제든지 일방 해지할 수 있다”라는 식의 해석에 대하여는 적지 않은 의문이 있습니다. 그런 식의 주장은 대부분 민법 제689조(”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에 근거합니다. 즉 에이전트계약(매니지먼트계약)은 법률상 위임계약이므로 동 조항이 적용된다는 것이지요(그리고 에이전트계약등이 고도의 신뢰관계에 바탕한다는 점도 하나의 근거가 됩니다). 그러나 위 민법 제689조를 해석함에 있어서도 “(민법 제689조에도 불구하고) 당해 위임이 위임인의 이익과 함께 수임인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위임인은 임의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예로는 위임사무가 수임인의 위임인에 대한 채권 회수의 수단적 성격을 지니는 경우를 들고 있지요. 에이전트계약(매니저계약)도 마찬가지로 봐야하지 않을까요? 에이전트(매니지먼트사)와 선수(연예인)는 단순히 에이전트(매니지먼트사)가 선수(연예인)의 지시에 따라 선수(연예인)의 일을 대신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비지니스 동반자’의 관계입니다. 에이전트(매니지먼트사)의 사무처리는 단순히 선수(연예인)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수(연예인)에게 투하한 자본과 노력을 회수하고 보상받기 위한 수단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은 분명합니다. 그런 에이전트(매니지먼트)계약이 선수(연예인)에 의해 일방적으로 해지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까요? 특히나 그와 같은 선수(연예인)측의 해지 주장이라는 것이 공교롭게도 선수(연예인)로부터 드디어 일정한 흑자가 발생하는 시점에서 이르러 비로소 제기되는 경우는 또 어떻게 해야 될까요?
    전속계약(매니지먼트계약/에이전트계약)의 해지와 관련된 분쟁은 참으로 다양하고 복잡한 history 를 가지고 있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런만큼 일률적으로 어느 쪽이 맞다/틀리다 결론내릴 수는 없습니다. 개개의 구체적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고, 그 최종 판단은 법원이 내리게 되겠지요. 다만 전속계약 분쟁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도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단순명쾌한 법원리가 무시되어서는 안 될 것이고, 그래야만 우리나라에도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비지니스가 하나의 산업으로서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3. 가슴시린 says:

    저같은 문외한들은 이런 걸 보면 흔히 ‘솜방망이 판결’이라고 생각을 하곤 합니다. 연예인이나 선수에 대한 에이전트의 투자는 일종의 벤처캐피탈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10개 회사 중에 1개 회사만 살아남아 대박을 내주길 바라고, 9개가 망할 것이 뻔한 투자를 하는 거죠. 말이야 쉽지만, 살아남는 기업이 10개 중 1개가 반드시 되는 것도 아니고, VC는 늘 엄청난 리스크에 시달리게 됩니다. 리스크를 줄이는 건 좋은 기업을 알아보는 전문적인 안목과, 무엇보다 “벤처기업이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조언”이죠. 인맥을 소개해 주고, 경영기법을 가르쳐 주고, 다른 투자자를 찾아주고, 관련 법규를 설명해 주는 등. 이게 보통 일이 아닌데, 연예인/선수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런데 임의로 계약을 해지하다뇨. 법원의 판사님들도 생각이 있고, 판례가 있고, 법에 따른 원칙이 있겠지만, 쉽게 이해되진 않습니다. 변호사님은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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