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보험공사와 심형래 감독의 문화수출보증 협약 체결을 바라보며

얼마 전 영화제작자들의 시선을 끌었던 뉴스가 있지요.  바로 수출보험공사가 심형래 감독의 차기작인 “Last Godfather”를 지원하기 위한 문화수출보증협약을 체결하였다는 것입니다.

2008. 3. 11.자 수출보험공사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수출보험공사는 “침체일로에 있는 한국영화 투자를 활성화하고, 영화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출시한 문화수출보험의 첫 지원작으로 심 감독의 『Last Godfather』를 선정”하였고, “이번 협약을 통해 영구아트는 차기작이 극장 및 부가판권시장(DVD시장 등)에서 투자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총제작금의 최대 70%까지 보장받게 된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제작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서, 심형래 감독이 위와 같은 수출보험을 통해 제작비 조달 리스크를 덜어낼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참으로 대단한 일입니다.  특히 공기업인 수출보험공사의 “문화수출보험”이라는 새로운 구조로 제작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도 매우 획기적인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문화수출보험”이 뭔가요?  수출보험공사는 이를 “수출계약이 체결된 영화 제작과 관련한 투자및 대출거래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보상하는 제도”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원대상은 한국자본이 투자된 영화로서, 수출계약(pre-sale)이 체결되었거나 수출을 계획하고 있는 영화라고 합니다.  그리고 보험 종목은 “투자형, 대출형, 펀드형”세 가지로 나뉜다고 합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번 심형래 감독과 체결된 문화수출보험은 이른바 “투자형”문화수출보험으로 보이는데, 이는 장차 투자자가 개별 투자를 한 후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 이를 일정 한도(최고 70%)에서 수출보험공사가 투자자에게 보상한다는 것입니다.  즉 수출보험공사가 직접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란 얘기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투자자가 없으면 수출보험공사의 보상금도 없다는 얘기이지요.  현재 신문보도에 따르면 아직까지는 “Last Godfather”의 투자자는 없다고 하니, 앞으로 투자자가 정해지면 투자자와 수출보험공사 사이에 문화수출보험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여집니다(수출보험공사가 전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는지 아니면 일정 기준에 따라 투자자를 심사할 권한이 수출보험공사에게 유보되어 있는지는 협약이 내용이 구체적으로 보도되지 않아 확인할수 없습니다).

어찌되었건 심형래 감독은 이번 문화수출보증 협약을 통해 장차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큰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영화가 실패하더라도 수출보험공사에서 보험금 형식으로 투자금의 일정부분을 보상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으니깐 말이지요.

그런데 수출보험공사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네티즌들의 비난도 만만치 않은가 봅니다.   비난의 요지는 “시나리오도 나오지 않은 영화에 수십억을 투자하는 게 말이 되냐.  그것도 국민이 낸 세금을 가지고 말이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와 같은 비난은 조금 성급한 면이 있어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이는 심형래 감독과 수출보험공사 간의 협약 내용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면도 있는데요, 적어도 지금 단계에선 수출보험공사가 심형래 감독에게 “투자”를 하기로 한 것도 아니고, 정식으로 보험계약이 체결된 것도 아닙니다(보험계약은 장래 투자자와 수출보험공사 간에 체결될 것으로 보이고, 지금은 심형래 감독측과 수출보험공사 사이에 장래 수출보험 건을 이러 이러한 식으로 처리하자는 기본적인 내용을 협약으로 정한 수준에 그쳐 보입니다).

합리적은 보험사업자라면, 당연히 장래 정식 보험계약 체결 전에 수출보험공사측에서 영화 시나리오 내용과 투자자의 면면, 제작 일정 등 전체적인 내용을 심사하여 보험계약 체결 여부를 다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았을 것입니다.  그러한 유보조항 없이 일방적으로 심형래 감독측이 제시하는 시나리오와 투자자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보험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면, 그것은 보험회사의 보수적인 생리와도 맞질 않지요.  게다가 영화투자에 대한 보험은 우리나라에는 거의 처음 있는 일입니다.

미국에서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험회사가 영화투자금에 보험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몇몇 보험회사가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 보험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지요.  그러나 결과는 대부분 참담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영화가 실패하고 보험회사가 천문학적인 보험금을 물어주는 손실을 보았으니까요.  그럴 때마다 보험회사는 소송을 걸어 “영화사 쪽에서 기망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등 보험계약을 무효화 시키려 애를 썼으나 번번히 패소하고 말았지요.

금번 수출보험공사의 문화수출보증협약을 보면, 적어도 그 구조만큼은 영화인들에게 환영받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앞으로 펀드나 제1금융권이 영화제작비를 지원하는 경우에도 사용될수 있는 구조이니깐 말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겠지요.  좋은 취지로 시작한 문화수출보험 제도가 혹 업무담당자들의 지나친 과욕과  성급함으로 제도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결국에는 실패하여 오히려 한국영화의 제작비 조달 경로를 더욱 폐색시키는 결과가 초래되지는 않을지 업무처리에 신중을 기하여야 할 사안으로 생각됩니다.

© 2008 정원일 변호사. All rights reserved. Some copyrights, photos, icons, trademarks, trade dress, or other commercial symbols that appear on this post are the property of the respective own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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