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연방대법원, “Aereo 서비스는 저작권 침해” (2)

1사건의 쟁점

미국저작권법상 저작권자에게는 Public Performance에 대한 독점적인 권리(공연권)가 인정되는데, 1976년도 개정법은 공연권의 개념을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전통적인 공연의 개념을 넘어, Transmission Clause라 하여 “저작물의 실연을 일련의 방법을 통해 공중에게 송신 내지 전달하는 행위”까지 포함하게 되었다.  Aereo서비스의 경우는 바로 이 Transmission Clause가 문제되었다.

연방대법원은 우선 Aereo가 공연(혹은 송신)이라는 행위 자체를 한 사실이 있는지와 만약 그와 같은 행위가 인정된다면 그와 같은 행위가 공중을 향해 (publicly) 이루어진 것인지를 쟁점으로 보았다.

송신행위의 주체 문제

결론적으로 다수의견은 개개의 이용자가 아니라 Aereo를 송신행위의 주체로 보았다.

Aereo측은 자신은 이용자의 시청을 위한 장비를 제공하는 데 지나지 않고 문제되는 방송신호의 수신과 송신(스트리밍)은 오로지 가입자의 의사와 조작에 기하는 것이므로 자신에게는 행위주체성이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지만, 다수의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다수의견이 내세운 근거는 (i) 1976 개정 저작권법이 transmission clause를 신설한 것은 종래의 장소적 개념에 기반한 공연권 조항으로는 포섭되지 않는 케이블방송사의 행위를 공연으로 인정하여 저작권법의 통제하에 두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 (ii) Aereo의 서비스 구조는 실질적으로 케이블방송사의 행위와 차이가 없고 따라서 케이블방송사를 규제하는 개정법(transmission clause)은 유사서비스인 Aereo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 부분은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케이블방송이라는 것이 처음 태생했을 무렵 방송사업자와 케이블방송사 간에도 과연 케이블방송의 방송신호 수신 및 재전송 행위가 저작권법이 말하는 공연에 해당되는지가 첨예하게 다퉈졌다고 한다.  그런데 1968년 미국연방대법원은 이른바 Fortnighly 사건에서 케이블방송사의 행위는 저작권법상 공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왜냐하면 케이블방송사는 시청자에게 공연(즉 방송신호 송출)을 수신할 수 있는 장치를 제공하는 데 불과하고 그 자신이 방송신호를 편집하거나 가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후 이와 같은 문제를 입법적으로 해결한 것이 바로 1976년의 transmission 조항이었다.  국회는 법개정으로써 연방대법원이 공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 케이블방송의 행위를 공연의 일부로서 포섭시켰던 것이다.

다수의견은 위와 같은 법개정을 연방대법원 판례의 입장이 입법자에 의하여 배척된 것으로 이해하고, 그렇다면 법개정이 이루어진 뒤에는 케이블방송은 비록 그것이 시청자의 시청권을 보조하거나 향상시키는 것에 그친다하더라도 transmission clause이 적용됨은 물론, (다수의견의 해석에 따르면) 그와 같은 결론은 전통적인 케이블사업자뿐만 아니라 “케이블방송과 유사한 서비스(“cable-TV-lookalike”)에도 마찬가지라고 해석하였다.  그리고 Aereo는 바로 위에서 말하는 케이블방송과 유사한 서비스(“cable-TV-lookalike)에 해당된다는 것이다(즉, ‘Fornighly 사건에서 공연행위 주체성이 부인된 케이블방송사를 공연행위의 주체로 포섭시키기로 한 것이 1976년 법개정자의 의지이므로, 케이블방송사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능을 하는 2014년의 Aereo도 공연행위의 주체로 봐야한다’는 논리이다).

이와 관련하여 Aereo는 자신들의 서비스는 케이블서비스와 다르다는 점을 여러 가지 주장했으나 다수의견은 그와 같은 차이는 인정하면서도 그것만으로 행위주체성이 부인될 수는 없다고 보았다.  Aereo가 주장한 내용은 무엇이었는가?

우선 전통적인 케이블서비스는 가입자의 행위가 없더라도 문제의 방송신호는 케이블사업자의 설비를 통해 가입자의 안방에 있는 텔레비전까지 항시 전달되고 있다.  반면 Aereo는 가입자가 지시를 하기 전까지는 방송신호의 수신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소수의견은 이와 같은 차이를 행위주체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요소로 보았다.  즉, 소수의견은 가입자의 구체적인 선택과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방송신호의 송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정은 가입자가 그와 같은 송신행위를 의도하고 현실적으로 실행한 주체(정범)이며 Aereo는 이를 용이하게 하는 보조자(방조범)에 그친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이를 미국 저작권법상의 직접침해와 간접침해의 구분론이라고 한다).

