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미국에서는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에 따른 가수와 음반회사 간의 수익 분배 문제와 관련하여 가수 에미넴(Eminem) 측과 음반회사인 워너 뮤직 그룹 간의 소송이 있었습니다. 에미넴측은 워너 뮤직이 아이튠즈 등의 온라인 뮤직스토어에 음원을 공급하고 받은 수익 중 가수(에미넴)에게 분배하여야 할 수익을 부당히 줄여 지급해왔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었습니다.
사건의 핵심은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가 에미넴측과 워너뮤직 간에 체결된 음반계약상 저작물의 판매(sale)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저작물의 이용허락(License)에 해당하는지에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음반계약서는 sale의 경우 가수에게 12~16%의 로열티를 지급하는 반면 license의 경우에는 그보다 훨씬 높은 50%의 로열티를 가수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음반회사측에서는 ‘음원 다운로드’를 저작물의 판매(sale)로 해석하려 할 것이고, 가수측에서는 라이센싱으로 해석하려고 하겠지요? 에미넴 사건 역시 워너 뮤직은 sale조항에 근거하여 로열티를 지급한 반면 에미넴측은 라이센싱조항에 따라 로열티가 지급되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었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라는 것이 생기기 전에 음반계약을 체결한 가수들의 경우에 있습니다. 당시에는 디지털 다운로드라는 신기술을 예상하지 못한 채, LP나 CD의 판매/라이센싱을 염두에 두고 수익분배 조항을 뒀었던 것이 후일 디지털 다운로드라는 새로운 수입원이 등장하면서 분쟁이 생긴 것이지요. 가수들의 입장에서는 “디지털 다운로드의 경우에는 CD판매와 달리 제작비, 유통비 등이 현저히 적게 드는 이상 이를 CD판매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비틀즈등 많은 아티스트들이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를 허락하고 있지 않고 있는 데는 그와 같이 ‘가수들의 몫’이 지나치게 적다는 불만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분쟁은 예전에도 있었습니다. 올맨 브라더스 밴드와 칩 트릭스가 음반회사인 소니를 상대로 비슷한 내용의 집단소송을 제기했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가수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그 이유는 관련 계약서상 소속가수가 음반회사를 상대로 관련 청구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도과하였다는 기술적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에미넴측의 소송 결과는 어땠을까요? 에미넴측의 패소였습니다. 미국 법원의 배심원들은 ‘디지털 다운로드’는 에미넴이 체결한 음반계약상 ‘sale’에 해당된다며 음반회사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관련 기사는 여기를 클릭). 이와 같은 결론은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던 ‘디지털 다운로드 수입 분배’에 관해 미국 법원이 내린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 동안 수입분배 시 ‘sale’에 근거하여 로열티를 계산해 온 음반회사들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판결이지요.
가수와 음반회사 간의 수입분배는 기본적으로 음반계약서에 정해진 바에 따르게 됩니다. 그런데 그 후 음반계약 체결 시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매체를 이용한 수입원이 생기는 경우에는 여러 법률문제가 생기게 되지요. 우선 ‘음반회사가 가수의 저작물을 그와 같은 새로운 매체를 통해 유통시킬 권리가 있는지’가 문제될 것이고, 음반회사에게 그러한 권한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에 따른 수입분배는 어떤 기준으로 할 것인지의 문제가 생기게 될 것입니다. 에미넴 사건은 이 중 두 번째 이슈에 대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첫 번째 이슈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첫 번째 문제에 대하여는 과거 여러 차례 법원의 소송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몇 년 전 가수 봄여름가을겨울 사건에서 “저작권을 가지는 가수가 음반기획사에게 자신이 제작한 원반을 이용하여 앨범을 제작, 판매, 유통할 수 있도록 허락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허락 당시 예견 가능한 매체의 범위 내에서만 이용을 허락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음반기획사가 동 음원을 이용하여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에 제공하는 행위는 가수의 저작권을 부당히 침해하는 것이다”라는 취지의 판결이 내려진 바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어떨까요?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음반계약서 조항이 매우 상세한 편입니다. 그리고 많은 수의 음반계약서들이 음반회사가 해당 음반(음원)에 대하여 갖는 권리의 범위를 매우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지요. 아래의 경우처럼 말입니다.
“All recordings, phonograph record masters and reproductions made therefrom, together with the performances embodied therein, shall be entirely [the Record Company’s] property. [The Record Company] shall have the unrestricted right to manufacture, use, distribute and sell sound productions of the performances recorded hereunder made by any method now known, or hereafter to become known….”
가수와 음반회사 간의 소송에서는 위 계약서 조항 중 “by any method now known, or hereafter to become known,” 즉 “계약체결일 현재 알려진 일체의 방법 혹은 이후 알려지게 되는 일체의 방법에 의하여”도 해당 음원을 사용할 권한이 있다는 문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실제 미국 소송에서 법원은 동 계약서 문구를 근거로 음반회사가 가수의 음원을 디지털 온라인 서비스에 이용한 행위는 적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지나치게 자세한 계약서 문구들을 놓고, “도대체 그런 문구가 왜 필요하냐, 복잡하기만 하다”고 불평을 하시기도 하는데요, 문구 하나때문에 소송에서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는 게 바로 법입니다. 저작물의 이용허락(라이센싱)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이용허락의 범위를 어느 정도로까지 정할 것인지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입니다. 그만큼 관련 문구 하나 하나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지요. 특히 라이센싱 권한을 얻고자 하는 측(licensee)측에서는 기술의 발전에 의해 콘텐츠의 이용 윈도우가 갈수록 다변화, 다양화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그와 같은 새로운 윈도우에 대한 이용권한까지 부여받을 수 있도록 관련 협상과 계약서 문구 작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함은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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