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광고나 TV광고와 달리 시청 시간대 제한이나 구독 타겟의 구분이 없는 옥외광고는 광고주에게 있어 매우 매력적인 광고수단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옥외광고는 도시경관을 훼손할 염려 또한 있는바, 이에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이하 “옥외광고법”)은 옥외광고에 관한 여러 규제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현행 옥외광고법 에 따른 옥외광고란 “상시 또는 일정기간 계속하여 공중에게 표시되어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서 간판•입간판•현수막•벽보•전단 기타 이와 유사한 것”을 의미합니다.
옥외광고법은 기본적으로 옥외광고물에 대한 허가/신고주의를 취하고 있습니다. 허가/신고사항과 각각의 제한 내용에 대하여는 옥외광고법과 시행령, 그리고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서 자세히 정하고 있는바, 이 자리에서는 그 세세한 내용을 논하기보다는 그 동안 주로 문제되어 왔던 옥외광고법 위반 사례를 통하여 광고업계 종사자분들이 주의해야 할 부분들을 살펴 보기로 합니다.
우선 ‘래핑(wrapping) 광고’가 문제됩니다. 래핑광고는 광고문구가 포함된 현수막이나 특수 스티커로 건물의 벽면 전체를 감싸는 형식의 광고기법을 말합니다. 지난 2010년 월드컵 때 여러 기업들이 본사 건물 외벽에 대형 월드컵응원광고를 게시한 적이 있는데, 관할 구청은 이를 불법 옥외광고물로 보아 과태료(500만원)를 부과한 사례가 있습니다. 현행 옥외광고법에 따르면 건물등의 벽면을 이용하는 광고물은 건물의 출입문이나 창문을 막아서는 안 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종래의 래핑광고는 옥외광고법 위반에 해당됩니다.
래핑광고의 불법성 문제는 소송으로까지 번진 사례가 있는데, 국내 최대의 옥외광고물로 꼽히는 대한생명의 63빌딩 옥외광고물(래핑광고)이 바로 그것입니다. 대한생명은 2010년 6월 새 기업이미지(CI)를 선포하면서 1억여 원의 비용을 들여 여의도 63빌딩 사옥 두 개의 벽면에 새 브랜드 슬로건과 기업 로고가 표시된 가로 53m, 세로 47m의 래핑 광고물을 설치했습니다. 관할구청인 영등포구청은 해당 광고물이 불법이라며 철거명령과 이행강제금 1,000만원을 부과하였고, 대한생명측이 이에 불북하여 법원에 이의신청을 제기하였지만, 법원은 해당 광고물이 옥외광고법에 저축되는 불법광고라고 판결하였습니다.
하지만 래핑광고를 둘러 싼 옥외광고법의 법 적용과 집행이 반드시 투명하지만은 않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은 기업들의 월드컵 래핑광고에 대한 대규모 과태료 부과 사태가 있은 후인 2010년 10월경 정부가 주관하는 G20정상회의 성공개최를 기원하는 래핑광고에 대하여는, 마찬가지로 옥외광고법 위반임에도 불구하고 주무 구청이 과태료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하여 형평성 논란이 있었습니다.
래핑광고가 옥외광고법 위반에 해당되더라도 그에 따라 부과되는 과태료나 이행강제금의 액수가 크지 않고, 광고를 하는 측에서는 오히려 과태료를 부담하더라도 철거 전까지 누리게 되는 광고 효과가 훨씬 크다는 판단 아래 불법적이 래핑광고를 감행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래핑광고에 대한 규제가 비현실적이고 래핑광고의 효용도 인정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래핑광고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고, 국회에서도 래핑광고의 합법화를 골자로 하는 옥외광고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는 하였으나 아직까지 법개정으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편, 옥외광고법은 “옥외광고물의 문자는 한글로 표시함을 원칙으로 하고, 외국문자로 표시할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한글과 병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외국문자로만 된 옥외광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004년 기업이미지통합(CI) 과정에서 한글간판 대신 영문간판을 사용한 KB*b와 KT(옛 한국통신)는 옥외광고물 관리법의 한글병기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는 판결이 기업이미지 통합 과정에서 한글 제호를 버리고 ‘KB*b’ (국민은행의 새 로고) ‘KT’(옛 한국통신) 등의 영문 제호를 택해 간판 등에 한글을 병기하지 않은 것은 옥외광고법의 한글병기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한 사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법원의 판단은 기업의 상호선택 및 영업활동의 자유를 간과하고 글로벌 시대에도 역행하는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참고로, 현행 옥외광고법은 한글병기조항 위반에 대한 별도의 처벌조항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음으로, 옥외광고 게시시설 소유자와 옥외광고설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서, 옥외광고물이 설치된 건물 기타 구조물 앞에 건물이 증축되는 등의 사유로 시야가 가려져 옥외광고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와 같은 경우 옥외광고설치의뢰자(광고주)측에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이 경우 광고게시시설 소유자나 광고설치의뢰자가가 시야를 가리는 건물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을까요? 마치 아파트의 조망권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지요. 유사한 분쟁에서 우리 법원은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옥외광고로 얻는 이익은 주무관청의 허가 내지 신고에 의하여 비로소 인정되는 일시적인 이익에 불과하여 조망권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에 근거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주류의 옥외광고 금지 문제를 언급하고자 합니다. 이는 지난 3월 일부 국회의원들이 청소년 선도 및 보호를 이유로 대중이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옥외에서는 주류광고를 전면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옥외광고법을 공동발의하면서 불거진 문제입니다.
법개정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청소년들이 주류광고에 많이 노출될수록 음주소비와 음주 부작용에 따른 피해가 증가한다는 점을 법개정의 필요성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합리적인 기준 없이 주류에 대한 옥외광고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로서 타당성이 부족하며 광고산업의 발전에도 역행하는 조치로 보여집니다. 국회 의안심사기구인 행정안전위원회도 그와 같은 일률적인 금지 조치에는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행정안전위원회는 반대의 이유로서 타법령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자주 시청하는 TV나 라디오에 있어서도 주류광고를 알코올 도수별, 방송 시간대별로 제한하는 데 그치고 있고, OECD국가 중 주류에 대한 옥외광고를 전면금지하고 있는 국가는 5개국에 그친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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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한국의 옥외광고 법률을 조사 하고 있는데요. 유익한 정보 감사합니다. 건승하세요!
항상 유익한 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