하지만 다수의견은 소수의견이 지나치게 사소한 것에서 너무 많은 결론을 도출하려 한다고 비판하였다(“makes too much out of too little”).  다수의견은 가입자에 의해 방송프로그램이 선택된다는 것은 비단 Aereo뿐만 아니라, Fornightly 사건에서 시청자가 텔레비전 다이얼을 돌려 채널을 선택하는 데서도 마찬가지로 발견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인터넷 시대(Aereo)에 ‘클릭’이라는 것이 있듯이 Fornighlty 시대에는 ‘텔레비전 다이얼’이 있었다.  그와 같은 기술의 발전은 인정하지만 방송사업자나 시청자 입장에 있어 보면 그 기본적 기능이란 실질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아무 차이가 없다고 본 것이 다수의견의 입장이다(“this difference means nothing to the subscriber.  It means nothing to the broadcaster.”).

하지만, 과연 위와 같은 다수의견의 비유가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Aereo측의 설명대로, Aereo의 서비스는 이용자의 클릭이 있어야지만 비로소 방송신호의 수신과 송신이라는 저작권법상 유의미한 행위가 개시(기동)되는 것인 반면, 케이블시스템에서 가입자가 텔레비젼의 다이얼이나 리모콘으로 채널을 바꾸는 것은 이미 케이블방송사에 의해 수신되고 송신된 신호를 사후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불과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양자의 서비스 구조는 분명히 기술적으로 다르다.  그리고 그와 같은 기술적 차이는 개별 이용자의 역할에까지 차이를 가져오는 요소라고 볼 여지도 있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법적 평가와 해석도 달라져야 하지 않겠는가?

또한 다수의견은 위와 같은 서비스 구조상의 차이가 이용자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this difference means nothing to the subscriber”).  물론 개개의 이용자들은 기술적인 것에는 큰 관심이 없다.  하지만 다수의견을 따르게 되면 결국 이로 인해 이용자들은 Aereo와 같은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이용자 입장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방송신호를 “공중에게” 송신한 것인지의 여부

이 문제는 미국 저작권법의 transmission clause의 해석론에 대한 것인데, 그 내용이 사뭇 복잡한 면이 있다.  그와 같은 문제는 조항 자체가 갖는 문언의 불명료성에서 기인하는 바도 크다고 생각된다.  그나마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하급심에서 펼쳐졌던 매우 관념적이고 복잡했던 얘기들을 상당 부분 정리해버린 감이 있다.  이하의 설명도 최대한 간략한 수준에 그치기로 한다.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고 싶으신 분들은 원심 판결문을 확인하시기 바란다).

우선 transmission clause를 간략히 적으면 “transmit[s] . . . a performance . . . of the work . . . to the public.”이 된다.  Aereo측은 “to the public”에 주목하였다.  즉, 자신이 송신주체가 된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의 송신은 고객별로 설정된 안테나를 통해 수신된 하나의 방송신호(copy)를 해당 고객에게 전송하는 것이므로(즉 1:1 송신), 이는 저작권법이 요구하는 “공중에의 송신”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공중에의 송신은 단지 하나의 행위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송신자의 일련의 행위(a set of actions)에 의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해석하였다.  특히 다수의견은 transmission clause가 “by means of any device or process”라고 규정하여 송신행위의 방법을 폭넓게 규정하였음을 주목하였다.  Aereo측에서 1:1매칭 구조를 이런 저런 논리로 강력히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위 조문에서 말하는 여러가지 ‘process’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이 이 사건에서 방송사측과 Aereo 간에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졌던 부분이다.  양측은 transmission 조항의 단어 하나 하나를 치밀하게 분석해가며 자신의 해석이 옳다고 다퉜고, 이는 양측을 지지하는 단체와 학자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나중에 가서는 과연 그와 같은 현미경적인 해석에 지쳐버리기도 할 정도였다).  결국 연방대법원은 방송사측의 해석을 받아들인 것이 되었는데, 그와 같은 해석이 정확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겠지만, 과연 이처럼 넓게 해석하면 ‘공중에의 송신’에 해당되지 않는 ‘사적 송신’이라는 것이 얼마나 인정될수 있을지 우려스러운 면도 있다.

