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명 작가들,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아마존에 직접 전자책을 제공하기로 결정 – 작가, 에이전트, 출판사…전자책 출판권을 둘러싼 갈등 양상

지난 7월 21일 출판업계의 슈퍼 에이전트 Andrew Wylie가 발표한 내용은 미국과 영국의 출판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Andrew Wylie는 자신의 클라이언트들(작가)이 보유한 20여종의 책들의 전자책(e-book)을 아마존에 전속 공급하기로 했다는 것인데요(관련 기사는 여기).  우선 Andrew Wylie와 함께 아마존에 동참하기로 한 작가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현대서양문학의 거장인 필립 로스, 존 업다이크, 존 치버 등).  그러나 이 사건의 가장 드라마틱한 부분은 바로 Andrew Wylie를 따라 아마존에 입성한 작가들이 실은 거대 출판사 랜덤하우스와 출판계약을 맺고 있는 작가들이라는 점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유명작가들이 출판사를 떠나 독자적으로 전자책을 출간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랜덤 하우스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을 수 없겠지요. 즉각 Wylie 에이전시와는 거래를 끊겠다고 어름장을 놓았고, 아마존 측에는 Wylie에이전시와의 거래는 자신들의 출판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사건에는 온라인 출간권(전자책의 제작 및 배포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법적인 문제가 깔려 있습니다.  작가인지 아니면 출판계약을 체결한 출판사에게 있는지 말이지요. 그리고 이 문제는 전자책이 개발되기 전에 출판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주로 문제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경과를 놓고 보면, 온라인 출간권은 작가에게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이는 결국 기존 출판계약서에 기재된 “출판”이라는 개념에 온라인 출간(전자책의 제작 및 배포) 또한 포함하는지의 해석 문제라고 할 것인데, 지금까지 있었던 분쟁들만 놓고 보면 작가들 측의 우세승으로 판단되기 때문입니다(이에 관한 예전 포스트는 여기).

전자책을 두고 기존 작가들과 출판사들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배경 중의 하나는 로열티 배분 문제입니다. 현재 영미권에서 전자책의 로열티(작가에게 지급되는 몫)은 수익의 25%를 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는 전통적인 종이책과 동일한 수준이어서, 종이책과 달리 제작비나 유통비가 훨씬 적게 드는 전자책의 경우에는 50% 수준까지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 작가들과 (작가들을 대변하는) 에이전트들의 주장인 것이지요.

이 사건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에이전트와 출판사 간의 역학관계가 바뀌어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종래 작가와 출판사를 연결해주는 데 그쳤던 에이전트가 탄탄한 클라이언트 리스트를 발판으로 직접 온라인 북 퍼블리싱 사업에 뛰어 들고 있는 것이지요.  IT기술의 발달은 기난 긴 세월 출판사들이 장악했던 출판사업의 빗장을 열어 젖히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출판사 입장에서는 기존의 출판계약을 내세워 작가들을 묶어 둘(?) 생각만을 할 것이 아니라 변화된 환경에 맞추어 작가와 출판사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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