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게임에 실존 인물의 이름, 이미지 등을 사용하는 경우의 법률문제 – 미국 법원의 Grand Theft Auto 사건, John Dillinger 사건, No Doubt 사건

영화는 되고, 게임은 안 되는가?

실존인물이 등장하는 영화는 많다.  그리고 이 경우 해당 영화가 실존인물의 초상권이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명예훼손의 문제는 별론으로 한다).  보통 그 이유는 실존인물이 ‘공인’의 지위에 있기 때문이라거나, 영화는 예술작품이므로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문제되는 상업적 행위(이용)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비디오게임’은 어떠한가?  비디오게임 속에 실존인물이 등장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가?  비디오게임과 영화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일부 비디오게임 쟝르에서 보이듯이 드라마틱한 스토리라인의 전개와 다양한 등장인물, 효과, 앵글, 배경음악 등 ‘영화 같은 비디오게임’도 있고 그 발전 가능성 또한 매우 높으므로,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법적 논쟁에 있어서도 비디오 게임 또한 영화와 마찬가지로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올 여지가 있는 것이다.

게임 속 캐릭터는 실존인물과 얼마나 비슷해야 하는가?

이와 관련하여 얼마 전 미국 법원이 내린 판결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안은 Take-Two Interactive의 그 유명한 Grand Theft Auto : San Andreas (GTA) 게임과 관련된 것이다.  원고는 GTA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바로 자신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GTA의 개발자와 캐릭터 설정을 위한 인터뷰를 한 적이 있고, 그 때 “gang and street life”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얘기한 바 있다고 한다.  이후 발매된 GTA 속 주인공의 모습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낀 원고는 게임개발사측이 자신의 이미지와 아이디어를 허락없이 게임 속에 사용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미국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외모적 공통성(머리/피부색, 체형 등)은 일반적인 신체적 특성에 불과하여 퍼블리시티권 침해는 발생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또한 법원은 피고의 게임은 원고의 인적 이미지와 관련되지 않은 다수의 창작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퍼블리시티권 침해는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았다.  두 번째 이유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흥미롭다.  법원은 “게임 속 주인공은 Los Santos 등 가상의 공간 속을 여행하면서 마주치게 되는 여러 스테이지에서 각각 다양한 캐릭터들과 조우하고 그에 수반되는 여러 사회이슈들(이를테면 부패한 경찰, 인종문제, 강력범죄 문제 등)에 직면하게 된다”고 설시를 한 것이다.  퍼블리시티권 침해 소송을 보면, 종종 피고측에게 원고의 이미지와 구별되어 따로 보호받을 창작적 요소가 있는지(transformative use defense, 창작적 변형물 항변)가 문제되는데, 그 경우 ‘창작적 요소’를 문제된 캐릭터 자체에서 찾을지 아니면 캐릭터가 놓여져 있는 상황(setting 또는 mood)이라는 보다 큰 그림 속에서 찾을지를 두고 다툼이 있는 경우가 있다.  위 판결 부분은 후자의 입장을 염두에 두고 쓴 판시 내용이 아닌가 싶다.

유명인의 이미지를 그대로 복제한 캐릭터는 무조건 퍼블리시티권 침해인가?

좀 더 예전의 사례로는 No Doubt 사건이 있다.  Activision사의 “Band Hero”라는 게임 속에 팝밴드 No Doubt 멤버가 등장한 것이 문제되었다.  게임사측도 게임 속 캐릭터가 No Doubt 멤버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대로 재현해낸 것임은 인정하였다.  다만, 게임사측은 “No Doubt의 멤버들이 ‘외계세계’와 같은 상상 속의 공간에서 다른 가수의 노래를 부르는 독특한 상황”은 No Doubt의 퍼블리시티권과는 별도로 보호받아야 할 창작적 요소라고 항변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그와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법원은 (게임사의 주장처럼) 가사 유명인의 이미지를 기계적으로 그대로 복제한 캐릭터라 하더라도, 그 묘사에 나타나는 전체적인 문맥에서 볼 때 새로운 표현, 의미, 메세지 등 새로운 창작적 요소가 부가되었다고 판단될 때에는 표현의 자유의 원칙에 의해 퍼블리시티권 침해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하지만, 법원은 문제된 게임에는 그와 같은 창작적 요소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원이 보기에 게임 속의 캐릭터들은 No Doubt 멤버들이 자신들의 명성을 얻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현실 속에서 영위하는 행동(Rock 음악을 연주 및 노래하는 것)을 그대로 반복하는 데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법원은 ‘가상현실’이라든가 여타 비디오게임이 지니고 있는 창작적인 요소들이 그와 같은 이용의 속성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보았다.