금번 판결이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은 Aereo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였는데, 다른 한편으로 다수의견은 본 판결이 여타 클라우드 서비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상당히 신경을 썼다.

우선, 다수의견은 판결문 말미에 본 판결이 채용한 transmission clause에 대한 해석론은 케이블회사나 그와 실질적으로 유사한 회사(서비스)에게만 적용되는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Aereo가 본 사건에서 행위의 주체로 인정된 것은 transmission clause를 도입한 입법권자의 의지(케이블방송사에 대한 규제)를 반영한 것이므로, 다른 내용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여전히 유보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다수의견은 금번 판결의 취지는 관련 저작물을 적법하게 보유하고 있는 자의 행위에 대하여까지는 미치지 않는다고 하였다.

아울러 다수의견은 본건 판결이 외부서버 방식의 콘텐츠저장 서비스(remote storaged content)에 대한 판결이 아님을 분명히 하였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의 전송은 공정이용의 법리에 의해 보호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첨언하였다.

소수의견의 비판

위 6인의 다수의견에 대하여는 Scalia 대법관을 비롯한 3인의 반대의견이 제시되었다.  그 요지는 Aereo는 전송이라는 행위 자체를 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그와 같은 행위주체는 개개의 이용자라고 한다).

소수의견은 다수의견이 종래 서비스제공자의 저작권침해 문제에 있어 미국 저작권법상 확고하게 자리잡은 판단기준인 직접침해/간접침해의 법리를 무시하였음을 강도 높게 비판하였다.  즉, 전통적으로 저작권침해를 수월하게 하는 도구를 제공한 자는 종범(방조자)에 불과하고 저작권 침해의 1차적인 책임은 해당 행위(복제, 전송 등)를 직접 수행한 서비스이용자 본인(정범)에게 있다고 보아 왔다.  Aereo는 이용자들에게 방송시청을 위한 자동화된 시스템 도구(automated system)를 제공한 것에 그치고, 그와 같은 시스템을 통해 전송과 같은 저작권법상의 행위가 일어난 것은 어디까지나 이용자 개개인의 의사와 명령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 소수의견의 시각이었다.  따라서 소수의견은 Aereo는 전형적인 간접침해자에 해당하고 따라서 간접침해에 따른 책임 성립 여부를 검토하지 않은 다수의견은 부당하다는 것이다(물론 간접침해로 가게 되면 이용자 개인의 송신행위는 사적복제 내지 공정이용에 해당되어 직접침해가 성립되지 않고, 따라서 Aereo의 책임도 부인되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다).

필자는 위와 같은 소수의견에 전적으로 찬동하는 바이다.  사실 우리나라나 일본의 유사 판결례에 대하여도 그와 같은 비판이 성립할 여지가 있다.  과거 소리바다나 여타 P2P서비스에 대한 판결례에서 잘 보이듯이, 서비스제공자의 저작권 침해 여부는 언제나 방조책임이 문제되어 왔고 여기에는 어떠한 이론도 없었다.  이는 그와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실제 저작권 침해 행위를 하는 자는 프로그램 개발자가 아니라 이를 이용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이는 Aereo나 기타 인터넷을 이용한 방송녹화/전송 서비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유독 방송신호의 이용이 개입된 인터넷서비스의 경우에는 법원이 방조책임으로 논의를 전개하는 데 상당히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것 같다(물론 서비스제공자라고 해서 무조건 방조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서비스의 구조나 목적, 관여 정도에 따라 공동행위자로 평가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  방송신호를 재전송하는 서비스는 이용자 개인의 사적복제 내지 수신보조행위로서 그 적법성이 인정될 소지(그리고 그로 인해 서비스제공자의 저작권 침해마저 부인될 소지)가 높다.  이는 이용자의 행위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됨이 명백한 P2P의 경우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다.  이런 연유로 법원의 판결이 서비스제공자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려는 정책적 목적에서 기존의 법논리를 외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어 왔던 것이다.

미국연방대법원의 소수의견은 과거 그 유명한 Grokster판결에서 다수의견이 판시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인용하며 Aereo의 다수의견을 우회적으로 비판하였다.

