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연방대법원, “Aereo 서비스는 저작권 침해” (1)

aereo바로 오늘 그 동안 미국 방송업계는 물론 IT업계의 큰 관심을 끌었던 Aereo 사건에 대한 미국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방송사측의 역전승이었다. 연방대법원은 Aereo서비스에서 방송신호를 수신하여 전송하는 주체는 개개의 이용자가 아니라 Aereo라고 보았고, Aereo측의 주장대로 송신되는 신호와 이용자 간의 1:1 매칭(대응관계)이 이루어지더라도 ‘공중으로의 송신(transmission to the public)’에 해당됨에는 차이가 없다고 보았다(다수의견 6인, 소수의견 3인. 판결문: Aereo).

Aereo에 대하여는 이미 신문지상을 통해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가입자별로 소형 안테나를 설치 임대하여 공중파의 무료방송 신호를 수신한 뒤 이를 인터넷으로 전송해 주는 서비스이다. 어느 용감무쌍한 사업가가 명민한 변호사의 검토를 받고 런칭한 서비스다. 방송사들이 가만히 있었을 리 없다. 미국의 주요 방송사들은 Aereo가 기존의 케이블회사와 실질적으로 동일하면서도 다른 케이블사업자와 달리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은 채 저작물(TV프로그램)을 공중에 재송신하는 것은 불법이므로 이를 금지시켜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방송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금번 미국연방대법원은 그와 같은 하급심 판결을 파기하고 Aereo의 위법성을 분명히 확인한 것이다.

본 블로그에서도 여러 차례 다루었듯이 국내와 미국은 물론 일본, 싱가폴 등 세계 각지에서 시청자들의 보다 자유로운 시청을 위하여 인터넷과 관련 기기 내지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신호를 재전송하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것이 시청자들에게 시간과 장소는 물론 기기(device)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그와 같은 서비스가 방송사업자가 아닌 제3의 업체에 의해 제공되고 해당 업체가 이를 통해 이득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서는 과연 그와 같은 서비스가 각국의 저작권법상 인정되는 방송사업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가 문제되어 왔던 것이다. 지금까지의 각국 법원의 결론을 간략히만 살펴보면, 우리법원과 일본법원은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본 반면, 싱가폴과 미국 법원은 저작권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다만, 싱가폴 법원의 사건은 항소여부나 확정여부는 확인하지 못하였다).

문제의 핵심은 과연 저작권 침해 여부가 문제되는 행위(즉, 방송프로그램의 전송, 복제)를 한 주체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개의 이용자 본인인지 아니면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자동화프로그램 내지 안테나 등 관련 기기를 제공하는 서비스제공자인지에 있었다. 만약 개개의 이용자를 행위주체로 본다면 서비스제공자는 기껏해야 2차적 책임(방조) 밖에 지지 않게 되는데, 1차적 책임을 부담하는 이용자 개개인의 행위가 이른바 사적 복제 내지 공정한 이용에 해당되어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게 되는 결과 그에 종속되는 서비스제공자의 행위도 면책될 수 밖에 없는 결과가 발생한다. 그러한 연유로 방송사업자 입장에서는 서비스제공자를 행위의 주체로 봐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왔고, 이에 대해 각국 법원은 입장을 달리해 왔던 것이다. 또한 서비스제공자를 행위의 주체로 보게 되는 경우에도, 방송신호의 송신이라는 관점에서 과연 해당 시스템과 이용자 간의 1:1 매칭에 의한 파일의 복사와 전송이 저작권법이 요구하는 공연성을 충족할 수 있는지도 논란이 되어 왔다. 오늘은 Aereo판결을 소개하는 자리인만큼 이하의 논의는 미국 법원의 판결과 미국 저작권법의 내용으로 한정하기로 한다.

미국의 경우 적어도 오늘자 Aereo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미국연방항소법원의 Cablevision 사건 판결이 이 문제에 있어 선례로서 자리잡고 있었다. 과거 미국연방항소법원은 케이블업체가 제공하는 RS-DVR서비스(시청자가 케이블회사의 중앙서버에 구획된 녹화공간을 이용하여 방송프로그램을 녹화하고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가 방송사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는데, 당시 법원은 RS-DVR을 통해 방송프로그램을 녹화하고 전송(play back)하는 주체는 케이블회사가 아니라 가입자 개개인이라고 보았다. 나아가 법원은 파일복제와 전송이 이용자에 대한 관계에서 1:1로 매칭되는 관계라면 이는 불특정 다수로의 송신을 요구하는 공연성도 인정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방송사업자는 이에 대해 상고하였지만, 미국연방대법원은 상고를 불허하였다. 이후 미국 방송계에서는 Cablevision 판결에 기반한 다양한 방송 관련 서비스가 제공되어 왔다. 예를 들어 Dish Network의 셋톱박스가 제공하는 AutoHop(자동 광고 건너뛰기 기능)이 있는데, 얼마 전 제9연방항소법원은 Cablevision 판결에 기초하여 Autohop서비스에 의한 복제는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결하였다(이에 관한 예전 글은 여기).

