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와 법] 동물광고의 법률 문제 – 동물학대, 퍼블리시티권/부정경쟁행위 등

동물을 소재로 한 광고가 갖는 장점 중의 하나라면 무엇보다도 소비자에게 주는 친근감입니다.  곤히 잠든 강아지의 모습을 보며 포근함을 느끼게 되고, 선글라스를 쓴 북극곰의 모습을 보며 익살스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제작비 측면에서도 동물 광고는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고액의 출연료를 지불하지 않고서도 유명 연예인을 채용한 것 못지 않은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동물광고가 뜻하지 않게도 광고주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주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동물애호가 단체들이 특정 광고가 동물을 학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문제 제기를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례로서 얼마 전 어느 동물보호단체는 모 타이어제조회사의 광고가 ‘몽둥이로 상어를 때려잡는 광고’로서 동물 학대라며 광고 중단을 요구하고 나선 사례가 있었습니다.

사실 ‘동물 학대’라는 문제로 보게 된다면, 그에 대한 법의 규정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더욱이 광고의 영역과 동물 학대를 연결코자 한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우선 방송광고 심의에 관한 규정은 ‘방송광고는 동물을 살상하거나 학대하는 표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방송광고 제작자 입장에서 그와 같은 내용에 입각하여 해당 광고의 내용이 동물학대의 내용을 담고 있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광고심의규정은 ‘동물학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는 1차적으로 건전한 양식과 상식에 의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인데, 일반적으로 광고주의 긍정적 이미지 제고를 목적으로 하는 광고제작자 입장에서 ‘동물학대’를 내용으로 하는 광고를 기안, 제작하는 경우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고, 만일 문제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심의과정에서 걸러지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하지만, 동물애호가 단체의 입장에서 보면 사정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근래 들어 동물의 권익을 옹호하고자 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광고제작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 것이 뜻하지 않게 동물 학대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생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경우 동물애호단체로부터 심심치 않게 듣게 되는 것이 바로 동물보호법입니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의 방지와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보장, 복지증진을 위해 제정되었습니다.  그런데 동물보호법은 동물학대의 방지를 목적으로 하면서도 ‘학대’의 개념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규정은 두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동물보호법이 어떠한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그것이 과연 광고 제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행위인지를 살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동물보호법이 금지하고 있는 행위는 동물을 ‘살상’하거나 ‘상해’를 가하거나 ‘유기’하는 경우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동물광고에서 그와 같은 살아 있는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가 발생할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즉 실정법상 동물애호가들이 동물광고에 반대하는 법적인 근거로 동물보호법을 내세울 여지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반드시 법적인 문제로 시작되고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광고분야는 법적, 비법적인 문제를 떠나 광고주의 이미지를 최우선시하는 분야이므로, 특정 소비자그룹(동물애호가)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그에 따른 부정적인 이미지가 광고주에게 확산되는 것은 반드시 피하여야 할 부분입니다.

결국 광고제작자 입장에서는 ‘조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동물보호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고양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광고제작 과정에서 충분한 사전기획과 모니터링을 거쳐야 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최근 들어 동물보호가 하나의 트랜드처럼 기능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국의 경우 특정 동물보호단체에 가입하는 것이 마치 지성인의 척도인 것처럼 유행처럼 번지고 유명 연예인도 이에 동참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광고제작자 입장에서는 이를 또 다른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성격은 조금 다르겠지만, 동물을 이용한 공익광고나 동물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한 독일 자동차회사 폭스바겐의 광고는 동물학대 논란을 피해 재미와 감동을 안겨주는 성공적인 광고 사례로 뽑히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금 주제를 바꾸어 볼까요?  경우에 따라서는 광고에 출연한 동물이 스타 못지 않은 인기를 얻게 될 수 있습니다.  광고뿐만 아니라 특정 쇼프로에 출연한 동물이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하나의 연예인처럼 기능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전국민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영구”라는 진돗개가 있다고 합시다.  이 때 어느 통신회사에서 ‘영구’와 똑같이 생긴 진돗개를 광고에 출연시켰습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영구’가 광고에 출연한 것으로 혼동할 여지가 있습니다.  이 경우 법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해당 광고가 ‘영구’ 또는 그 주인이 보유하는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이라거나 부정경쟁행위로서 위법하다는 주장을 할 여지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견으로는 그와 같은 주장은 성립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기본적으로 퍼블리시티권은 인격권으로부터 파생된 권리이므로 인간이 아닌 동물에까지 이를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 즉 해당 동물의 특정화된 이미지가 이를 소유하는 인간을 표징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동물 소유주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라 하더라도 진돗개가 갖는 외양은 어느 누구도 독점할 수 없습니다.  ‘영구’가 진돗개로서 인기를 얻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겠지만, 진돗개라는 사실은 ‘영구’말고도 다른 진돗개 누구나 내세울 수 있고, 진돗개 주인 누구라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이와 같이 해석하지 않으면 사실상 어느 누구도 진돗개를 광고에 이용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이는 결코 퍼블리시티권이나 부정경쟁방지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바가 아닙니다.

<DAEHONG COMMUNICATIONS  2011년 9월/10월호>에 게재되었던 글을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 2012 정원일 변호사.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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