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3일자 외신보도에 따르면, Citigroup과 Relativity Media가 Slate Financing Deal과 관련하여 서로 상대방이 계약을 위반했다며 맞소송을 제기했다고 합니다(슬레이트 파이낸싱 딜에 대한 설명은 여기를 클릭). Relativity는 지난 2007년 1월 Sony Pictures가 제작할 영화 45편의 제작비를 조달하기 위해 Citigroup으로 5억5천만불을 대출받은 바 있는데, 최근 전세계적인 금융위기 탓인지 몰라도 Citi측에서 위 대출약정상의 이자를 올려줄 것을 요구하면서 분쟁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Citigroup의 입장은 “관련 약정서에 따르면 Citigroup은 특정한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계약의 중요 조건들을 수정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고 이 중에는 이자율의 조정 또한 포함되어 있는데, Relativity측에서 이에 응하지 않으므로 이를 관철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Relativity측은 “계약은 체결 당시 당사자들이 합리적으로 기대한 수준에 부합되게 해석되어야 하는데, Citi의 주장은 이를 뛰어 넘는 부당한 주장”이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이 사건처럼 대규모의 자금이 장기간에 걸쳐 조달되는 대출거래의 경우, 계약 체결 이후의 경제사정 등의 변화로 인해 더 이상 종전의 계약조건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금융기관의 입장에서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대출금의 인출에 앞서 여러가지 선행조건의 충족을 요구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계약조건의 변경권을 부여받을 수도 있지요.
특히 민감한 부분은 이자율(기준금리)인데요, 많은 경우 대출거래약정서는 이른바 ‘대체(기준)금리’라고 하여, “금융시장의 경색, 정부의 금융정책 또는 통화정책의 변경 등의 사유로 당초 약정된 금리가 대주의 자금조달비용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대주가 판단하는 경우, 대주가 정하는 새로운 금리를 적용토록”하는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하여는 documentation 과정에서 다양한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는 것이어서, 대주가 일방적으로 대체금리를 정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양자가 합의 내지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며, 대주가 일방적으로 정하되 차주에게 기한전상환권(다만 기한전상환수수료는 지급하지 아니함)을 부여하는 등의 여러 옵션이 있을 수 있지요(이는 계약 당사자간의 협상력에 따라 달라질 것이고, documentation 담당 변호사의 경험이랄까 숙련도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아마도 Citigroup의 주장 속에는 위와 같은 대체금리 조항에 관한 주장도 포함된 게 아닌가 추측됩니다. 작금의 전세계적인 금융위기, 거기다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Citigroup의 유동성 위기 등… 이와 같은 사정들은 사실 Citi뿐만 아니라 좋은 시절(?) 때 각종 대출약정을 체결하여 대출참여를 결정했던 여러 금융기관들이 이제 와서는 기존의 대출약정의 구속(?)이랄까 불리한 금융조건의 구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나 필요를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부분일 것입니다. 바로 그러한 욕구가 이 사건의 밑바닥에도 깔려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 사건은 현재 FIlm Financing 시장의 상황이 어떻게 바뀌어가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합니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영화제작사, 영화 투자 전문회사는 금융기관과 상당히 우호적인 관계 속에 여러 대출 및 유동화거래를 했었지요. 시장에 그만큼의 유동자금이 넘쳤으니까요. 하지만 작금의 금융위기로 인해 금융기관 자신이 신용제공을 꺼리는 상황이 오면서 둘 간의 관계는 점차 멀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의 금융위기를 놓고 보는 시각 중에는 ‘작금의 신용위기는 기존의 Film Financing 딜에는 별 다른 영향이 없고, 다만 신규 Deal은 위축될 것이다’라는 시각이 많았습니다만, 사실 이는 금융거래(계약)의 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금융기관이 차주와 대출약정을 체결했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지요. 약정서 속에는 대주의 대출실행을 무조건적으로 규정하는 게 아니라 여러 선행조건의 충족을 요구하고, 심지어 대출조건의 변경을 허용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지금처럼 금융기관 자신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기존의 대출약정에 있어서도 되도록이면 대출실행을 자제하고 대출조건을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변경하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무척 높습니다. 따라서 이 번 사건과 유사한 분쟁이 앞으로도 계속 생기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 번 사건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Film Financing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UPDATE: 위 소송은 당사자간의 settlement로 종료되었다고 한다(2009.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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