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양과 드라마 “쩐의 전쟁” 제작사 간의 출연료 지급 청구 소송 1심 결과를 바라보며

지난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탤런트 박신양씨가 드라마 “쩐의 전쟁” 제작사 이김프로덕션을 상대로 미지급 출연료 등을 지급하라며 제기한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박신양)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박신양의 출연료가 애초의 3배가 넘는 고액으로 책정됐더라도 계약 경위와 동기 등을 고려하면 사회 통념상 효력을 부인할 정도로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박신양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관련 기사는 여기를 클릭).

당초 이 사건은 40여개의 드라마외주제작사들로 구성된 드라마제작사협회가 박신양의 ‘고액 출연료’를 문제 삼으며 향후 박신양에 대한 ‘무기한 출연 정지 처분’을 결의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되었는데요, 당시 드라마제작사협회는 ‘박신양이 거액의 출연료를 요구하며 드라마 발전을 방해하고 시장을 교란시켰다’고 주장했었습니다.  하지만 금번 판결은 문제가 된 박신양의 출연료 계약이 유효하며 그 내용(출연료)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드라마제작사협회측은 “출연 정지 결정과 법원의 판결은 별도의 사안이다.  법원은 계약을 인정한 것이지 출연료가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출연정지 처분을 철회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사실 변호사 입장에서 이런 소송을 접하게 되면 여러 모로 답답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일단 계약을 했으면 계약 내용대로 지켜야지 뒤에 가서 왠 딴소리인가”하는 생각이 일단 떠오르니 말이지요.  물론 계약 내용이 심히 불공정하거나, 당사자 일방이 계약체결과정 중 상대방에게 부당한 위력이나 위계를 행사하였다거나 일방의 의사능력이 완전하지 못했다면 사후적으로 계약의 효력이 부인될 수는 있습니다만, 그와 같은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고, 비즈니스 경험이 풍부한 당사자들 사이의 계약관계에서 그와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계약은 지켜져야만 한다”는 법언이 말해주듯이 계약의 효력을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사회 전제의 안정을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인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와 같은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법언에 익숙하지 않아 보입니다.  계약보다는 정서가 우선하고, 정서적 약자에 대한 맹목적인 편들기나 ‘떼 쓰기’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어 보입니다.

박신양씨 사건의 경우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 사건입니다.  한국드라마 시장의 여러 구조상 문제점들이 얽혀 있는 사건으로 단순히 박신양씨 개인을 놓고 왈가왈부할 사건은 아니고, 또 그래서도 안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 관점에서 드라마제작사협회의 고충과 입장을 이해 못 할 바도 아닙니다.  제작사협회측에서 박신양씨의 소송행위를 문제삼고 나서고 ‘출연정지 처분’이라는 성격 불분명의 또 다른 논쟁거리마저 던지고 나선 것도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이슈화 하려는 하나의 전략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제작사협회측에서 ‘박신양’이라는 특정인을 사건의 중심에 두고 비난에 나섰다는 점, 그 과정에서 다른 배우들과의 형평성(?) 시비도 일어났다는 점, 기왕에 체결된 계약을 하나의 참고 사례로 언급하는 수준을 넘어 계약 자체를 부인하며 현재 진행 중인 사건에 개입하려한 점(그리고 결과적으로 해당 소송에서 제작사가 패소하였다는 점) 등은 향후 제작사협회 측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도 충분해 보입니다.

어찌되었건 1심 소송은 박신양씨측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제작사측에서 항소를 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 결과는 더 두고 봐야 겠습니다만, 제작사측이 항소심에서 1심결과를 완전히 뒤집기까지는 험난한 길이 예상됩니다.

참고로 박신양씨의 소송대리인이 이번 판결에 대한 설명자료를 배포했습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여기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이에 대한 제작사측의 반박내용(계약서 일부 조항에 대한 설명 포함)이 포함된 기사로는 여기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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