Aereo 서비스도 마찬가지로 Cablevision 판결에 주목한, 그리고 그에 기반한 서비스이다. 어찌보면 기존의 케이블방송에 대한 법적 규제를 피하기 위한 탈법행위로까지 보여지기도 한다(Aereo 사건 항소심을 담당한 판사는 구두변론을 진행하던 Aereo측 변호사에게 “your system is darn clever”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로지 법의 적용을 피하기 위한 아이디어 아니냐는 것이다).  Cablevision 판결에 충실하게, Aereo는 이용자별로 하나의 안테나를 제공하였다. 디지털시대에서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구식의 비효율적인 방법이었으나, Aereo측은 Cablevision 판결의 취지를 충실히 따르기 위해 이마저 감행했던 것이다. 안테나를 통해 수신된 방송신호와 변환 파일은 해당 안테나를 이용한 이용자 본인에게만 전송되었고(1:1 매칭), 다른 이용자들과 공유되거나 재사용된 바가 없었다. 또한 Aereo는 방송신호를 있는 그대로 수신하여 아무런 가공을 하지 않고 그대로 이용자들에게 제공하였다(서비스제공자로서의 소극적 지위). 더욱이 Aereo 서비스를 통해 가입자들에게 전달된 방송신호라는 것은 어차피 돈을 내고 공중파 안네터만 실치하면 누구나 무료로 수신할 수 있는 것이었다.  1심과 2심 판결은 Aereo는 Cablevision의 RS-DVR처럼 사업자가 개개의 시청자에게 방송 시청의 도구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므로 Cablevision 판결과 마찬가지로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이 (Cablevison 사건과 달리) 방송사업자측의 상고를 허가하면서부터 상황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였다.

상고심 심리가 시작되면서 양측은 뜨거운 언론전을 펼치게 되는데, 방송사측에서는 “Aereo는 케이블방송과 다를 것이 없다”고 하였고, Aereo측은 “이용자별로 하나의 안테나를 설치하여 1:1로 전송하는 것이 어떻게 케이블방송이냐”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와 같은 Aereo측의 전략은 다소 논점을 불리한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1:1매칭”보다는 “개개의 이용자가 전송행위의 주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전략상 보다 타당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1:1매칭론”은 사실 송신행위의 주체를 Aereo로 전제하는 경우에나 문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Aereo측의 주장에 대해 방송사측은 Aereo의 서비스를 전체적으로 보면, 1:1매칭이라는 것은 결국에는 “1:다수”로 총합(aggregate)되어 케이블방송과 차이가 없다고 맞받아쳤다(즉 “1:1매칭”이 10개 있는면 이는 곧 “1:10매칭”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공방은 결국 Aereo가 기존의 케이블사업자와 실질적으로 다른 게 없지 않느냐는 관점을 보다 부각시키는 결과가 되지 않았나싶다. (일례로서, 어떤 견해는 “저작권자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허락하지 않은 형태로 수많은 서비스 가입자들이 저작물을 소비한다는 결과에 있어서는 마찬가지인데, 하나의 복제본을 만들어 전송하면 저작권 침해이고 수천 개의 복제본을 생성하여 전송하는 행위는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리면 이는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기도 하는 것 같은데, 그와 같은 주장은 그 자체로서는 일리가 있으나, 사실 Aereo입장에서 진정으로 주장하고자 했던 바는 “내가 수천 개의 복제복을 전송한 게 아니라, 수천명의 가입자가 하나씩, 그것도 자기 자신에게 전송한 것이므로 적법하다”는 것이다. 즉, Aereo측의 논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위와 같이 “방송사업자 : 케이블사업자 : Aereo”와 같은 대립관계가 아니라, “전송행위의 주체”인 이용자 개인의 시각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게 되면, 전체적인 관점이 달라질 수도 있다. 즉, 이용자들이 별로 비싸지 않은 공중파 안테너를 구매하여  자기 집 지붕에 설치하기만 면 무료로 방송을 시청하고 녹화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와 같은 번거로움을 피하고자 약간의 돈을 더 지불하고 안테나의 설치와 관리를 제3의 업체(Aereo)에게 대행시키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시청자 개개인이 보다 편리하게 방송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도록 관련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수신보조행위로서 당연히 적법하다. 그와 같은 서비스가 유상인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방송사는 Aereo가 자신들의 저작물을 이용하여 이득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은 그것은 장비 임대와 관리에 따른 이득으로 못 볼 바 아니다) . 그러나 언론공방이나 후술하는 연방대법원의 판결내용은 이와 같은 시청자의 시청권에 대한 고려는 그리 그치 않았던 것 같다. 그보다는 기존의 방송사들과 유력한 자산가를 뒷배경으로 하는 신생기업(Aereo) 간의 이익 다툼으로 보는 시각이 더 크지 않았나 싶다. (물론 그런 시각도 틀린 것은 아니다)

