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히어로즈의 “장원삼 선수 사태”를 바라보며

eab7b8eba6bc-71요즘 프로야구는 이른바 ‘장원삼 선수 사태’로 온통 난리입니다(장원삼 선수나 팬 여러분들 혹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장원삼 선수 사태’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 이 사건은 장원삼 선수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거죠.  신문지상에서 그런 표현을 썼기에 저도 편의상 그대로 인용하는 것뿐입니다^^).

사건은 프로야구 히어로즈 구단이 소속 에이스 좌완투수 장원삼씨를 삼성 라이온즈에 현금 트레이드(정확히는 현금 30억원과 다른 투수 한 명과 맞바꾸는 조건)하려 한다는 아주 간단한 내용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우리 프로야구의 현실적 여러 단면들을 보여주는 복잡한 사건이기도 합니다.

사건의 발단은 히어로즈 창단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원래 히어로즈의 전신은 현대 유니콘스 구단이지요.  작년 12월 자금난에 처한 현대 유니콘스 구단을 원래는 KT가 인수하기로 했지만, KT는 타구단들의 반발과 높은 가입금(프로야구위원회 회원이 되기 위한 것으로 KBO가 정해서 요구하는 금액임) 등을 이유로 인수를 철회하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그 때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라는 기업이 등장하여 가입금 120억원에 전격 현대구단을 인수하게 됩니다(정확히는 구단창단 방식을 취했지요).

그런데 이후 센테니얼이 약속된 가입금 120억을 제 때 지급하지 못해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지난 7월 센테니얼은 가입금 분납액인 24억을 제 때 지급하지 못하여 KBO와 갈등을 빚었고(KBO는 가입비 미납시 센테니얼의 회원사 자격을 박탈하겠다고까지 했습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센테니얼의 자금력을 의심하며 연말에 있을 가입금 분납액 24억을 제 때 지급할지 의심이 커지게 된 것이지요.

바로 이 시점에서 센테니얼은 히어로즈의 에이스 장원삼 선수의 현금 트레이드를 전격 단행하게 됩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일 센테니얼이 트레이드금으로 연말 가입금을 지급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지요.

이 사건에 대한 기사들을 보면 센테니얼측을 비난하는 측의 입장은 “선수 팔아 구단 운영비를 마련하려 한다(과거 쌍방울 구단의 경우처럼)”거나 “당초 구단 인수시 KBO와 맺은 ‘5년간 선수 현금 트레이드 금지’ 약속을 위반한 것이다”라는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저는 조금 시각을 달리하여, 만약 정말로 (일각의 의혹처럼) 센테니얼이 선수 트레이드금으로 가입금을 지급하려 한다면(이는 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 혹시 그것이 법적으로 횡령이나 배임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이랄까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습니다만, 기업M&A거래에서 자주 사용되는 기법으로 LBO(Leveraged Buy-Out)이라는 게 있지요.  피인수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원을 차용해서 기업인수대금을 치르는 방식인데요(이를테면 A가 B로부터 X라는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X의 자산을 담보로 금원을 차입하여 B에게 인수대금을 지급하는 경우), 외국의 경우와 달리 우리 대법원은 이와 같은 LBO거래가 업무상 배임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습니다(물론 말로는 ‘그와 같은 거래가 회사에게 특별히 이익이 되는 경우’에는 배임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문제된 LBO거래에서 그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면 배임의 성립을 부인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습니다).  대법원의 논리는, 법인과 그 주주는 서로 별개의 법인격인데, LBO거래라는 것은 결국 회사(X)가 자신과 별개의 법인격인 회사 인수자(A)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회사 재산을 담보로 제공한 것이이서 회사에 해가 되는 행위, 즉 배임에 해당된다는 취지입니다(결국 회사 재산으로 주주 개인의 채무를 갚지 말라는 얘기).  마찬가지 취지에서 회사를 인수한 새로운 주주가 회사의 재산을 처분하여 회사 인수대금을 지급하는 경우 역시 배임 내지 횡령에 해당되게 됩니다.

이 얘기를 왜 하냐고요?  센테니얼의 현대구단 인수(히어로즈 창단)와 그 후 선수 트레이드에 의한 가입금의 지급이 제게는 위와 같은 M&A에서의 LBO를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어서입니다.

