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와 법] 광고모델 계약과 품위유지의무

품위유지의무란?

최근 일부 유명 연예인들의 행동(노래 표절, 동영상 유출, 마약류 복용 등)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 동 연예인들을 광고모델로 기용한 광고주들의 입장이 난처해지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보통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의 광고출연/협찬계약(Endorsement Agreement)에는 이른바 ‘품위유지조항(Morals Clause)’이라는 것을 두게 됩니다.  즉, 광고에 출연하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에게 해당 기업(광고주)이나 해당상품(서비스)의 이미지에 해가 될 행동을 해서는 안 되는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지요.  구체적인 계약서 문구는 각각의 경우에 따라 다르나, 대략적으로 “광고모델은 계약기간 중 자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사회적, 도덕적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광고주의 제품 및 기업이미지를 훼손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정도의 계약서 문구가 많이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광고모델이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하면 광고주는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고 광고모델에게 소정의 위약금을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광고주가 연예인 등에게 거액의  출연료를 지급하는 이유는 연예인등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자신들의 상품 내지 서비스와 연계시키켜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데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와 같은 조항의 필요성과 타당성은 충분히 수긍되고도 남을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품위유지조항이 문제되어 광고모델이 계약해제 등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이클 펠프스(Michael Phelps)가 마리화나를 흡입한 사건과 가수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이 여자친구(가수 Rihanna)를 폭행한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마이클 펠프스는 켈로그와의 협찬계약이 해지되었고, 크리스 브라운의 민트 검 TV광고도 중단된 적이 있습니다.

대법원의 판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분쟁 내지 소송들이 제기될 가능성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광고출연/협찬계약 금액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점, 휴대폰과 인터넷 등을 통해 유명인의 일거수 일투족의 대중에게 노출되고 대중에 의하여 감시되고 있다는 점에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광고주로서는 계약 협상 시 품위유지조항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주목받은 사건으로는 “고최진실씨 광고 사건”을 들 수 있습니다.  고최진실씨의 이혼과정에서 이런저런 불미스러운 일들이 벌어지자, 고최진실씨를 아파트 광고모델로 기용한 광고주(건설회사)가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었다며 계약위반 및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었습니다.  1심법원은 광고주의 주장을 받아들였지만 항소심에서는 결과가 뒤집혔고, 다시 광고주가 대법원에 상고하자 대법원은 결국 광고주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광고출연/협찬계약에 포함된 품위유지조항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그 구체적인 의미와 효력에 대하여 판결하였는데, 이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광고주가 모델이나 유명 연예인, 운동선수 등과 사이에 광고모델계약을 체결하면서 출연하는 유명 연예인 등에게 일정한 수준의 명예를 유지할 의무를 부과하는 품위유지약정을 한 경우, 위와 같은 광고모델계약은 유명 연예인 등을 광고에 출연시킴으로써 유명 연예인 등이 일반인들에 대하여 가지는 신뢰성, 가치, 명성 등 긍정적인 이미지를 이용하여, 광고되는 제품에 대한 일반인들의 구매 욕구를 불러 일으키기 위한 목적으로 체결되는 것이므로, 위 광고에 출연하기로 한 모델은 위와 같이 일정한 수준의 명예를 유지하기로 한 품위유지약정에 따라 계약기간 동안 광고에 적합한 자신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유지함으로써 그것으로부터 발생하는 구매 유인 효과 등 경제적 가치를 유지하여야 할 계약상 의무, 이른바 품위유지의무가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광고모델계약에 관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를 면하지 못한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6다32354 판결)

