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와 법] 타인의 이미지를 광고 속 무단 이용하는 경우의 법률 문제

광고를 제작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하여 유명인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광고에 출연하는 유명인과 광고출연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른 대가가 지급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실상 허락없이 유명인의 이미지를 광고 속에 사용하여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데요.  이 경우 문제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퍼블리시티권입니다.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이란 “자신의 성명, 초상 등의 동일성(identity)을 상업적으로 이용,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말합니다.  퍼블리시티권은 광고산업이 발달한 미국에서 판례와 각 주의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기 시작한 것으로서, 광고분야야말로 퍼블리시티권의 출발점으로 상호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에 규정되어 있는 권리는 아니고, 학설과 하급법원의 판결들을 통해 정립되어 가고 있는 개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들어 법원이 그 개념을 인정하였습니다.  1995년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사건이 퍼블리시티권이라는 개념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로 알려져 있지요.  이후에도 법원에 퍼블리시티권과 관련된 분쟁들이 꾸준히 제기되었고, 2004년도에는 탤런트 이영애씨와의 광고계약 경과 후에도 초상을 계속 사용한 광고회사에 대하여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인정한 예가 있고, 개그맨 정준하씨, 이종범씨 등 프로야구선수들에게도 퍼블리시티권이 인정된 예가 있습니다.

그런데 퍼블리시티권이란 왜 필요한 것일까요?

유명인의 성명이나 초상은 기존의 성명권, 초상권, 프라이버시권 등의 인격권으로도 보호받을 수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법원 실무상 인격권의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금(위자료)은 그 액수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대중에의 노출을 직업으로 하는 연예인의 특성상 경우에 따라서는 위자료조차 인정되지 않을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한 연유로 유명인의 성명, 초상이 가지는 “경제적인 가치 보호”에 중점을 두는 “재산권”(인격권이 아닌)으로서의 “별도의 권리”를 인정한 것이 바로 퍼블리시티권인 것입니다.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 또 다른 중대한 이유는, 바로 성명권, 초상권, 프라이버시권과 달리 퍼블리시티권은 이를 제3자에게 양도할 수도 있고 상속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자신의 성명, 초상, 이미지를 양도나 라이센싱 등의 방법으로 경제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는 연예인 등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퍼블리시티권은 (i) 특정인에 대한 동일성이 (ii) 본인 허락없이 (iii) 상업적으로 이용돼 (iv) 일반대중이 그 동일성이 특정인을 지칭함을 인식할 수 있는 경우 그 침해가 인정됩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의 하나가 바로 “상업적으로 이용되었는지” 입니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퍼블리시티권이라는 것이 주로 광고와 연관되어 유명인(또는 일반인)이 자신의 이미지를 이용하여 상업적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인정된 개념임을 반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특정인에 대한 동일성이 보도나 창작 등에 이용된 경우에는 사전에 동의를 얻지 않았더라도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지는 않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만화의 속 등장인물에 실존인물의 성명과 경력을 사용하더라도 퍼블리시티권 침해는 아니라는 판결이 있었습니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예전에 어느 미술가가 축구선수 박지성의 얼굴을 그린 미술작품을 전시하려 했다가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이유로 포기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요, 사실 그 경우 박지성 선수의 초상을 미술 작품화한 것이므로 퍼블리시티권 침해는 없었겠지요(유사한 경우로 미국에서는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의 초상을 미술작품화한 화가의 행위가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인지 문제되었는데, 미국법원은 미술작가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런데 광고는 고도로 상업적인 분야로 인정되므로 위 퍼블리시티권 침해 요건 중 ‘상업적으로 이용되었는지’ 여부는 광고의 경우에 있어서는 거의 대부분 충족된다고 볼 것입니다.

반복하여 언급되는 부분입니다만, 퍼블리시티권은 광고 분야에서 탄생한 개념이고 따라서 광고를 제작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광고 속에 유명인의 이미지를 무단 이용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은 어찌 보면 하나의 상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물론 퍼블리시티권 침해임이 분명한 사안임에도 (따라서 유명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동의 없이 해당 이미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 것도 분명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실무자 입장에서 법적인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실수로 유명인의 이미지를 무단 이용하여 문제가 되는 경우도 제법 많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법원에서 많이 문제되는 사례 중의 하나인 “광고출연계약기간 종료 후의 사용”이 대표적인 경우일 것입니다.  해당 유명인과 광고출연계약까지 체결한 것은 맞으나 광고기간이 도과하였음에도 이를 철거하지 않고 만연히 계속 게시하여 퍼블리시티권(초상권) 침해 책임을 부담하는 경우 말입니다.  이런 경우 실무자 입장에서는 ‘허락을 얻었다’는 생각이 앞선 나머지 ‘허락이 언제까지 유효한지’를 제대로 체크하지 않은 실수가 있는 것입니다.

또한 유명인이 등장하는 ‘사진’(기타 영상물 포함)을 광고 속에 이용하는 경우에도 뜻하지 않은 실수를 할 위험이 있습니다.  즉 ‘사진’의 경우 해당 사진의 저작권자로부터만 동의를 받으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광고제작을 진행하였다가 나중에 가서 사진 속의 인물로부터 퍼블리시티권 침해 소송을 제기 당하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이는 저작권과 퍼블리시티권은 전혀 별개라는 법리를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사진을 광고와 같은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에는 사진 자체가 이용되는 것과 동시에 사진 속 인물의 이미지 또한 이용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진 자체의 저작권자인 사진작가의 동의는 물론 이미지에 대한 퍼블리시티권자인 해당 인물의 동의 또한 얻어야 하는 것입니다.

근래 들어 광고를 제작하는 사람 입장에서 퍼블리시티권에 한층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바로 유명인들이 자신들의 퍼블리시티권을 관리하는 데 있어 매우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유명인의 이름, 인물사진 등과 같이 누가 보아도 광고 속에 해당 유명인의 이미지가 이용된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나 유명인들이 퍼블리시티권을 주장하고 나서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요즘 들어서는 유명인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외모나 외양의 일부, 이름이나 별명의 일부 등 빈약하게나마 유명인의 이미지와의 연결고리로 볼 수 있는 사정만 나타나면 자신의 퍼블리시티권이 침해되었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얼마 전 미국에서 있었던 영화배우 린지 로한과 증권거래기업 E*TRADE 간에 벌어진 소송이었습니다.  E*TRADE는 자신의 TV광고 속에 젖먹이 아이들의 삼각관계를 코믹하게 표현했는데요, 등장하는 여자아이들 중 한 명의 이름이 바로 “린지”였습니다.  린지 로한 측은 그것이 바로 자신을 지칭하는 것이라며 E*TRADE가 동의 없이 자신의 이미지를 사용했다며 1억불짜리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던 것입니다.  단지 “’린지’라는 이름의 여자아이”라는 설정만으로 그것이 영화배우 린지 로한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기는 법적으로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만, 이에 대한 린지 로한측의 답변은 “’오프라’라고 하면 누구나 ‘오프라 윈프리’를 떠올리듯이 ‘린지’라고 하면 ‘린지 로한’을 떠올릴 것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양측의 화해로 소송이 종결되었는데요, 관련 기사에 따르면 E*TRADE측에서 린지 로한측에게 상당한 금액을 보상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광고분야에서 타인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데는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제작단계에서 광고출연계약 또는 이미지사용계약을 철저히 준비하고 제작 이후 단계에서도 계약기간 준수 등 사후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퍼블리시티권 침해 여부가 불분명하거나 애매모호한 경우에는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

<DAEHONG COMMUNICATIONS, 2010 11월/12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 2011 정원일 변호사.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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