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Me the Money”가 “Stealing Your Money”로? 선수의 연봉을 부풀려 계약해 가로챈 에이전트에 대한 형사처벌 사례..그런데 에이전트가 중개인인가?

기사검색을 하다가 에이전트와 관련된 흥미로운 형사판결을 발견했습니다(관련 기사는 여기를 클릭). 바로 외국인 축구선수의 에이전트가 국내 구단과 입단계약을 협상하면서 당초 선수들과 약속된 급여수준 이상을 구단측에 제시하여 계약을 체결한 후 그 차액(선수들과 약속한 급여와 실제 구단과 체결한 연봉 액수의 차액)을 가로챈 사건입니다. 당초 선수들에게 약속한 금액 이상의 연봉안을 이끌어내다니, 에이전트의 능력이 출중하다(?)는 생각이 들만도 하지만, 문제는 늘어난 만큼의 액수를 선수에게 주지 않고 자신이 중간에서 챙겼다는 점입니다.  영화 제리맥과이어에서 “show me the money”를 외치던 에이전트가 결국은 “sorry, I’m stealing your money”라며 외치는 격이랄까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검찰은 해당 에이전트가 “구단”을 속였다며 사기죄로 기소했습니다.  그런데 1심 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에이전트가 내부적으로 외국인 선수와 실제로 지급할 금액을 미리 약정한 후 구단과 계약 체결 시에는 선수들에게 지급해 주기로 약정한 계약금, 월급여 액수를 초과한 금액을 구단에 제시하고, 그 초과금액 전부를 자신의 이익으로 귀속시켰다고 하더라도 이는 에이전트와 선수들 사이의 내부문제에 불과할 뿐 기망행위로 볼 수 없다…나아가 계약의 대립당사자로서 선수의 이익을 위해 협상에 임해야 할 에이전트가 선수들과 사이에서 내부적으로 선수들이 받기로 약정한 계약금, 월급여의 액수를 구단에 알려야 할 의무는 없으며, 구단이 에이전트가 제시한 계약금이나 연봉 때문에 선수의 실제 기량을 잘못 평가하게 됐다고 볼 증거가 없다”(이상 해당기사에서 인용)

그러나 연이어 벌어진 항소심은 정반대의 판단을 내려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하였습니다.

“중개인은 쌍방 당사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절충하고, 일정한 계약이 성사될 수 있도록 상호 조율해 계약이 성사되면 그에 따른 수수료를 취득할 목적으로 상행위를 하는 자이므로, 그 중개를 함에 있어 일방이 원하는 가격조건이 이미 결정돼 있는 경우에는 이를 상대방에게 사실대로 알려 줘 그 가격을 기초로 계약이 성립될 수 있도록 성실하게 중개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의 경우처럼 피고인인 에이전트가 오로지 차액을 자신이 취득할 목적으로 외국인 선수와 미리 내부적으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계약금이나 월급여를 구단에 알리지 않고, 그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선수가 원하는 계약금이나 급여인 것처럼 구단에 제시한 행위는 일반 상거래 관행 등에 비춰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선 기망행위로 보기에 충분하다”(이상 해당기사에서 인용)

그런데 항소심법원의 판단 중 ‘에이전트는 선수와의 사이에 결정된 가격조건을 상대방에게 알려 줄 의무가 있다”는 부분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에이전트는 선수를 위하여 선수에게 보다 유리한 조건의 계약이 체결되도록 노력하는 자입니다.  당초 선수와의 사이에서는 내부적으로 특정 수준의 가격조건이 이미 결정되었다 하더라도, 에이전트는 협상을 임하는 과정에서는 얼마든지 거래상대방(구단)에게 기존의 가격조건을 뛰어넘는 협상안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이 받아들여진다면 선수에게도 이익인 것입니다.  아마도 항소심법원이 위와 같이 판단하게 된 것은 에이전트의 법적 성격을 ‘중개인’으로 파악한 데 따른 논리적 귀결일 것입니다.  중개인은 거래당사자 양측 모두를 위하는 중간자적 지위에 있으므로, 일방당사자가 원하는 적정 가격수준을 알게 된 경우에는 이를 타방당사자에게도 적절히 고지하여 계약을 성사시킬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반면 1심법원은 이와 달리 에이전트를 선수의 수임인 내지 대리인으로 본 것 같습니다.  수임인이나 대리인은 오로지 “선수를 위하여” 업무를 처리하는 자이므로 거래상대방에게 본인(선수)과의 협의 내용을 고지할 의무는 원칙적으로 없다는 입장말이지요.

그런데 에이전트가 중개인일까요? (입단)계약의 체결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중개의 성격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보다는 선수의 수임인 내지 대리인으로 보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계약의 체결도 목적이기는 합니다만, 에이전트의 존재이유는 “선수에게 유리한” 계약의 체결에 있는 것 아닌가요?  만약 에이전트가 중개인이라면 그에 따른 보수는 선수와 구단 양측에서 받아야 하겠지만, 현재 FIFA의 에이전트 규정은 에이전트가 구단으로부터 보수를 받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이와 관련된 예전 포스트는 여기를 클릭).

물론 해당 에이전트가 중간에서 보수를 챙겼고 처음부터 그럴 심산이었다는 점은 전혀 다른 얘기로서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이점에 대하여 1심법원은 “이는 선수와 에이전트의 내부문제에 불과하지, 에이전트가 구단을 속인 것은 아니다”라고 보았습니다.  즉 그것은 에이전트가 구단을 속인 것이 아니라, 에이전트가 선수의 재산을 횡령(또는 배임)했거나 선수를 속인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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