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법원, 스포츠 중계권 지역할당 방식의 담합행위 성립 여부와 스포츠 중계방송의 저작물성에 대해 판단

Pub Landlady 사건

지난 2월 영국 법원은 스포츠 중계권과 관련하여 의미 있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영국 프리미어 축구구단 협회(FAPL)는 프리미어리그 축구 TV중계권을 유럽연합 국가에 판매하면서 각 국가 별로 하나의 방송사에 독점적인 중계권을 부여하고, 해당 국가별로 위성방송 신호를 암호화하여 송출하였습니다.  그리고, 각 국가별 방송사는 위성방송 디코더를 다른 국가의 거주민에게 판매하지 않을 계약상 의무를 부담해 왔습니다.  그런데 영국의 어느 선술집 여주인(pub landlady)이 프리미어리그 위성방송 시청료가 싼 국가의 위성방송 디코더(사안의 경우 그리스 위성방송이었음)를 구입하여 손님들에게 축구시합 중계방송을 시청토록 한 것이 문제가 되었고, FAPL은 이것은 자신들의 스포츠중계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던 것입니다(이른바 “Pub Landlady 사건”).

사건의 쟁점 및 영국 법원의 판단

위 사건에서는 두 가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하나는, 위와 같은 스포츠 중계권의 지역할당 방식과 이를 담보하기 위한 디코더의 지역 외 판매금지 조건 부과가 EU조약이 금하는 경쟁제한행위(카르텔/담합행위, TFEU Article 101)에 해당는지이고, 다른 하나는 스포츠중계권이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지였습니다.  이에 대해 영국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하였습니다.

“FAPL의 스포츠중계권 지역할당 방식 자체는 경쟁제한행위(담합)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FAPL이 라이센싱 계약에 수반하여 국가별 방송사로 하여금 자신의 디코더를 다른 국가 거주자에게 판매치 못하도록 조건을 부과한 것은 법이 금하는 담합행위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행위는 EU조약이 추구하는 ‘국경을 넘는 자유로운 서비스 제공’ 정신에 역행하고 절대적인 시장 구획화와 그로 인한 인위적인 가격 차별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스포츠 생중계 그 자체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스포츠 경기는 저자의 지적인 창작물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포츠 생중계 중에서도 opening video sequence나 프리미어리그 anthem, 하이라이트 녹화방송, 기타 다양한 시각효과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위와 같은 영국 법원의 판결은 사실 지난 해 같은 사건을 두고 유럽연합사법재판소가 내린 결론과 기본적으로 동일한 것입니다.

FAPL의 패배인가?

언뜻 보면 FAPL의 패배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FAPL의 “상처 난 승리”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Pub landlady 입장에서는 외국의 값싼 디코더를 구매하여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졌지만(공정거래법적 관점), 영국 법원이 스포츠 중계물에 대하여 부분적 저작물성을 인정한 이상 값싼 외국 디코더를 이용하여 축구 중계를 방영하는 순간 저작권 침해 책임을 부담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저작권법적 관점).  FAPL 입장에서는 스포츠 생중계에 전체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였고, 특히 디코더의 권역 외 판매를 금지당하는 판결을 받았다는 점에서(따라서 기존의 라이센싱 관행을 상당 부분 변경하여야 할 것으로 보임)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고 볼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분적으로나 저작권을 인정받음으로써 선술집에서의 축구 시합 방송 상영을 막을 법적인 토대를 이뤄낸 것입니다.

스포츠중계방송의 저작물성에 대한 다른 나라의 입장은?

참고로 유럽연합사법재판소와 영국법원의 판단과 달리 우리나라와 미국에서는 스포츠중계방송의 ‘총체적 저작물성’이 인정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스포츠 경기 자체는 저작물이 될 수 없지만, 이를 영상물로 촬영하는 것은 촬영자의 창작적 노동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이유입니다.  이 때 저작권자는 해당 경기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자가 됩니다.  미국에서는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자신의 허락 없이 경기장면을 촬영, 방송하는 것은 선수들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예도 있으나, 미국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조금 다른 성격의 사건이기는 합니다만,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는 이른바 “e스포츠”(스타크래프트)에 대한 경기개최 및 방송권을 놓고, 게임 제작사와 경기주최협회 간에 분쟁이 있었습니다(관련 포스트는 여기.  동 사건은 재판 진행 도중 양측이 일정 수준의 로열티를 수수하고 게임 개최를 계속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함).

Pub Landlady 사건의 시사점

비록 유럽의 경우이기는 하지만, 위 사건은 종래 실무에서 폭넓게 활용되어 온 국가별 또는 지역별 독점적 라이센싱에 대한 경쟁법적 제한이 적용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하겠습니다.  저작권은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자의 독점적인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지만, 저작권자의 독점적인 권리행사라는 것도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안에서만 인정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와 같은 연유로 세계 각국은 경쟁 질서에 반하는 저작권(지적재산권) 행사를 규제하고 있고, 우리나라 또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과 ‘지식재산권의 부당한 행사에 관한 심사지침’을 통해 이를 규제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저작권 관련 업무 종사자들이 공정거래법에 대한 지식과 관심을 놓쳐서는 안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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