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와 법] 광고 배경으로 타인의 건축물을 이용하는 것과 저작권 침해 이슈에 대하여 – ‘UV하우스’ 사건 및 미국의 ‘배트멘 포에버’ 사건

작년 2월경 광고업계 종사자들의 관심을 끄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국내 모 은행의 광고 속에 UV하우스라는 건축물이 배경으로 사용된 것을 두고 벌어진 사건이었는데요.  건축물을 설계한 건축가측에서는 자신의 동의 없이 건물을 배경으로 광고를 찍은 것은 ‘건축물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니 그에 따른 보상료(사용료)를 지급하라고 요구하였고, 광고주와 광고제작사측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맞서며 분쟁이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결국 이 사건은 2년 반에 걸친 법정 소송 끝에 “광고제작사가 건축가에게 1천만원을 지급하고 저작권침해에 대한 유감을 표하는 것”으로 조정이 성립되어 종결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두고 일부 언론은 “TV광고의 배경으로 등장한 건축물에 대해서도 저작권료를 지급하여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다”는 취지의 보도를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광고나 드라마 제작 등 상업적 목적으로 건축물을 배경으로 사용할 경우 사전에 해당 건축가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하는 등의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해설까지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위와 같은 언론보도는 사실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사건은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종결된 것이 아니라 당사자 간 합의에 따른 ‘조정’에 의하여 종결되었기 때문입니다.  즉, 위와 같은 결론은 당사자들이 합의하여 내린 것이지, 우리 법원이 ‘UV하우스를 광고 속 배경으로 이용한 것은 저작권 침해다”라고 판결을 내린 바는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 사건은 1심에서는 광고제작사측의 승리였습니다.  즉 1심법원은 UV하우스를 광고 속 배경으로 사용한 것은 저작권 침해라고 볼 수 없다며 건축가측의 청구를 기각하였던 것입니다(이에 대해 건축가측에서 항소를 하여 항소심 재판을 진행하던 중 양측의 합의로 소송이 종료되었습니다).

따라서 굳이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어떠했는지를 따진다면 오히려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1심의 판결이 유일하다고 하겠습니다(물론 항소심에서 조정이 성립해버린 관계로 동 1심판결을 우리법원의 확정판결로 이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사실 건축물이 저작권법상 저작물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하여 야외에 있는 건물을 배경으로 광고를 찍는 것이 무조건 저작권 침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만약 이를 저작권 침해로 보게 되면, 광고를 촬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행여나 화면 속에 타인의 건축물이 잡히면 어떡하나 걱정하지 않을 수 없고, 타인의 건축물을 피해 다니며 광고를 촬영할 수 밖에 없는데, 그와 같은 일이 용이치 않음은 물론이거니와 광고제작자에게 인정되는 창작의 자유를 심히 제한하는 결과가 될 것임은 어렵지 않게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건축가가 자신의 저작물(건물)을 공개된 장소에 설치하는 순간 대중에의 시각적 노출은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 밖에 없고, 그렇다면 그에 대한 대중의 시각적 접근 내지 이용은 공공의 영역(public domain)에 속하는 것으로서 자유로이 허용됨이 마땅합니다.  우리 저작권법이 가로, 공원과 같이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되어 있는 미술저작물등(건축저작물도 여기에 포함됩니다)은 그것이 ‘건축물을 건축물로 복제하는 경우’이거나 ‘판매의 목적으로 복제하는 경우’ 등이 아닌 한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이를 복제하여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제35조)도 마찬가지 취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의 저작권법은 공공장소에 위치한 건축물에 대한 사진촬영 등을 자유로이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미국의 저작권법은 “저작물이 구체화된 건축물이 공공장소에 위치하거나 공공장소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 건축저작권은 당해 저작물을 그림, 회화, 사진이나 기타 회화적 표현물로 제작하여 배포하거나 공개 전시하는 것을 금지하는 권리까지를 포함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비록 영화촬영과 관련된 사안이기는 합니다만, 워너 브러더스사가 영화 ‘배트맨 포에버’의 촬영장소로 LA시내의 유명 건물(특이한 조형물로 유명한 건물이었음)을 사용한 것을 두고 벌어진 소송에서 미국 법원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파리 에펠탑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에펠탑은 공공장소에 위치한 건축물이므로 누구나 자유롭게 촬영하고, 촬영된 사진 또한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밤이 되어 조명이 켜지면 일체의 촬영이 금지되는데요, 이는 에펠탑을 관리하는 회사 측에서 “야간조명”을 건축물로부터 독립된 별개의 저작물로 등록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즉 야간에 금지되는 것은 건물에 대한 촬영이 아니라 야간조명에 대한 촬영인데, 결과적으로는 에펠탑에 대한 야간촬영마저 금지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UV하우스 사건’은 건축물의 저작물성과 광고에의 이용 문제가 정면으로 다뤄진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광고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의 보도와 달리 광고의 배경으로 건축물을 이용하는 것이 저작권 침해인지(따라서 저작권료를 지급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법원의 확정된 판결은 아직까지 없는 상태입니다.   다만 법적인 당부를 떠나 위 사건을 계기로 건축저작권자로부터 광고 촬영에 따른 저작권료 지급을 요구당하는 경우가 늘어날 여지도 있습니다.  이 경우 자칫 분쟁이 생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광고주의 명예가 훼손될 수도 있고, 광고제작사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그와 같은 문제에 민감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종래의 경우를 보면 광고촬영지(건물)의 소유자에게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고 촬영허가를 얻는 경우가 많은데, 그와 같은 경우 해당 건물의 저작권 관계 또한 확인하여 가능하다면 각각의 권리자로부터 모두 사전 양해를 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소유자(건물주)와 저작권자(건축가)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부득이 사전 양해를 얻지 못하고 광고 제작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문제의 건축물이 광고 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가급적 낮추고 촬영 부분 또한 해당 건축물의 최소한도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히 이와 관련하여 일부 광고제작사의 경우 건축물의 영상을 컴퓨터 조작으로 일부 변형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오히려 저작권법상 동일성유지권 침해에 해당하여 오히려 더 큰 저작권법 위반 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를 요한다고 하겠습니다.

<DAEHONG COMMUNICATIONS 2010년 7월/8월호>에 게재되었던 글을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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