게임 속 아이템에 유명인의 이름을 사용한 경우는 어떠한가?

또 다른 사례로는 EA사의 ‘Godfather’ 게임 속에 등장하는 아이템(총)에 과거 무장강도로 유명했던 John Dillinger의 이름이 사용된 것이 문제가 된 사건이 있다.  게임 플레이어는 자신이 사용할 무기(총)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중에는 지난날 John Dillinger가 사용해서 유명해진 ‘Tommy Gun”이라는 자동권총이 포함되어 있고, EA측은 그 총의 이름을 “Dillinger Tommy Gun” 또는 “Modern Dillinger”라고 표기하였던 것이 문제되었다.  John Dillinger의 상표와 퍼블리시티권을 관리하는 회사측에서는 그와 같은 사용은 Dillinger의 상표권과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모든 청구를 기각하였다.  우선 위 소송은 인디애나주에서 제기된 것인데, 법원은 인디애나주의 퍼블리시티권법상 법률 제정 전에 사망한 자에 대하여는 퍼블리시티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석하였다.  John Dillinger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또한 인디애나주의 퍼블리시티권법에 따르면 유명인의 초상, 이미지 등이 ‘literary work’에 사용된 경우에는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면책조항이 있는데, 법원은 비디오게임은 ‘literary work’에 해당되므로 퍼블리시티권 법 침해는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았다.  상표권 침해 주장에 대하여는, 비디오게임 속에 Dillinger의 상표를 사용한 것은 작품과 창작적 관련성이 인정되고 그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출처의 혼동을 초래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상표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딜린져의 이름을 사용한 것은 게임 전체 스토리 흐름상 부수적인 것에 그칠뿐 그것이 ‘Godfather’ 게임의 주된 구매유인 요소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결론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게임 속 실존인물의 이름, 이미지 등의 인적 동일성이 이용된 경우의 법적 문제점에 관한 미국 판례 몇 가지를 살펴 보았다.  각각의 경우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틀리고, 더욱이 미국은 연방제국가인 관계로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각 주의 법조문 내용에 차이가 있기도 하여 그 결론이 달라 보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일반화시킬 수 있는 부분은, 미국 법원은 유명인의 인적 동일성이 게임 속에 이용되었다고 하여 그것이 무조건 퍼블리시티권 침해라고 보지는 않는 것 같다는 점과 유명인의 인적동일성을 기계적으로 재현한 게임 속 캐릭터가 유명인의 현실 속 모습을 그대로 게임 속으로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하다면 퍼블리시티권 침해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사례가 문제된 경우 중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부인된 경우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유명한 것은 은퇴한 야구선수들의 성명 등을 게임 속에 이용한 사건이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도 스포츠 선수의 성명, 이미지 등을 게임 속에 사용한 것이 퍼블리시티권 침해인지가 문제된 적이 있는데, 일부 법원은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인정한 반면, 일부는 부인한 경우도 있다.  현재 관련 소송들은 연방항소법원에 계류 중이므로 이에 관한 최종적인 판단은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지만, 게임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소송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도 ‘스포츠게임’은 유명인의 현실 속 플레이를 게임 속으로 옮겨 놓은 데 그치기 때문이다.  게임사 입장에서 게임 속 배경이나 음악, 게임플레이 방식 등 여러가지 창작적 요소를 부가시킨 것은 분명하지만, 이는 마치 유명 스포츠 선수를 나타내는 인형(액션피규어)을 손으로 가지고 노느냐, 스크린 속에서 가지고 노느냐의 차이에 불과하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즉, 아무리 스포츠 선수의 액션피규어를 공들여 잘 만들었다거나, 혹은 거기에 여러가지 다양한 플레이 방식을 부가시켜 재미를 배가 시켰다 하더라도 액션피규어 자체가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에는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비디오게임을 놓고 말하자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인형이나 디지털 신호로 구현된 인형이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어찌 되었던, 현재로서는 게임 속 실존인물의 사용은 법적으로 여러 복잡한 이슈들을 안고 있기 때문에, 게임 제작자 입장에서는 사전에 그에 대한 법적인 검토를 충분히 할 필요가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고 하겠다.

[후기] 위 글을 작성한 후,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실제 선수가 등장하는 미식축구 게임에 대해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부인한 원심을 파기하고, 침해를 인정하였다.  관련 포스트는 여기를 참조 [201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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