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런웨이(Project Runway) 방영권 분쟁 종결-변호사는 Deal Breaker?

eab7b8eba6bc-8지난 주 수요일, 미국에서는 국내에서도 유명한 리얼리티 프로그램 ‘프로젝트 런웨이(Project Runway)’의 방영권을 둘러싼 NBC와 The Weinstein Co(TWC) 간의 분쟁이 합의로 종결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관련 기사는 여기를 클릭).  사건의 시작은 NBC와 방영계약을 체결한 프로그램 제작사 TWC가 돌연 NBC 산하의 브라보 채널을 떠나 시즌6부터는 Lifetime이라는 채널에서 방송하겠다고 나서면서 벌어졌습니다.  NBC측은 시즌6의 방영권에 대해서도 자신들에게 우선협상권(right of first refusal)이 있는데도 TWC측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반박했지요.  NBC는 작년 9월 TWC를 상대로 법원에 시즌6의 방영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신청을 하였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이후 양측의 분쟁은 위 가처분결정에 대해 항소를 하니 마니 변호사들 간에 논쟁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프로젝트 런웨이라는 유명 프로그램도의 속편을 어느 쪽도 이용(방영)하지 못하는 답답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는데요, 그런 상황에서 나온 금번 합의에 대해 양쪽 모두 퍽이나 만족하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보도에 따르면, TWC측이 NBC에게 일정금액을 보상하고, 시즌 6의 방영시점을 8월중순으로 미룸으로써 NBC의 유사 후속프로그램이 시청률 경쟁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도록 했다고 하네요).

금번 사건을 다루는 여러 기사들을 보면서 제 관심을 끌었던 것은 바로 TWC의 회장 Harvey Weinstein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Harvey Weinstein은 라이언 시크리스트가 진행하는 라디오쇼와의 인터뷰에서, 금번 합의의 비결을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고 합니다:

“이 얘기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얘긴데요, 아마 들어보면 깜짝 놀랄 겁니다.  우리는 비싼 수임료의 변호사들을 가지고는 이 문제를 도저히 해결할 수가 없었어요.  우리(TWC)에겐 David Boies와 Bert Fields가, 저쪽(NBC)엔 Orin Snyder가 있었지요[이 변호사들은 헐리웃에서 알아주는 엔터테인먼트 전문 power lawyer들입니다].  그들은 수백만달러를 청구하는 변호사들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Ben Silverman(NBC Entertainment의 공동대표)이 제게 그러더군요, ‘Harvey, 당신하고 나하고 다 벗고 팔씨름 한 판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거 어때요?’  그 자리에 Jeff Zukerman(NBC Universe의 CEO)도 있었고 Lifetime측 사람도 있었고요.  그래서 서로 밀고 당기기식의 협상이 진행되었고 이번 결과에 이르게 된 겁니다”

얼핏 들으면 “비싼 변호사들을 빼고 얘기하니 일이 잘 풀리더라”는 식으로도 들릴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물론 위 발언은 협상을 성공리에 마친 대표자의 자화자찬식 발언일 수도, 미국에 만연해 있는 변호사에 대한 농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Weinstein씨의 진의가 무엇이었든지 간에 제게는 “혹시 변호사는 많은 경우에 있어 Deal Breaker 아닌가?” 라는 생각이 떠오르기에 충분했습니다.  농담이건 진담이건 그런 식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적지 않게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또한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이런저런 협상 자리에 나가보면 오히려 변호사때문에 원만하게 합의가 이루어질 부분이 그렇지 않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보게 됩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협상’에 대한 자격증이거나 협상 능력을 보장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만큼 좋은 협상가가 되기 위해서는 법학교육 이외의 별도의 수련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 만큼 일률적으로 ‘변호사가 그렇다 아니다’라고 말할 문제는 아니겠지요.  다만 자신의 전문분야인 ‘법률이슈’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강의실에서 교과서를 읽듯 하는 자세나, 상대방이 법률전문가가 아니라고 무시하는 듯한 태도, 상대방과의 ‘말싸움’에서 지지 않겠다는듯이 불필요한 자존심을 내세우는 태도 등은 대부분 협상장의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드는 요인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밖에도 변호사를 이용하는 상대방측의 태도가 문제를 일으킬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모든 것에게 변호사에 위임했으니 알아서 하시라’는 식의 태도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변호사는 법률적 조언자일뿐 당사자 본인이 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중요한 이슈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의 결정은 당사자 본인이 해야지 변호사가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런 순간에 이르러 상대방이 ‘나몰라라’는 식으로 자기측 변호사만 멀뚱히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라면 협상의 진전은 어렵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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