한편 필자는 과연 Aereo의 주장처럼 이 사건 서비스를 “1:1매칭”으로 보아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Aereo가 주장하는 논리는 이를테면 책이나 CD같은 유형물(physical copy), 혹은 다운로드에 제공되는 파일과 같이 개개의 특정성이 구분될 수 있는 경우라면 쉽게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다(1개의 DVD를 구입하여 10명에게 상영하는 경우와 10개의 DVD를 사서 한명에게 하나의 DVD씩 따로 상영한 경우를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방송신호가 갖는 전파의 특수성을 생각하면 과연 하나의 안테나로 수신하는 것과 10개의 안테나로 수신하는 것이 법적으로 어떤 차이를 가져오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방송전파는 마치 햇빛과 같이 일정권역에 무차별적으로 방사되는 것이다. 기존의 케이블방송의 시스템을 봐도 그렇다. 쉽게 말해 방송사와 케이블업자 간에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할 때 거래의 대상이 되는 것은 케이블업자가 안테나 설비를 이용하여 방송사의 방송신호를 수신하여 이를 다수의 가입자들에게 재전송한다는 것이다. 일정권역 내에서 하나의 안테나로 수신하느냐, 두개의 안테나로 수신하느냐와 같은 안테나의 갯수는 거래의 대상이 아니고 그에 따라 거래가격(로열티)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하나의 안테나로 수신할지, 10개의 안테나로 수신할지, 이는 어디까지나 케이블사업자의 기술적 고려에 의해 결정될 문제일 뿐, 저작권 침해 여부의 판단대상이 되는 저작물 내지 방송신호(copy)의 갯수를 판단하는 데는 고려되기에 부적절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비슷한 관점에서, Aereo는 “100명의 고객을 위해 가로X세로 10cmX10cm의 소형 정사각형 안테나 100개를 한 군데 모아 설치해 놓고 100명에게 개별적으로 송신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이는 “가로X세로 100cmX100cm의 대형 정사각형 안테나 1개를 이용하여 100명에게 한꺼번에 송신하는 것”과 기술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차이가 없다고 볼 여지가 더 큰 것이다(실제로는 동전 크기의 안테나였다고 한다).

일단 미국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졌으므로 Aereo서비스가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점은 이제 기정사실이 되었다. 다만 그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사견으로는 연방대법원이 공연성을 인정한 부분은 지지하나, 저작권법상의 직접침해/간접침해에 대한 구분론을 외면하고 단순히 입법취지와 장치의 소유/관리라는 부분에만 집착하여 송신행위의 주체를 Aereo로 판단한 것은 무리였다고 본다.

아울러 본건 판결은 향후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 콘텐츠의 제공과 복제/전송, 그리고 그와 관련된 서비스(클라우드 서비스)의 합법성(내지 로열티 발생 여부)을 두고 저작권자와 서비스제공자 사이에 또 다른 논쟁을 유발할 소지도 있어 보인다. 각자 자기 입장에서 본 판결을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연방대법원도 이와 같은 점을 우려하였는지 판결문에서 이 사건 판결은 Aereo서비스에만 국한되는 것이지 여타 클라우드 서비스에는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금번 미국연방대법원의 판결 내용은 다음의 글을 통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 2014 정원일 변호사. All rights reserved.

(이미지출처: 여기)

 

One Response to 미국연방대법원, “Aereo 서비스는 저작권 침해” (1)

  1. Pyung Kim says:

    감사합니다.
    너무 정리가 잘 되어 있어 매우 유익 했습니다.
    향후 aereo 의 방향 과 선택도 예측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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