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자 미국 매릴랜드 District Court의 판결이다. 관심을 끄는 부분은 법원이 내린 결론보다도 “어떻게 EA 스포츠 게임에서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가”하는 점이었다. 주지하다시피 NFL측은 각 팀의 유니폼이나 팀로고에 대한 저작권을 따로 관리하면서 이를 라이센싱을 주고 있다. EA와 NFL 사이에 라이센싱 계약이 체결되었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어떻게 저작권 침해이니 공정이용이니 하는 분쟁이 생길 수 있단 말인가.
정답은 NFL측이 문제의 유니폼(보다 정확히는 팀로고)에 대한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자신이 보유하지도 않는 저작물에 대해 라이센싱을 주었다는 말이다. 문제의 구단(볼티모어 레이븐스) 팀로고가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결이 난 때는 1998년경이고 그 때 레이븐스는 문제의 로고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하였다. 그런데도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EA게임에서 다시 문제가 불거진 이유는 EA게임이 스페셜 피쳐로 ‘구식유니폼 선택’ 기능을 제공하면서였다. EA측은 미식축구 게임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재미를 배가시키기 위해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과거 유니폼 로고를 게임에 등장시키기로 하였으나, 볼티모어(NFL)측은 그에 관한 저작권이 없었던 것이다.
EA측은 게임 속에 문제의 로고를 사용한 것은 공정이용에 해당되므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응수하였다. 그러나 미국 법원은 EA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이 보기에 EA가 스포츠게임 속에 프로구단의 실제 유니폼(로고)을 사용한 것에는 어떠한 창작적 변형도 찾아볼 수 없고 그 주된 성격 또한 상업적인 것에 그친다고 본 것이다. 타당한 결론으로 본다.
위 사건을 통해 단지 비디오 게임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타인의 저작물을 사용하는 것이 공정이용에 해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상대방(licensor)의 권리 보유 사실(chain of title)을 사전에 제대로 확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진술 및 보장 조항을 근거로 구제를 받는 것은 별론이고, 그 또한 중요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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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변호사님.신선한 주제 다루어주셔서 고맙습니다.