“the producer of a technology which permits unlawful copying does not himself engage in unlawful copying”(누군가가 불법 복제를 가능케 하는 기술을 개발하였다고 하여 그가 곧 불법복제를 했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소수의견은 다수의견이 1976년  저작권 개정과 관련된 입법자의 의도를 과대해석하고 그에 지나칠 정도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비판하였다.  소수의견의 입장에서는 다수의견은 입법과 사법의 기능을 혼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1976년 법개정으로 transmission clause가 신설되고 이로써 당시 케이블회사가 저작권법의 테두리 안으로 포섭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와 같은 입법 후에도 새로이 등장하는 개개의 서비스가 transmission clause에 해당될 수 있는니의 판단 문제는 어디까지나 사법의 기능이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과거 법개정의 단초를 제공했던 케이블회사와 Aereo 사이에 실질적으로 유사한 면이 있고, 그렇다면 법개정자의 의지는 마찬가지로 관철되어야 한다는 직관적인 논리로 transmission clause의 적용을 용인하였다.  이는 일견 통찰력 있는 해석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직접침해와 간접침해라는 전통적인 법해석을 애써 외면한 맹목적인 법해석이라는 것이 소수의견의 비판인 것이다.

사실 Aereo의 사업구조가 갖는 비난가능성, 즉 의도적으로 저작권법의 규제를 면탈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케이블 유사 서비스가 아니냐는 비난은 상당 부분 일리가 있다.  Aereo재판을 담당한 1심, 2심 법원도 그와 같은 사정을 놓치지 않았고, 심문과정에서 그에 대한 불편한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위 소수의견이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입법자의 의도를 고려한다는 합목적적 해석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불명료한 부분을 보충하는 한도에서 가능한 것이지, 기존에 이미 확립된 법이론과 해석을 외면하는 동기나 근거로 작용해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생각된다.

마무리하며

결국 Aereo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 다수의견은 과거 케이블사업의 태동기에 공연행위의 주체성이 부인되던 케이블방송사를 공연행위의 주체로 포섭시키기로 한 1976년 법개정의 취지를 21세기의 새로운 케이블사업형태인 Aereo에 투영한 해석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하여는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단순히 케이블사업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거나 유사하다는 면(cable-TV-lookalike)만으로 종래의 법이론과 해석을 외면하고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는 해석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기술의 발전이 방송 프로그램의 시청을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현저하게 용이하게 하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의 개발을 가져오는 것은 기술 혁신의 역사를 되돌아 보면 자연스로운 것이다(일본 지적재산고등재판소의 ‘마네키TV’ 판결에서 인용).  다수의견은 신기술의 위법성을 선언하면서, 과거의 기술(케이블)과 신기술(Aereo)이 추구하는 목적과 기능이 실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새로이 등장하는 기술이 기존의 기술과 기본적으로 동일한 목적과 기능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동일하게 추구하는 목적과 기능을 얼마나 더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구현해느냐이고, 이것이 곧 기술의 진보이다.  다수의견의 입장을 따르자면 방송미디어서비스 시장에서 과연 transmission clause의 조항을 피할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가 도래할 여지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왜냐하면, 앞으로 인터넷과 자동화기기를 이용하여 다수 이용자의 TV프로그램 시청을 가능케 하는 또 다른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등장하더라도 이 또한 결국에는 cable-TV-lookalike에 해당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방송미디어 서비스와 기술의 가장 기본적인 목적과 기능이란 결국 이용자가 자신이 소지하는 device를 통해 TV프로그램 기타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이다.  이는 반세기 전 Fornightly 사건에서 케이블방송이 문제되었을 때나, 30년전 소니의 VCR이 문제되었을 때나, 작금의 Aereo 사건에서나 매한가지다.

필자는 미국법에 대한 깊은 이해는 없으나,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미국 연방대법원은 과거 Fornightly사건이나, Sony의 VCR사건에서 보이듯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여 기존의 법과의 갈등이 발생하는 중요한 고비에서 냉정함을 잃지 않는 판결을 내렸던 것 같다.  하지만 Aereo사건에서는 ‘케이블회사와 비슷한 Aereo의 비즈니스 구조가 용납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감정(feeling)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필자에게는 다수의견의 부당함을 열정적으로 비난하는 소수의견의 논조가 더욱 냉정하게 들리는 것이다.

