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 풋볼 선수, EA를 상대로 퍼블리시티권 침해 집단소송 제기

그림 9작년에 짐 브라운의 소송(관련 포스트는 여기를 클릭) 얘기를 하면서, 아마추어 스포츠의 경우 게임제작사를 상대로 퍼블리시티권 침해 분쟁이 발생할 염려가 높다는 취지의 글을 쓴 적이 있는데요, 실제로 얼마 전 미국에서 그와 같은 분쟁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지난 7월 3일자 뉴욕타임즈지 보도에 따르면, 미국 대학 풋볼 선수 출신인 Sam Keller가 “EA가 풋볼, 농구 등 대학 스포츠 게임 속에 아마추어 선수들의 이미지를 무단 사용하여 불법적인 수입을 거두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합니다(기사 원문은 여기).  동 소송은 미국 대학 풋볼과 농구 선수들 전체를 위한 집단소송이며, 소송 상대방은 EA 뿐만 아니라 NCAA(미국대학체육협회)를 포함한다고 합니다.

이 소송은 작년에 제기된 NFL 은퇴선수 짐 브라운의 소송과 유사합니다.  두 사건 모두 EA가 제작한 게임 속에 실제 선수임을 짐작케 하는 선수들이 등장하는 데 대해 선수 본인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지요.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모 야구게임 속에 은퇴한 야구선수들이 등장하는 것을 두고 비슷한 논란이 있었습니다(관련 포스트는 여기를 클릭).

이번 소송의 특이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은, Sam Keller를 비롯한 NCAA 소속 아마추어 선수들은 NCAA의 내부규정에 의하여 선수 자격 기간 중 자신의 성명이나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는 점입니다(만약 이에 위반하면 선수 자격을 상실하게 됩니다).  프로선수와는 큰 차이점이지요.  따라서 아마추어 선수들의 경우에는 게임사 등을 상대로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주장하여 손해배상금을 수령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이미지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어 허용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견해로는, 그와 같은 NCAA의 내부 규정이 제3자(EA)에 의한 불법적인 퍼블리시티권 침해 행위에 대한 해당 선수의 법적 권리마저 소멸시키는 효력까지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은가 합니다.  특히 대학을 졸업한 후 재학 기간 중에 일어난 게임제작사의 퍼블리시티권 침해 행위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하고 손해배상금을 수령하는 것은 더더욱 문제될 것이 없지 않나 싶습니다.

오히려 위 소송에서 아마추어 선수들은 “NCAA가 그 자신이 정한 내부규정에 스스로 위배하여 EA에게 게임 속 선수 이미지 등의 사용을 허락하고 방관하였으며, 이는 오로지 EA로부터 받게 될 로열티 수입을 늘리기 위한 것으로서, 정작 선수들 본인은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듣고 보니 (만약 그 주장이 사실이라면) 아마추어 선수들 본인의 퍼블리시티권을 이용하여 선수가 아닌 NCAA가 이득을 취한다는 구조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NCAA가 얻은 이득을 선수 복지 등 아마추어리즘에 부합되는 공익적 목적에 사용한다면 달라질 여지는 있겠습니다만 말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경우 야구위원회가 게임사로부터 게임 매출의 30%정도를 라이센스료로 받고 이 중 “일부”를 선수들에게 분배하는 구조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라이센스료에 “선수 개개인이 보유하는 퍼블리시티권의 사용 대가” 또한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면 선수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퍼블리시티권 사용료가 일부 야구위원회 앞으로 지급되는 것이 되어 향후 분쟁의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스포츠 비디오게임 속에 운동선수의 실명이나 해당 선수임을 짐작케 하는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퍼블리시티권 침해입니다.  만약 침해가 아니라면 EA를 비롯한 게임제작사들이 매년 현역 프로운동선수들에게 거액의 로열티를 지급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지요.  게임사들도 퍼블리시티권 침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게임사들이 거액의 로열티를 지급하면서까지 실제 선수의 성명이나 이미지를 게임 속에 등장시키려는 이유는 바로 게임의 리얼리티 때문이고, 이를 통해 로열티 이상의 수입을 거둘 수 있기 때문임은 두 말 할 필요도 없습니다)

문제는 이 사건처럼 현역 프로선수들이 아닌 경우, 그러니까 은퇴 선수들이나 아마추어 선수들의 경우에 주로 나타납니다.  현역선수들과 달리 단결력이 떨어지거나 관련 규정에 묶여 라이센싱을 주관할 단체를 구성하지 못해 게임사와의 협상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지요.

그러나 협상이 안 되면, 혹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면, 사용하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사용하지 않는 게 정상이고, 합법 아니겠습니까.  게임제작사가 게임 매출을 늘리겠다고 하여 남의 권리(퍼블리시티권)까지 침해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만약 정말로 매출 신장을 위해 그와 같은 권리의 사용이 필요하다면, 게임사 자신이 직접 권리자(해당선수)를 찾아다니며 일일이 승낙을 받는 게 당연합니다.  “일단 사용하고 보자”는 식의 사고는, 경제적 득실 면에서는 게임사에게 손해 볼 장사는 아닐지 모르겠습니다만, 결코 합법적인 행태는 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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