현재 프로야구구단들은 상법상 주식회사(법인)의 형태를 띄고 있다고 합니다.  그 운영주(이를테면 센테니얼)는 구단이라는 법인의 대주주로 들어가 있는 형태이지요.  그런데 구단의 가장 중요한 자산 중의 하나는 바로 그 선수들(보다 정확히는 선수들에 대한 전속적인 권리)입니다.  구단이 선수를 매각(트레이드)하는 것은 곧 법인이 자신의 자산을 처분하는 것과 마찬가지요.  따라서 선수 매각대금(트레이드금)은 구단의 재산이 되는 것이지 그것이 곧바로 그 주주인 운영주의 개인 재산이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구단 운영주가 선수 트레이드금을 가지고 가입금을 지급하는 것은 어떨까요?  만약 그 가입금이라는 것이 구단이 지급해야 할 성질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그것이 구단 운영주 개인이 지급해야 할 금액이라면, 이는 곧 구단의 재산을 가지고 구단 운영주(주주)의 채무를 변제한 격이 되어 앞서 본 횡령이나 배임의 소지가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과연 가입금이라는 것의 지급 주체가 누구이냐(구단이냐 구단의 주주이냐)에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번에 가입금이라는 얘기를 처음 접하게 되어, 어떻게 어떻게 한국야구위원회규약이라는 것을 구해 들여다 봤는데요, 일단 ‘가입금’이란 단어의 의미상으로는 ‘구단’이 지급해야 할 채무로 볼 여지도 있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규약은 “구단”이 한국야구위원회의 회원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반대로 볼 근거도 충분합니다.  특히 가입금 부과의 근거가 되는 조항들을 보면 그렇습니다.  동 조항들에 따르면 가입금은 “구단을 신설하여 회원자격을 취득하려는 자”, “회원자격을 양수하려 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입금’이라는 것의 취지를 보더라도 (정확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새로이 프로야구리그에 뛰어들려는 사업주체에게 새로운 자본을 투입토록 하여 프로야구 전반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함에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구단을 인수한 주체(혹은 비록 창단 방식이라도 실질적으로는 인수와 동일시할 수 있는 경우)가 기존 구단의 재산을 처분하여 마련한 자금으로 가입비를 지급하고 말아 버린다면, 구단차원이나 프로야구 전체적인 차원에서도 새로이 투입되는 자본이 전혀 없게 되고, 결국 해당 인수주체는 자기 자본의 투입 없이도 구단을 인수하게 되는 결과가 생길 우려가 있습니다(프로야구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이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게 아닌가 추측됩니다).  사실 센테니얼(히어로즈)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즉, 센테니얼은 KBO로부터 가입금 120억만을 KBO에게 납부하는 것을 조건으로 ‘현대구단의 인수(히어로즈의 창단)’라는 특권을 부여받게 되었습니다. 센테니얼에게는 가입금 120억이 실질적으로는 자신이 지급해야 할 인수대금이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센테니얼이 그런 가입금을 선수를 트레이드한 돈으로 지급하려 한다?  그렇다면 이는 주주(센테니얼)가 법인(히어로즈)의 재산(트레이드금)을 가지고 자신의 가입금 혹은 인수대금지급채무를 변제하는 것이어서 배임 혹은 횡령 아니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는 것이지요(바로 이 점때문에, 가입금의 지급주체를 ‘구단’으로 보더라도 그 의미는 구단의 운영주(주주)가 새로운 자금을 투입하여 구단 명의로 지급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봐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구단 운영주가 선수를 트레이드하고, 트레이드금을 운영비로 사용하고… 이런 것들은 기본적으로 구단 운영주가 알아서 판단할 부분이 맞습니다.  팬들의 입장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극명히 갈릴 수 있는 부분이겠습니다만, 법적으로만 말하자면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지요.  따라서 과거 쌍방울 구단이 자금난에 처하여 선수를 현금 매각하고 그 돈을 가지고 구단운영을 꾸려나간 것, 많은 분들은 그 부분을 안 좋게 생각하셨던 것 같은데, 저는 법적으로는 문제 삼을 것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그와 같은 구단의 재산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였냐는 것일 겁니다.  쌍방울 구단의 경우처럼 “구단 운영비”로 사용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게 아니라 구단 운영주 개인의 채무(이를테면 구단 인수대금이랄까 인수과정에서 발생한 비용(가입금))의 변제에 사용했다면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있는 것이지요.

글이 길어졌습니다만, 제가 결코 이 글을 통해 센테니얼이나 히어로즈를 비난하고자 하는 것도, 작금의 사태에 대해 객관적인 법률판단을 내리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기에는 공개된 정보가 너무나 부족하고, 제가 일부 사실을 잘못 알고 있는 부분도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것보다는 “이런 식의 시각도 있을 수 있구나”하는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문이랄까 호기심을 일단의 가정 하에 풀어 써 본 것이니까요.  오히려 제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앞서 LBO거래에서 문제되듯이 “법인과 주주는 전혀 별개의 법인격이다”라는 기본 원칙의 중요성입니다.  많은 경우 (일부 대기업조차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이 약해 대규모 M&A 거래에서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받지 않았겠습니까?) 회사를 인수하신 분들(대주주)이 회사 재산이 자기 재산인 것처럼 착각하여 실수를 범하는 경우를 종종 봤는데, 이는 매우 조심해야 될 부분입니다.  특히 과거 사례들에 비추어 보면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경우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이 다른 분야에 비해 많이 취약한 것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소견도 있고 해서 이 글을 써보게 되었다는 점도 아울러 언급해 봅니다.

후기) 결국 이 사건은 KBO가 장원삼 선수의 트레이드를 불허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습니다(2008/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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