한편, 구두변론 내용을 들어보면 연방대법원은 Aereo 서비스를 합법으로 선언하게 되는 경우 이로 인해 방송업계가 입을 수 있는 피해와 파장을 무척 염려했던 것 같다.  하지만, 소수의견의 Scalia 판사가 피력한 바와 같이, 과연 그와 같은 피해와 파장이 실제로 발생할지, 발생하면 어떤 규모이고 그로 인해 어떠한 부당함이 초래될지는 사실 법원의 입장에서는 파악하기 심히 어려운 것이다.  과거 Sony의 VCR이 등장하여 미국연방대법원에서 그 저작권 침해여부가 다투어졌을 때, 방송사업자들은 만약 VCR의 적법성이 인정되면 방송업계는 크나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하소연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의 사정은 어떠했는가.  미국연방대법원은 VCR은 개개 이용자의 시청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므로 이를 제공한 소니가 저작권 침해 책임(물론 이는 간접침해책임이었다)을 질 수는 없다고 판결하였고, 그와 같은 판결은 오히려 방송미디어 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방송사업자에게도 상당한 라이센싱 수입을 가져다 주었다.  나아가 적법성을 인정받은 VCR은 이후 디지털시대를 맞이하여 DVR로, 인터넷과 케이블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RS-DVR로 변모하였고, 이를 통해 방송미디어 시장의 발전은 물론 시청자는 보나 나은 시청환경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Aereo의 하급심 소송이 한참 진행 중일 당시 방송사(정확히 어느 방송사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측에서 방송사 자체적으로 Aereo와 동일한 서비스를 가입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던 것을 기억한다.  하지만 이제 방송사측이 연방대법원에서 승소하였으므로 방송사측이 그와 같은 무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는 당분간은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부분은 소송을 제기했던 방송사측의 일원인 CBS의 CEO(Leslie Moonves)가 한 발언이다.  그는 상고심이 한참 진행될 당시 행해진 인터뷰에서 “대법원에서 패소하더라고 방송사가 타격을 입을 일은 없다.  우리는 그 즉각 Aereo와 동일한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제공할 수도 있고, 아니면 방송신호 전부를 케이블로 전환해버릴 수도 있다.  여러 대안이 있다”고 말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다수의견의 염려는 어디까지나 염려에 그치는 것이다.  방송사측을 위하여 Aereo서비스를 시장(경쟁대상)에서 가장 확실하고 간단하게 제거하는 방법은 불확실하고 막대한 변호사비용을 초래하는 소송전이 아니라, 방송사 자신이 ‘그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충분히 가능하다.  심히 과장하여 말하자면,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법이 아니라 보다 나은 혁신이고, 또 그러해야 하는 것이다.

과연 이 글이 현실적인 의미에서 우리나라에 얼마나 시사성이 있는지는 사실 의문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문의 글을 쓰게 된 것은 어찌보면 아래와 같은 Scalia 대법관의 명문장을 소개하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래 인용구들은 Scalia 대법관이 소수의견을 마무리하는 부분에 쓴 것으로서, 본 판결이나 소수의견의 당부를 떠나 그 자체만으로 인용하고 음미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관심 있으신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그리고 이로써 필자의 부족한 글은 마무리하고자 한다.

“I share the Court’s evident feeling that what Aereo is doing (or enabling to be done) to the Networks’ copyrighted programming ought not to be allowed. But perhaps we need not distort the Copyright Act to forbid it”(나 또한 다수의견과 마찬가지로 방송사의 저작물을 두고 행해지는 Aereo의 서비스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를 막기 위해 저작권법을 왜곡할 필요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

“what we have before us must be considered a “loophole” in the law. It is not the role of this Court to identify and plug loopholes. It is the role of good lawyers to identify and exploit them, and the role of Congress to eliminate them if it wishes”(우리 앞에 놓여진 것은 어디까지나 법의 맹점이다.  법의 맹점을 찾아내고 이를 채우는 것은 법원이 역할이 아니다.  법의 맹점을 찾아내고 이를 활용하는 것은 유능한 변호사가 해야 할 일이고, 그것을 없앨 필요가 있다면 이는 어디까지나 입법자의 몫이다)

“the proper course is not to bend and twist the Act’s terms in an effort to produce a just outcome, but to apply the law as it stands and leave to Congress the task of deciding whether the Copyright Act needs an upgrade”(법의 내용을 억지로 비틀고 끼워맞춰 가며 어떤 타당한 결론을 도출해내려는 것은 순리가 아니다.  우리는 법을 있는 그대로 적용하여야 하고, 저작권법의 개선이 필요한지의 여부는 입법자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 2014 정원일 변호사. All rights reserved.

(이미지출처: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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