특히 대법원은 “모델 자신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하여 그 이미지가 손상될 수 있는 사정이 발생한 경우라 하더라도 적절한 대응을 통하여 그 이미지의 손상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계약상의 의무를 진다”고 판시하여, 모델이 준수하여야 할 의무의 수준을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유지하여야 하는 의무는 물론, 타인의 귀책에 의하여 이미지 손상이 우려되는 경우 이를 최소화하도록 대처하여야 할 의무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판시하였습니다.  이는 품위유지의무의 범위를 상당히 넓게 인정한 것으로서  광고주 입장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판결로 평가됩니다.  품위유지조항 의무 위반 여부가 문제되는 사안들을 보면 광고모델측에서 “내가 저지른 일이 아니지 않느냐.  나야말로 피해자다”라는 식의 항변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앞으로는 광고모델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발생한 사건에 있어서도 ‘광고모델이 이미지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였다면 광고주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이 광고모델의 품위유지조항이 우리 대법원에 의하여 그 효력이 인정되고 의미가 확인되었다 하더라고, 개별 사안에 있어 광고모델이 품위유지조항을 위반하였는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해당 계약서의 문구 해석을 통해 판가름날 수 밖에 없음은 당연합니다.  이하에서는 품위유지조항을 협상 및 작성함에 있어 유의할 사항에 대해 살펴보기로 합니다.

품위유지조항 작성 및 협상 시 유의사항

우선 어떠한 행동이 “품위유지 위반”에 해당되는지가 문제됩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광고모델 측에서는 되도록이면 ‘품위유지’의 범위를 좁게 규정하기를 원할 것이고, 광고주는 그와 반대의 입장에 서게 될 것입니다.  이 문제는 양쪽의 지명도나 협상력의 열위에 상당부분 좌우될 것입니다.  다만 광고주의 입장에서는 금지되는 행동의 범위와 의미를 가능한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단순히 “기타 광고주의 이미지를 해할 염려가 있는 일체의 행위”와 같은 추상적인 기재는 얼핏 보아서는 광고주에게 유리한, 아주 강력한 조항인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후일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도대체 어떤 것이 광고주의 이미지를 해할 염려가 있는 행위인지”에 대해 법원의 판단여지(재량)를 제공하게 되는 불완전성이 있기 때문입니다[특히 개인(유명인)의 사생활의 자유나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해 매우 관대한 입장을 취하는 일부 재판부의 입장에서는 그와 같은 추상적인 조항이 오히려 유명인을 면책시켜줄 수 있는 빌미로 작용할 여지도 있습니다].  따라서 되도록이면 그와 같은 판단여지가 없도록 문제되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그와 같은 조항에 대하여 상대방(광고모델)이 충분한 법적 검토/협상을 거친 후 계약서에 서명하였음을 확인하여 둠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유명인의 행위가 “품위유지 위반”에 해당하는 경우 어떤 내용(수준)의 페널티가 가해지도록 정할 것인지의 이슈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계약해지, 계약금 몰수, (추가적인) 손해배상청구, 위약벌 청구, 사과성명 발표 등 여러가지의 옵션이 있을 것이고, 어느 범위까지 포함시킬 것인지 역시 계약 당사자들 간의 지명도/협상력의 열위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계약서상 지나치게 고액의 손해배상금을 미리 정해 놓는 것은 나중에 법원에 의해 그 효력이 일부 부인되게 됩니다.

지금까지 광고모델의 품위유지조항과 관련된 법률문제들을 간략히 살펴 보았습니다.  광고모델이 각종 사고나 루머로 구설수에 올랐을 경우 광고주 입장에서 품위유지조항 위반을 주장하여야 할지, 주장하는 경우 어떠한 방법과 수위로 주장하여야 할지는 법적인 문제를 떠나 비즈니스적인 판단을 요하는 민감한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광고모델의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들어 거액의 손해배상(가사 그것이 계약서에 규정된 금액이라 하더라도)을 청구하고 그와 같은 사실을 언론보도를 통해 공표하는 것은 자칫 사건의 본질을 명예와 이미지가 아닌 금전의 문제로 격하시켜 광고주에게도 좋지 않은 이미지를 안겨 줄 위험이 있습니다(물론 그만큼 브랜드 이미지의 가치가 크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광고하는 측면도 있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고최진실씨 사건에서는 계약서상 광고모델이 광고주에게 모델료의 2배를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광고주는 계약서상 손해배상금의 50%에 해당되는 금액(모델료에 해당되는 금액)만을 손해배상금으로 청구하였습니다.  아마도 고최진실씨에 대해 동정적인 여론의 태도를 반영하여 한발짝 양보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재판과정에 걸쳐 그와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보도되지 않은 점은 광고주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일 것으로 보여집니다.

<DAEHONG COMMUNICATIONS  2011년 11월/12월호>에 게재되었던 글을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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